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줄이려면 “학교에서 ‘선행학습’ 해야한다” 파격 주장, 왜?

김원진 기자 2024. 5. 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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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규 스터디홀릭 대표, 사교육정책연구포럼에서
“공교육에서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는 데 중점 둬야”
지난 24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교육부의 사교육정책연구센터정책포럼. | 김원진 기자

“적어도 학교 방과후 수업에선 선행학습을 하게 해야 합니다.”

강명규 스터디홀릭 대표(국가교육위원회 대입개편특위 위원)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교육부 주최로 열린 사교육정책연구센터정책포럼에 참석해 “선행학습이 학원에선 가능하고 학교에선 불가능한 현행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사교육 수요를 학교에서 일부 감당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인 의견이지만, 학교가 사설 학원화하고 또다른 풍선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교육의 현황과 효과’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강 대표는 “교육제도나 입시제도 개선으론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전혀 없었다”며 “사교육을 억제하는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공교육에서 사교육 수요를 일정 정도 흡수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방학 때라도 선행학습을 공교육에서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4년 만들어진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현재 학교에선 선행학습을 할 수 없다. 반면 학원은 선행학습 광고만 금지돼 있고 선행학습은 가능하다. 현재 방과후학교는 주로 체육, 미술 등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강 대표는 방과후학교에서 수준별 강좌를 진행하고 각 학교의 유명 교사를 초빙하는 방식까지 제안했다. 그는 26일 기자와 통화에서 “난이도를 상·중·하로 나눠 지역의 경쟁력 있는 교사를 방과후학교로 모시고, 학교에 따라 과목별 방과후학교를 특화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학교가 ‘사설 학원화’될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에는 “상위권 대학 진학이나 다수가 선호하는 직업을 갖고 싶은 욕망은 제어하기 어렵다”며 “공교육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게 하는 방향이 더 낫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에서 학원식 방과후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우선 기존에도 EBS 강화 등의 정책을 통해 사교육 수요 흡수를 목표로 했지만 결국 사교육 경감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방과후학교를 기반으로 한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이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사교육은 학부모들 사이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등 단순히 교육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방과후학교를 교과 중심으로 강화하면 새로운 사교육 수요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강 대표는 학교별 기출문제 공개와 중간·기말고사 시험 해설 제공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학생들이 ‘시험 정보’를 찾아 학원을 가는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시험에 담긴 지문의 저작권이 문제라면 학생들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라도 공개해야 한다”며 “학교에서 시험 문제 풀이나 해설지를 제공하지 않는 관행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물가지수로 보정한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 고선 교수 제공

이밖에 이날 포럼의 발제자인 고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지수로 보정한 사교육비 자료를 공개했다. 사교육 참여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실질 사교육비는 2007년 28만원에서 지난해 83만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증가세는 최근 2~3년 사이 더 가팔라졌다. 발제자인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교육비 지출 패턴이 고착화된 것은 사교육 정책이 잘 안 통했다는 얘기”라고 했다. 박성민 교육부 기조실장은 “교육부가 (사교육 경감에) 공언하고 노력을 하지만 자신없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발제로 참여한 경제학자들은 기존 실증연구를 통해 ‘사교육의 성적 향상 효과는 크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교육 효과가 크지 않음에도 사교육 의존도가 줄지 않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교육은 사실 상위권 대학의 프리미엄, 노동시장 문제 등과 맞물려 있는데 사교육 수요 억제책만으론 사교육을 줄이기 어렵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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