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벤치 흡연금지구역 설정, 헌법에 위배되나?

박창범 2024. 5.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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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범 닥터To닥터]
실외 공간을 포함해 공중이용시설의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심판 대상 조항인 국민건강증진법 9조 4항 16호에 따르면 연면적 1000㎡ 이상의 사무용건축물, 공장 및 복합용도의 건축물은 시설의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용안내 게시판에 금연 문구가 포함돼 있다. [사진=뉴스1]

최근에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흡연이 금지되는 구역이 점차적으로 늘고 있다. 병원상황도 유사하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이나 근로자들이 흡연을 위해 병원 밖에서 흡연을 하다가 과태료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병원건물이 금연구역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일부러 건물에서 떨어진 곳에서 흡연을 했지만 해당 구역이 병원건물 및 그 소유지라는 이유로 과태료처분을 받는다.

이러한 조치에 대하여 흡연자들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실내의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생각하지만 건물과 떨어진 실외 혹은 실외와 유사한 공간의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물실내는 물론 실외까지 금연구역을 설정하는 현재의 상황은 너무 과도한 규제가 아닐까? 최근에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2019년 금연구역인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광장 벤치에서 흡연을 했다는 이유로 보건소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제8항은 '누구든지 지정된 금연구역에서 흡연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항에서 구체적으로 국회청사, 정부청사, 법원, 지방공기업, 어린이집, 학교 및 학원,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은 물론 '연면적 1천제곱미터 이상의 사무용건축물 및 공장/복합용도의 건축물'도 시설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은 공중 또는 다수인이 왕래할 수 있는 공간에서 흡연을 금지하여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을 방지하고 흡연자수를 감소시켜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실외 또는 실외와 유사한 공간이라도 간접흡연의 위험이 완전히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 흡연/금연구역을 분리하여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담배연기를 물리적으로 완벽히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공중 또는 다수인이 왕래할 가능성이 높은 공공장소의 경우 그 위험이 더욱 크기 때문에 연면적 1천제곱미터 이상의 사무용건축물에 대하여 예외없이 금연부과를 결정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불가피한 조치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해당 조항은 특정장소에만 한정하여 금연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으로 흡연자체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지 않고, 해당시설소유자는 실외나 부득이한 경우에 실내에 흡연실을 별도로 마련하게 하는 등 흡연자의 흡연권도 일정부분 보호하고 있다고 하면서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한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해당조항은 다수인이 왕래할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 흡연자가 흡연을 할 수 없는 불이익이 있지만 간접흡연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하면서 합헌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소 2024.4.25.선고 2022헌바163결정)

이제까지 많은 연구에서 흡연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금연정책은 흡연인구를 줄이고 간접흡연을 피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하여 논란이 없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정부는 마약이나 매춘, 도박과 같이 담배를 해악물질로 규정하고 담배판매를 금지시키거나 담배를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회사의 주식상장을 금지하거나 국민연금과 같은 공공기금이 담배회사에 대한 주식투자를 금지하는 것과 같이 제조사를 규제하는 더 쉽고 합리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대신 담뱃세를 인상하여 담뱃값을 올리거나, 광고를 금지하거나, 판매소에서 담배를 살 때 성인인증을 강화하거나,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것과 같이 소비자를 규제하는 더 어렵고 간접적이고 비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의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헌법재판소는 연면적 1천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에서 실내 및 실외에서 흡연금지구역을 설정하는 이유가 금연조치를 하지 않으면 간접흡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하였다. 만약 이러한 이유라면 건축물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건축물에서 금연조치를 해야 하지만 현재의 규정은 그렇지 않다.

최근에 흡연자의 천국이라고 알려진 프랑스조차도 흡연에 대한 규제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흡연자 감소 및 간접흡연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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