'광주 출신 대구사람' 작곡가 이재인, 배일호 신곡 '아우야'에 두 지역 삶 담아

최대억 2024. 5. 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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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자란 광주·20년 거주 대구서 연 맺은 후배들 이야기
대구 추억 가득한 '향촌동 블루스'·'봄날은 온다'도 만들어

이재인 작곡가.

[더팩트ㅣ대구=최대억 기자] "아우야 반갑구나. 얼마만이냐. 엊그제 본거 같은데 벌써 삼년이다. (중략) 산다는 게 뭔지. 뭐 그리 바쁜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쉴 새 없었다. 야야 오늘은 모든 걸 내려놓고 딱 한잔이다."

국민가수 배일호가 최근 발표한 신곡 ‘아우야’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후배들의 고민과 방황을 공감하고, 같이 이겨내고 성장하자는 마음을 배일호의 후덕한 이미지가 투영된 가창력으로 표현해 기대를 모은다.

이 노래는 광주 출신의 대구사람 이재인 작곡가가 두 지역에서 연 맺은 후배들을 떠올리며 만든 곡이다.

태어나 26년 자라온 광주, 20년 거주한 대구, 정착한 서울 생활 모두 합쳐 67년 세월. 1980년대를 전후해 록그룹(이재인과 영웅)의 보컬 출신인 이 작곡가는 고희(古稀)를 몇 해 앞둔 인생사에서 가장 짙은 기억을 짚었다.

그는 고향인 광주를 떠나 밴드 활동 때문에 1983년 대구에 첫발을 디뎠던 날과 주로 머물렀던 대구 중구 향촌동 일대의 추억을 안고 산다.

그는 1978년 결성한 밴드로 오랜 무명 생활 끝에 광주보다 유흥업소가 훨씬 활성화된 대구로 와야만 했다. 생계를 위해서는 소위 ‘투잡(무대 공연-업소 공연)’을 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랬던 그가 5·18민주화운동을 직접 목격한 지 불과 3년 뒤 달구벌(대구의 옛 명칭)로 이주한 만큼 대구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 등 심적 부담이 매우 컸다고 한다.

그는 "대구에 간 첫날 지인의 친구가 접대 차원에서 ‘전라도 어딘교(어디에서 왔어요)? 밥은 챙기묵고 댕기소(밥을 잘 챙겨 드세요)'라고 했는데, 사투리에 담긴 의미를 잘 몰라서 반말과 무시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나도 모르게 화를 냈더니 '와카노 이 양반이(왜 이래 이 사람)'라고 해 더 성질이 났다"며 옛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특히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나로선 ‘광주’ ‘김대중’에 대한 부정적인 말만 나오면 술판을 엎어버리곤 했다"며 "군사독재 등 정치권에서 이뤄진 사건인데, 그런 사실 여부도 모르고 나한테 무턱대고 ‘거짓말 하지 마소. 뉴스에 그런 거 안 나오던데’라고 하는 일반 시민들한테까지 감정을 갖고 편견을 앞세우다 보니 다툼이 잦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씁쓸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인 소개로 시작된 대구 생활과 서울을 오가며 ‘딕훼밀리’ 조태복과 고(故) 김현식 등 동료 뮤지션과 함께 활동하며 대구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후 ‘침묵의 폭력 텃세 지역’으로 편견을 품었던 대구·경북은 아들의 출생지가 됐고 아내의 묘소(경북 성주)가 자리한 제2의 고향이 돼 기일 때면 대구를 찾는다.

그는 "아내의 고향은 충북 충주인데 대구와 경북을 무척 좋아했다"면서 "성주라는 곳은 참외가 유명한 곳인데 아내가 살아생전 농삼아 먼저 떠나면 성주에 묻어달라고 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 지인들과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탄생한 곡이 1980~1990년대 당시 대구 최고 중심지였던 향촌동을 노래한 ‘향촌동 블루스(2010년 12월 10일 발표)’다.

이밖에 그는 △늦기전에(배일호) △종이한장(이명주) △브라보코리아(김양) △알따리따리(장고) △왈왈이쌩쌩(손민채) △코리아독도 갈매기(세현) △봄날은 온다(최강) △님마중 가는길(권미희) 등 300여 곡을 냈다.

이 가운데 ‘봄날은 온다’도 대구에서 만든 곡이다. 원곡을 부른 최강(본명 이형렬)은 지난 2020년 4월 지병으로 영면했다. 최강도 전북 군산 출신으로 대구에서 20년 이상 살아온 뮤지션이다.

이재인 작곡가는 "대구와의 모든 인연이 이번 배일호의 신곡 ‘아우야’에 담겼다"며 "타향살이에 힘을 보탠 후배들과 고향 광주에서 잊지 않고 기별을 보내준 후배들의 삶에 보답하는 마음이 전해지기를 빌어본다"고 말을 맺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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