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형욱 다룬 JTBC '사건반장' 적절했나요

금준경 기자 2024. 5. 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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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상 안전장치는 갖춘 보도, 왜 거센 비판을 받고 있을까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JTBC '사건반장' 갈무리

'중립기어'. 누리꾼들이 쓰는 말입니다. 사실관계 파악이 되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의미인데요. 사회적 논란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일을 자주 겪다 보니 누리꾼 스스로 체득하게 됐습니다.

최근 강형욱씨 논란을 다룬 JTBC '사건반장'이 큰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콘텐츠마다 사과와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하는 댓글이 쏟아지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중립기어를 강조한 누리꾼들의 비판이 쏠렸습니다.

“마녀사냥반장임.”, “기자들 진짜 신중해야 한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팩트체크도 안하고 모든 걸 마치 팩트마냥 방송함” 등의 글입니다. 주변에서도 '사건반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많이 접했습니다.

'사건반장'을 살펴보니 나름의 안전장치는 갖췄습니다. 의혹 제기를 할 때마다 “주장”이라고 합니다. '주장'은 '사실 확인은 안 된 일방의 입장'이라는 의미로 언론이 쓰는 표현입니다. 취재도 했습니다. 직접 전 직원들을 접촉했습니다. '반론을 들으려는 노력'도 했습니다.

1. 단정하지 않고
2. 직접 취재를 하고
3. 반론을 들으려는 노력을 한 점

세가지는 '사건반장'이 같은 소식을 다룬 다른 뉴스에 비해 나은 면입니다. 전직 직원인지 확인조차 어려운 인터넷 글을 취재나 반론을 들으려는 노력도 없이 전한 기사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사건반장'이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을 곱씹을 필요가 있습니다. 앞선 세 노력이 시청자에겐 와닿지 않았다는 의미겠죠. 단정하지 않았지만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의혹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상황 자체를 문제로 보는 것입니다. 언론이 다뤘다는 점 자체로 '사실'처럼 이해가 될 수 있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예컨대 '직원들에게 차로 10분거리 화장실에 가게 했다. 배변훈련을 하는 것 같다'는 폭로는 정말 10분 거리였는지, '배변훈련을 하는 것 같다'는 표현이 주관적인데 이 내용까지 보도했어야 하는지, 먼 거리의 화장실을 가게 한 추정 가능한 다른 이유는 없었는지 다각도에서 따져보거나 제보자에게 공격적으로 묻지 않았습니다. 사실이라면 강형욱씨의 인격적 문제가 심각하겠지만 해명을 들어보면 10분 거리도 아니었고, 화장실 문제로 인해 다른 곳의 화장실을 쓰게 한 사정이 있습니다.

▲ JTBC '사건반장' 갈무리

특히 반론을 담지 못한 점에 비판이 큽니다. 언론에선 복수의 증언이 나온 상황에서 의혹 당사자에 반론을 요청했는데 답을 주지 않는다면 보도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반론을 전달할 수 없는 상황에선 일방의 입장을 전하는 것 자체를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쏟아지는 비판에는 방송매체의 영향력이 큰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JTBC가 주요 방송사로서 가진 매체력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고요.

여기에 '사건반장' 특유의 보도 스타일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을 맡은 양원보 기자는 거리를 두고 취재를 하기 보다는 강형욱씨를 압박하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지난 21일 방송에서 “올 초 유명 개 훈련사가 성추행을 했다는 보도 나온다. 강형욱씨가 인스타그램에 '저 아닙니다'라고 했다. 즉각적 입장 내놔던 강영욱씨, 보도가 며칠째 나오고 있는데 입을 닫고 있다”,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침묵이 길어지면 저희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합니다. 사실이기 때문에 반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입니다.

여기에 방송을 보면 사실 확인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일방 주장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다루거나 사안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과거 발언이 '재조명'된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자극적이면서, 동시에 흠집내기처럼 비춰질 수 있습니다.

강형욱씨가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닙니다. 그의 해명을 종합하더라도 그가 좋은 대표였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은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CCTV와 메신저 감시의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고요. '부실'이건 '부정'이건 비판이 가능합니다. 해명 후 시작된 전 직원을 향한 인신공격성 비난이나 양 기자를 향한 음모론적 주장도 과도합니다.

그럼에도 '사건반장'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보도였다고 항변하기에 앞서 이번 보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논란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사건반장'이 일방적 내용을 전달했다거나 선정적 보도를 했다는 비판은 처음 제기되는 게 아니기도 합니다. 형식상 안전장치를 갖췄다고 해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건 언론계 전반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비평을 하고 있는 저 역시 더욱 고민하며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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