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문제 생겨도 이의제기 안돼”...학부모 카풀에 ‘반강제 동의서’ 내민 학교 [초보엄마 잡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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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상 문제가 생길 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00일까지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4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카풀 차량 이용 동의서'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에는 경기 출전 시 학부모의 차량을 이용해 학생들을 인솔하는데, 안전상 문제가 생길 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작성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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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에서 e알리미(온라인 가정통신문)가 왔다. ‘2024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카풀 차량 이용 동의서’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에는 경기 출전 시 학부모의 차량을 이용해 학생들을 인솔하는데, 안전상 문제가 생길 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작성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동의서를 회신하는 경우만 차량 지원이 가능하다는 단서가 있었지만, 맞벌이 부부에게는 반강제나 다름 없었다. 휴가를 내지 않고서는 평일 오후 2~3시에 열리는 경기를 위해 운전대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남들보다 30분 일찍 등교해 축구 연습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매주 토요일 학교에 나가 두 시간씩 연습한 아이에게 카풀이 어려우니 경기에 나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서를 제출했다.
자치구를 넘나들며 경기가 열리는데도 경기 요강에는 경기가 열리는 학교까지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안전 문제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안내가 없다. 학교 대표팀이 8월까지 예선대회를 치르고 나면 9~10월 교육지원청 대표팀으로 출전해 본선 대회를 치르는데, 예선에서 덜컥 우승이라도 하면 매주 학생들을 실어 나르느라 큰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7월 초까지 경기가 다섯 번이나 열려 걱정인데, 축구 감독·코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가보다. 경기 일정은 잡혀 있는데 카풀하는 학부모가 많지 않아 걱정하다가 최대 9명까지 탈 수 있는 카니발 차주 학부모가 나타나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큰아이가 말해줬다. 매번 학부모 카풀에 의지해야 하는 데다 십여 명의 아이들을 챙기려다보니 동의서를 받는 것도 이해가 됐다.
아이가 참가하는 서울특별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는 서울시교육청 소속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 스포츠대회다. 예선·본선대회가 끝나면 11~12월 전국 17개 시·도 대표팀으로 출전해 전국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축구, 야구, 농구, 배드민턴 등 지정종목이 14개다.
하루에도 40여 개의 학교에서 예선 경기가 열리고 있고, 이 같은 경기가 장장 반 년 동안 열리는데 이동수단조차 확보하지 못해 학부모 카풀에 반강제 동의서까지 쓰게 하는 대회의 주최측은 서울시교육청이다. 가뜩이나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로 제자를 잃은 강원도 초등학교 교사 두 명이 과실치사 혐의로 법정에 서면서 교사들의 안전 사고에 대한 부담감이 큰데, 경기에서 우승하랴 학부모 카풀 모집하랴 학생들 안전 책임지랴 분투하는 감독·코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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