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자만 4∼5조원?…‘빚더미 수렁’ 한전·가스공사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자리한 한국전력. 뉴시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250조 원가량의 엄청난 부채로 올해 이자만 4∼5조 원을 쓸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1분기에 한전은 1조1500억 원, 가스공사는 4100억 원을 각각 이자 비용으로 지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국제 에너지 위기가 닥쳤는데, 2022년 이후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전기와 가스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한전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2조5000억 원, 가스공사는 47조4000억 원으로 두 곳의 총부채를 합하면 250조 원에 육박한다. 부채 규모는 사상 최고치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론 한국의 총부채는 200조9000억 원, 가스공사는 46조9000억 원으로 줄었으나 여전히 위기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올해 1분기에 쓴 이자 비용은 1조5600억 원이며, 하루 평균 167억 원에 달한다. 이 추세가 유지되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올해에만 4∼5조 원을 이자로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지난해 4조4500억 원, 가스공사는 1조6800억 원 등 총 6조1300억 원을 이자 비용으로 지출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지난해부터 비핵심 부동산 매각, 투자 시기 이연, 임직원 급여 반납, 명예퇴직 등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았으나 유의미한 수준으로 부채가 감소하지 않고 있다.

한전은 지난 2022년 이후 6차례 전기요금 인상으로 ‘역마진’ 구조에서 탈출, 3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202∼2023년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판 탓에 쌓인 43조 원대의 누적 적자는 여전하다. 게다가 고환율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져 영업이익 규모는 축소하고 있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2조 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4분기 1조9000억 원, 올해 1분기 1조3000억 원으로 줄었다.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2022년 이후 40%가량의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했지만, 여전히 원가의 약 80%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2022년 이후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약 200% 상승했지만, 국내 가스요금 인상은 약 43%에 머물렀다. 현재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5000억 원이다. 미수금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한 뒤 원가와 공급가의 차액을 향후 받을 ‘외상값’으로 분류한 것으로 사실상 영업손실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에선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다시 이자 비용으로 내고 있다. 악순환의 반복은 전기, 가스 요금의 추가 인상 요인이 된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현재 차입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데,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만 하루 47억 원에 달한다"며 "이자 비용 증가는 다시 요금 상승 요인이 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허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