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당한 골프장 캐디, 대법 “사업주에 보호 책임”

허욱 기자 2024. 5. 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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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 확정

대법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골프장 캐디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골프장 운영사 측의 법적 책임이 있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17일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골프장 캐디 A씨의 유족이 건국대학교 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골프장 측이 1억6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경기 파주시에 있는 골프장에서 근무 중 ‘캡틴’으로 불리던 상급자 B씨에게 질책을 받았다. B씨는 다른 캐디들도 들을 수 있는 무전으로 A씨에게 “뚱뚱해서 못 뛰는 것도 아니잖아. 뛰어”라고 하거나 “오늘도 진행이 안되잖아. 오늘도 또 너냐” 등 발언을 했다. A씨는 다른 직원과 마찰을 빚은 후 B씨가 질책한 날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렸다가 탈퇴 당하기도 했다. 해당 인터넷 카페는 각종 자료와 근무수칙, 츨근표 등이 올라와 캐디 근무에 필수적인 곳이었다. 괴로움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A씨는 그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유족은 이듬해 5월 B씨와 골프장 운영사인 건국대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A씨가 건국대 법인에 속해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건국대 법인이 A씨에 대한 보호 의무가 있는데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1심은 특수고용형태근로자로 분류되는 골프장 캐디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건국대 법인에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국대 법인이 B씨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있다고 판단했다.

2심도 건국대 법인의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과 판결 내용 일부를 바꾸면서 “골프장 캐디는 특수형태 근로자로 사업주인 피고가 A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B씨에 대한 감독 소홀 의무를 넘어 건국대 법인이 사용자로서 A씨에 대한 보호를 하지 않은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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