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캐디도 직장 내 괴롭힘 적용” 대법, 피해 인정 첫 판결

정지용 2024. 5. 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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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형태고용직(특고직)인 골프장 캐디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사업주의 민사상 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17일 캐디 A씨(사망 당시 27세)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건에서 사업주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A씨 유족에게 1억7,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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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직' 캐디, 근로기준법 근로자 아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적용해 직장 내 괴롭힘 인정 
"특고직·플랫폼노동자 근로자 인정이 근본책"
게티이미지뱅크

특수형태고용직(특고직)인 골프장 캐디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사업주의 민사상 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특고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그동안 직장 내 괴롭힘의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재판부가 “사업주는 고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17일 캐디 A씨(사망 당시 27세)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건에서 사업주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A씨 유족에게 1억7,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6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7월부터 건국대 법인이 운영하는 경기 파주시 골프장에서 일하다 이듬해 9월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캐디들을 관리하는 상사인 이른바 ‘캡틴’으로부터 외모 비하, 공개적 망신 등을 당했다.

A씨 유족은 건국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으나 고용노동부는 “A씨는 특고직이어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유족들은 건국대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건국대가 (A씨를 보호할) 조치를 취하지 않아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건국대는 고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가해자의 불법행위를 알 수 있었음에도 고인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법원은 건국대가 낸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특고직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대법원이 책임을 묻는 확정 판결을 내린 건 처음이다. 직장갑질119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근거해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방지해야 하는 회사의 직접적 책임을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며 “특수고용직, 플랫폼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도 산안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다만 대법원이 근로기준법이 아닌 산안법을 적용한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단체는 “A씨는 법인으로부터 받은 태블릿PC를 통해 구체적 지휘 감독을 받으며 일했고 캐디피에 포함되지 않는 사실상 무급노동을 강요받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번 판결의 한계”라고 했다. 직장갑질119 대표인 윤지영 변호사는 “사업주에게 종속돼 일하는 특고직, 배달노동자는 일반 근로자와 다를 바 없다”며 “이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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