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희정, 성폭행 피해자에 8347만원 배상하라"…4년 만의 판결
법원, 24일 안희정 범죄 사실 인정·충남도에도 공동배상 책임
김지은씨 "반성 않는 가해자 안희정·충남도와 끝까지 싸울 것"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현실 반영 못한 손해배상액, 기준 될 수 없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와 충남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안 전 지사와 충남도가 김씨에게 수천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배상액은 당초 청구 금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최욱진)는 지난 24일 김씨가 안 전 지사와 충남도를 상대로 제기한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8347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배상액 중 3000만 원은 안 전 지사가 배상해고 나머지 5347만 원은 안 전 지사와 충남도가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만의 판결이다.
재판부는 “형사 사건 결과와 증거에 의하면 안 전 지사의 강제추행,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인정된다”며 “김씨가 주장하는 2차 가해 중 안 전 지사의 배우자가 형사기록에 포함된 진단서, 진료기록을 유출하고 비방글을 작성하는 데 있어 (안 전 지사가) 방조한 책임을 인정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피해 관련 충남도의 책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강제추행 등 불법행위는 (안 전 지사의) 직무 집행과 관련성이 있어 국가배상법상 충남도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국가배상법 제2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김씨에게 수차례 성폭행·강제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2019년 9월 대법원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확정했고, 안 전 지사는 202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2020년 7월 김씨는 안 전 지사와 충남도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김씨가 소송을 제기한 지 약 4년 만에 나왔다. 김씨는 안 전 지사의 성폭행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신체 감정을 받아야 했는데,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2년이 지연됐다. 재판부는 “신체 감정에 의하면 안 전 지사와 충남도의 불법행위로 김씨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씨가 배상받게 된 금액은 청구액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범행을 부인함으로써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했다는 부분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피해자에게 증인신문한 행위가 곧바로 불법행위라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박원경 변호사는 선고 후 김씨와 항소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한 입장문에서 “민사소송을 통해 그동안 성폭력의 피해를 입고도 정작 고통의 시간을 돌려받지 못했던 많은 분들께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랐다”고 했다. 김씨는 “재판부에서 안희정의 책임과 더불어 도청과 주변인들의 잘못에 대해서도 인정해주신 부분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 안희정과 충남도청 그리고 2차 가해자들과 끝까지 싸워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딛겠다”고 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같은 날 논평에서 위력 성폭력을 인정한 1심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배상액에 대해선 유감을 표했다. 네트워크는 “2017년 안희정에 의해 처음 성폭행을 피해를 입은 이래 무려 7년이라는 기간 동안 피해자가 당했을 손해를 회복하기에는 너무도 적은 액수”라며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비와 위자료에 대한 현실적인 배상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네트워크는 이어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간 안희정의 편에서 피해자에게 직간접적으로 2차 피해를 준 정치인들과 그 지지자들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성찰해야한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손해배상액을 판시한 사법부의 판결이 우리 사회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는 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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