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논란… 법정 간다면 판결은? [법잇슈]

안경준 2024. 5. 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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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vs 아일릿 표절 논란…‘어도어 사태’ 2라운드 양상
안무저작권 논의 활발

“이건 뭐 죄다 복붙이야”

지난 13일 그룹 ‘뉴진스’의 히트곡 ‘어텐션(Attention)’과 ‘하이프 보이(Hype boy)’ 안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퍼포먼스 디렉터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룹 ‘아일릿’의 안무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응 실화? 광고 안무까지? 그동안 정말 꾹 참았는데 우연이라기엔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그래 비슷할 순 있지. 그런데 보통 참고를 하면 서로 예의상 조금씩 변형이라도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룹 뉴진스(위)와 아일릿
또 다른 뉴진스 퍼포먼스 디렉터도 같은 날 SNS에 “에이 설마 설마 했던 생각들로 그동안 잘 참아왔는데 광고 안무까지 갈 줄이야. 누군가의 고생이 이렇게 나타나기엔 지나쳐온 과정들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라고 적었다.

앞서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를 향해 “하이브 레이블 가운데 하나인 빌리프랩은 3월 여성 5인조 아이돌 그룹 아일릿을 데뷔시켰다”며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주장해 이들 디렉터 역시 아일릿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빌리프랩은 지난 22일 “민 대표 측이 당사 소속 아티스트 아일릿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사실이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며 민 대표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민 대표 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빌리프랩이 고소로 맞대응하며 안무 등 표절 여부도 법적 다툼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안무저작권 인정 판례는 있지만…여전히 사각지대

안무 표절 여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주목되는 이유는 안무저작권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무의 경우 아직 저작권 침해는 물론 ‘성명표시권’ 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명표시권은 저작자가 저작물에 대하여 자신이 저작자임을 주장하고 이를 표시할 수 있는 권리이다. 많은 매체에서 작곡·작사가의 이름은 표기해도 안무를 누가 창작했는지는 표기하지 않는다.

뉴진스 맥도날드 광고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아일릿 ‘Lucky Girl Syndrome’ 뮤직비디오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안무의 저작권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우선 안무가 동작의 연속으로 이뤄져 있다는 특성 때문이다. 연속된 동작 중에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만 잘라내 보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 작업의 경우 저작권의 분배가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안무의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1년 그룹 시크릿의 ‘샤이보이’ 안무를 두고 제기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이 있다. 샤이보이 안무가 A씨는 한 댄스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자신이 짠 안무를 그대로 베껴 학원에서 가르치고, 교습 사진과 영상을 온라인에 업로드했다는 이유에서다. 댄스학원에서는 수강생들이 샤이보이 안무를 춘 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수익을 창출하고 학원 홍보에 이용했다.

1심은 사진과 동영상 폐기 및 484만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샤이보이 안무는 귀엽게 어깨를 들썩들썩하는 동작, 가슴에 손을 모으고 두근두근하는 동작 등 가사와 멤버에게 적합한 몸짓을 조합해 박씨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며 고 판시했다. 당시 댄스학원 측은 안무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스윙 댄스의 기본적 스텝 등이 부분적으로 포함돼 있어 저작권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그러나 해당 주장이 인정되더라도 “안무의 창작성을 부정하는 근거로는 되지 아니한다”고 봤다.

2심 역시 “이미 공개된 여러 춤에서 발견되는 특징들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이 사건 안무에는 샤이보이의 전체적인 흐름, 분위기, 가사 진행에 맞게 종합적으로 재구성된 것이다”며 “그룹 구성원의 각자 역할에 맞게 춤의 방식과 동선을 유기적으로 구성했으며 악곡의 느낌에 맞게 상당한 창조적 변형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그룹 뉴진스(위)와 아일릿
◆안무저작권 확립 통해 수익 배분 논의 활발

동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음악 콘텐츠를 ‘시청‘하는 소비가 많아짐에 따라 안무가들에 대한 수익 배분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안무가들에 대한 수익 배분이 이뤄지게 된다면 안무저작권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에는 함석천 대전지법 부장판사를 중심으로 안무저작권학회가 출범했다. 함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열린 학술대회에서 “이번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안무 창작의 룰과 기준을 제공하고, 안무저작권 생태계 구축을 통해 안무 창작에 지속적인 생명의 바람을 불어넣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안무저작권의 사각지대를 없앨 방침이다. 문체부는 저작권 정책 비전과 추진과제를 담은 ‘저작권 강국 실현, 4대 전략’의 일환으로 안무저작권 저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음악방송에서 작곡·작사가와 함께 안무가 이름을 노출하는 등 성명표시권 보호와 저작권 등록·교육·법률상담 등도 다각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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