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MZ 손맛 더해진 전통 된장·고추장·간장 만들어요"

김재근 선임기자 2024. 5. 2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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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희망' 청년농업인 ② 청양 '아나농' 김민솔 대표
주변서 100% 재료 수급… 모든 과정 수작업 위주로
체험용 키트·동영상 제작 등 다양한 마케팅도 눈길
'아나농'의 여성농업인 김민솔 대표는 100% 청양지역에서 나오는 콩과 고추로 전통장류를 제조, 판매한다.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식품에 대해서 보다 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대학원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콩이 어떻게 발효돼서 어떤 성분을 갖게 되는지, 식품시장이 어떻게 발전해나가고 큰 기업들 사이에서 작은 기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등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나농'의 김민솔 대표(31)는 MZ세대 여성 농업인이다. 기존 농업인들이 별 다른 고민 없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오프라인에서 그 농산물을 팔아왔다면 김 대표는 전통식품 제조를 기반으로 다양한 마케팅과 시장 개척에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이론과 지식까지 갖춘 전통식품 전문가가 되기 위해 사업을 하는 틈틈이 서울을 오가며 석사과정도 다닌다.

고추장이나 된장 만들기 식생활교육도 하고, 누구나 쉽게 고추장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도록 체험키트와 동영상을 제작하여 판매하기도 한다.

□ 어머니 일 돕다가 전통장류 사업 뛰어들어

김민솔 대표가 청정한 산골 마당에서 숙성 중인 된장과 고추장 옹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범대 출신인 김 대표가 전통 장류 가공, 판매에 뛰어든 계기는 어머니 덕분이다.

"어머니가 노후에 이곳(청양군 장평면 락지리)에 귀농, 정착하여 농사도 짓고 된장과 고추장을 만들었어요. 된장이나 고추장을 만들어 팔아보려 했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만 하고… "

김 대표는 어머니를 도와 된장과 고추장을 만들어 파는 일을 돕다가 재미를 붙였다. 직접 용기와 포장을 디자인고 온라인을 통해 판로를 개척하면서 사업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 잘 맞았다.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꿈을 접고 정통장류를 제조, 판매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아나농'이란 회사 이름도 직접 만들었다.

"아름다운 나라의 농부라는 뜻입니다.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된장과 고추장을 정직하게 만들어 파는 게 목표입니다. 전통식품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나농의 전통장류 생산은 재료를 엄선하는 데서 시작된다.

메주에 소금물을 더해 된장을 담그는 모습. 사진=아나농 제공

"재료의 100%를 주변에서 조달합니다. 처음에는 직접 콩 농사를 짓고 매실나무와 개복숭아나무 키워 된장과 발효액을 만들었는데, 상품 판매가 많아지면서 부족하게 된 콩과 고추 등은 가까운 데서 구입하고 있어요. 부족한 재료는 대부분 청양군의 청년농업인들한테 삽니다."

회사가 제일 바쁜 시기는 콩 수확이 끝난 뒤 메주를 만들고 띠워 장을 담글 때이다. 대개 10-12월에 메주를 쑤어 이듬해 1-3월에 장을 담근다. 메주를 만들 때는 어머니와 이모, 친구, 지인들이 손을 보탠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달라붙어 콩을 씻어 불리고, 삶고, 찧고,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고, 볏집으로 묶어 매다는 일을 돕는다고 한다. 몇 달 뒤 곰팡이가 핀 메주에 소금물을 부어 장을 담글 때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전통 된장과 고추장 제조는 기계화나 자동화가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 일일이 사람 손이 가야 손맛이 납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우는 모습.

□ 주변서 100% 재료 수급, 품질과 맛 널리 알려져

이렇게 만들어진 된장과 고추장, 간장은 볕이 잘 드는 앞마당에서 숙성 과정을 거친다. 뒤쪽에는 높다란 산이, 앞쪽으로는 푸른 논밭이 펼쳐져 있다. 공장이나 축사 등 오염원이 없는 칠갑산 줄기의 청정 지역이다. 된장과 간장은 3년, 고추장은 1년의 숙성을 거친 뒤에 상품으로 내놓는다.

아나농에서 메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전통 가마솥.

전통 장류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을 탈피하기 위해 위생과 보건에도 많은 각별하게 신경을 쓴다. 메주를 쑤는 가마솥이나 장작을 때는 아궁이도 아주 청결하고, 장을 담가 숙성시키는 장독대도 매일매일 살피고 관리한다. 적당하게 햇빛이 들게 해야 유익한 균이 생겨 숙성도 잘되고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아나농에서 담근 된장과 고추장, 간장은 전통 옹기에 담겨 1-3년 동안 숙성 과정을 거친다.

아나농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된장과 고추장, 청국장, 간장, 발효액(매실과 개복숭아), 청국장 가루 등이다. 전통적인 수작업과 숙성, 발효 과정을 거친 식품들이다. 김 대표는 이들 식품을 요즘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에 맞게 맞춤형으로 가공, 포장하여 판매한다. 청국장 가루는 선식처럼 가볍게 물에 타 먹거나, 우유나 요구르트에 섞어 먹는다고 한다. 된장과 고추장은 가정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도록 250g, 500g, 2kg 단위로 작게 소포장하고, 용기도 플라스틱이 아닌 친환경적인 유리병을 사용한다. 상품의 로고와 포장 디자인도 매우 세련돼 있다. 신세대 농업 경영인 김 대표의 감각이 물씬 드러난다.

판매는 온·오프라인을 두루 활용하고 있다. 쿠팡이나 농협몰, 우체국쇼핑같은 온라인 매장에도 내놓고, 청양군에서 운영하는 대전과 공주의 로컬푸드 매장에도 출하한다.

"처음에 사업이라는 것을 잘 몰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건물만 덩그라니 지어놓고 돈을 벌 때마다 이런 저런 시설을 하고, 칸막이도 하고, 장독도 샀습니다. 작은 회사라 경비를 줄이기 위해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해결합니다. 지게차 자격증도 땄고요."

된장과 고추장, 발효액, 청국장가루 등 아나농이 판매하는 각종 상품.

□ 다양한 마케팅 시도… 고추장 체험키트도 판매

김 대표의 노력과 분투 덕분에 대로 아나농은 탄탄하게 입지를 구축했다. 맛과 품질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졌고, 꾸준하게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 장을 담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하기 시작한 이래 8년 만에 연간 매출이 2억원을 넘어섰다. 2022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주최한 '가공상품 마케팅 우수사례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았고, 에이팜 쇼 창농 귀농 박람회 개막식에 참가하여 대통령 및 행안부장관과 함께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전통식품을 널리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청양과 공주, 내포 등의 학교를 찾아 된장과 고추장에 대해 가르치고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행사도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재미있어요. 전통식품 제조에 대한 지식과 대학에서 배운 교육학을 접목시켜 수업을 진행합니다. 체험용 기자재를 갖고 가서 직접 고추장과 고추장 떡볶이도 만들어 보고요."

김민솔 대표가 어린이들에게 전통 고추장 만들기 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아나농 제공

아나농은 직접 고추장을 만들 수 있는 키트도 판매한다. '내가 만드는 전통 고추장' 체험키트는 영상을 보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간단하게 가정에서 고추장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담겨있다. 쉽고 재미있게 전통고추장을 만들 수 있는 게 알려지면서 전국의 학교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음식문화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돋보인다.

"대기업 공장에서 생산되는 장류는 우리 고유의 제조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기업 논리 때문이지요. 전통장류의 전문가가 돼서 이것을 알리고, 계속 보전, 생산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김 대표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고추장과 된장, 당뇨나 혈압환자들에게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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