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효과'에 시즌 첫 승 한승수 "선배 보며 생각 바꿔..모든 게 핑계였다"

주영로 2024. 5. 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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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리브 챔피언십 최종 11언더파 우승
"지쳤다고 생각했으나 최경주 선배 보니 모든 게 핑계"
"최경주 선배 경기 보며 마음 다잡아"
"비온 뒤 잠시 휴식..16번홀 버디가 우승 원동력"
"다음달 한국오픈 타이틀 방어 위해 준비 잘할 것"
한승수가 26일 열린 KPGA 투어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여주(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정신적으로 좀 힘들었고 몸도 아픈 거 같았는데, 모두 핑계였더라.”

11개월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한승수(36·하나금융그룹)는 지난주 SK텔레콤 오픈에서 54세의 나이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최경주 선배를 보며 자신을 돌아본 일을 우승의 또 다른 원동력으로 꼽았다.

한승수는 26일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PGA 투어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서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쳐 우승했다. 시즌 첫 승이자 지난해 6월 한국오픈 이후 약 11개월 만에 KPGA 투어 통산 3승째다.

2009년 프로가 돼 15년째 투어 활동 중인 한승수는 올해 컷 탈락 횟수가 늘었다. 4월 개막전으로 열린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공동 45위 이후 4개 대회에서 연속 컷 탈락했다.

그는 “작년 한국오픈에서 우승하고 겨울 동안 잘 쉬고 새롭게 시즌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집중력도 떨어졌고 흐름을 찾는 게 잘 안 됐다”라며 “나름 즐겁고 재미있게 경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심적으로 지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지난주 최경주 선배가 우승하는 것을 보면서 ‘모든 게 핑계였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 마음을 다잡은 게 이번 대회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지난주 열린 SK텔레콤 오픈에서 2차 연장 포함 74홀 경기를 치른 끝에 박상현을 제치고 KPGA 투어 최고령 우승을 차지했다. 바로 전까지 미국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하다 귀국해 SK텔레콤 오픈에 출전한 최경주는 시차적응 등 체력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날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한승수는 “최경주 선배가 경기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던 것 같다”라며 “저보다 나이도 많으시고 아파도 훨씬 더 아픈 상황일 텐데 묵묵하게 자신의 경기와 역할을 다 하는 모습이 대단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생각한 것들은 ‘그저 핑계에 불과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태어난 한승수는 중학교 때 골프에 전념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주니어 시절엔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시즌 5승을 거둬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세운 최다승(4승)을 뛰어넘어 유망주로 큰 관심을 받았다.

2009년 프로가 된 한승수는 아시아와 일본 투어를 거쳐 2020년부터 KPGA 투어에 전념하고 있다. 일본에선 2017년 카시오월드 오픈에서 우승했다.

이날 경기 중에 내린 비가 한승수에게는 고마운 비가 됐다.

2타 차 선두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한승수는 11번홀까지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 3개를 적어내 선두를 내줬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던 순간 비가 내리자 13번홀에서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그는 “13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잠시 쉬면서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숨을 돌린 게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된 것 같다”라며 “비가 오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투어 활동을 하면서 비가 올 때 경기하는 방식을 터득했고 비 때문에 실수했던 것들을 신경 쓰면서 오늘 경기를 대비한 것도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경기를 뜻대로 풀어가지 못하던 한승수는 13번홀(파3)에서 약 3.5m 거리의 파 퍼트를 넣으면서 타수를 지켜냈고 그 뒤 14번홀(파4)에서 3번홀 이후 11개 홀 만에 버디를 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그 뒤 15번(파5) 그리고 16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2타 차 선두로 다시 앞서 갔다.

한승수는 “16번홀에선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퍼트를 세게 친 게 홀을 맞고 버디로 연결되는 행운이 찾아왔다”라며 “안 들어갔더라면 쉽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었는데 버디로 연결되면서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라고 말했다.

시즌 첫 톱10을 우승으로 장식한 한승수는 다가오는 한국오픈 타이틀 방어의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경기력도 올라오고 있고 이번 대회가 큰 시너지가 될 것 같다”라며 “이번 대회로 그렇고 한국오픈이 열리는 우정힐스 골프장처럼 끈기와 인내를 요구하는 코스에서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타이틀 방어를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한승수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운 뒤엔 비가 내려 어수선해진 분위기 탓인지 샷 실수를 하는 서수가 속출하면서 순위 싸움이 뒤죽박죽됐다.

공동 2위였던 김민규는 18번홀(파5)에서 티샷을 OB 구역을 날리면서 보기를 해 이태희와 함께 공동 3위(8언더파 280타)에 만족했고, 공동 5위를 지켜온 방두환은 마지막 홀에서 티샷을 두 차례나 실수한 끝에 쿼드러플 보기를 적어내 공동 17위(3언더파 285타)까지 추락했다. 김연섭은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2위(10언더파 278타)를 지켰다.

한승수가 1번홀에서 힘차게 티샷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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