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 ‘갑질’ 막을 필수품목 협의제…시작부터 반쪽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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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프랜차이즈)법에 '반쪽짜리' 필수품목 협의제를 내놓으면서 논란이 인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입법예고를 통해 '필수품목 거래 조건을 불리하게 변경 또는 유지하는 경우 성실하게 협의를 거처야 한다'는 시행령 조항을 마련했는데, 최종안에는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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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잿값 내려도 가격인하 협의대상 안 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프랜차이즈)법에 ‘반쪽짜리’ 필수품목 협의제를 내놓으면서 논란이 인다. 불리한 거래조건을 ‘변경 또는 유지’하는 경우에 협의 의무가 발생한다는 내용이 초안에 담겼으나 최종안에는 ‘유지’가 삭제되면서다.
지난 23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공정위의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보면, 지난해 말 입법예고안에 담긴 단어 2개가 삭제됐다. ‘유지’와 ‘성실’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입법예고를 통해 ‘필수품목 거래 조건을 불리하게 변경 또는 유지하는 경우 성실하게 협의를 거처야 한다’는 시행령 조항을 마련했는데, 최종안에는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와만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원재료나 설비·비품을 말한다. 불필요한 필수품목을 지정하거나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논란이 일자 공정위가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이런 공정위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점주들은 공정위의 시행령 최종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앞으로 필수품목 가격이 계속 올라 점주와 소비자 부담만 늘어난다고 본다. 필수품목 제조에 쓰이는 원·부자재 가격이 내려 본부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도 점주의 협의 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어서다. ‘성실하게’가 빠진 점도 문제다. 점주들은 본부가 일방적으로 공문을 하나만 보내는 수준의 기존 협의 형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공정위도 이런 우려를 반영해 입법예고안을 작성했으나 동일한 거래조건이 유지 될 때 거래조건이 불리해지는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고, 성실이라는 단어가 모호하다는 법제처 및 규제개혁위원회 의견을 반영해 수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행령 조항에 ‘성실하게’가 빠졌지만, 별도 고시를 제정해 형식적인 협의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유지’를 삭제한 것에 대해서는 “향후 법 시행 과정을 살펴보겠다”고만 답했다.
필수품목 협의제도가 입법예고안에 견줘 후퇴하면서 공정위가 그간 더불어민주당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밝혀온 반대 논리를 스스로 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점주들에게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공정위는 필수품목 협의제부터 제대로 시행해본 뒤 품목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해놓고는 시작부터 반쪽짜리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6일 “필수품목 협의제도를 우선 시행하고, 범위와 적용 대상을 점차 넓혀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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