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프랜차이즈 본사, 집단분쟁 74% 대화·조정 거부…“사회적 비용 초래”

유선희 기자 2024. 5. 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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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에 협상권 부여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 절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왼쪽부터), 민병덕·강민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9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가맹점주 상생협의권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제공

지난 10년 동안 프랜차이즈 산업의 외향이 급성장했으나 가맹점주의 수익은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분쟁이 빈발하고 있음에도 본사의 대화·조정 거부로 인해 집회·시위 등 사회적 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선 점주들이 본사에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협상권’ 등을 명시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대화와 조정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같은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6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가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청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 2973개였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본사) 수는 2022년 9183개로, 10년 만에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브랜드 수는 3691개에서 1만1844개로 3.21배 늘었으며, 가맹점 수 역시 19만730개에서 33만5298개로 1.76배 증가했다. 다만, 브랜드당 가맹점 수는 51.67개에서 28.31개로 감소했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가맹점주의 상황은 더 열악해졌다. 가맹점당 매출액이 2억4900만원에서 3억5040만원으로 1.41배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천만원에서 2301만원으로 1.16배 증가하며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필수물품으로 불리는 원부자재 비용, 인건비, 플랫폼 비용 등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종열 전가협 가맹거래사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화폐가치로 환산할 경우, 연간 영업이익은 2013년 2천만원 수준에서 2022년 1990만원 수준으로 10년 사이 오히려 감소했다”며 “가맹점주는 자신의 노동력까지 투입해도 최저임금조차 벌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악화한 가맹점주들의 여건은 본사와 점주 간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를 보면, 2013년 554건이었던 분쟁조정 접수 건수는 2022년 489건 등 여전히 한 해 수백건에 달하며, 조정에 실패해 공정위에 사건 접수가 된 건수 역시 2013년 263건에서 2022년 270건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점주들은 본사가 비싼 필수물품 구매를 강제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할때 대항하는 힘을 가지기 어렵다. 현재 가맹점주단체는 80여개로 1만1844개 브랜드의 0.7%에 불과하다. 가맹점주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보니, 대화를 요청해도 가맹본부 대부분은 이를 무시하는 상황이다.

전가협이 최근 10년 동안 점주들이 집단적으로 참여한 단체분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32건 가운데 31건은 본사가 점주의 대화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가운데 23건(74.2%)은 지방자치단체(지방 분쟁조정위)의 분쟁조정도 거부해 조정이 불성립됐다. 결국 32건의 단체사건 중 87.5%(28건)는 공정위 신고로 이어졌고, 집회·시위 등 농성까지 간 사건도 37.5%(12건)나 됐다. 본사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국감에 불려 나온 사건도 43.8%(14건)이나 됐다. 이 중 11건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징금·형사고발 등의 제재를 받았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대화·타협을 거부하는 본사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이때문에 28일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개정안은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 공정위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이 등록단체가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도 부과할 수 있다.

가맹본부 쪽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은 “가맹본부는 마치 노동조합과 같은 점주단체의 일방적 협의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위 조사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점주단체의 필수품목 축소·가격 인하 등 요청에 대응하느라 경영 차질도 불가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승미 전가협 정책위원장은 “노조의 교섭권은 협상은 물론 합의안 마련까지 강제할 수 있지만, 가맹사업 개정안의 협상권은 말 그대로 대화 요구에 응하라는 취지”라며 “종속적 거래관계에서 ‘갑질’이 만연하는 가운데 대화를 거부하는 본사에 대항할 수 있는 단체 등록과 상생 협상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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