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밥상 물가···저소득층 ‘식비 비중’ 통계 개편 후 최대
고물가에 저소득층 ‘먹거리’ 취약
저소득층 가구의 소비에서 식료품·비주류와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가계 동향 조사 개편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비싼 채소 등 신선식품 대신 ‘통조림’이나 ‘냉동식품’처럼 저렴한 가공식품 소비를 늘리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외식비까지 큰 폭으로 오르며 서민들의 ‘먹거리’가 더 팍팍해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26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 음료 구매에 월평균 26만9000원을 썼다. 외식비(14만1000원)까지 고려하면 전체 소비 지출(131만1000원)에서 약 31.2%를 총 식비 지출에 사용했다. 가계 지출의 3분의 1 가량을 식비에 썼다는 뜻이다.
2019년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소비에서 먹는 데 쓰는 비용은 27.9%였다. 이후 해마다 늘어 2022년에는 30.8%까지 올랐다. 지난해 29.6%로 주춤했던 식비 비중은 올해 들어 다시 상승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식자재 가격이 높아진 데다 배달 음식 등 외식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간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전체 가구의 평균 식료품·비주류와 외식비 비중은 같은 기간 27.9%였다. 전년(26.9%) 대비 올랐지만 2022년(27.9%)과 같았다.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식료품·비주류와 외식비 비중도 24.9%로 2022년(25.7%)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최근 ‘밥상’ 물가 상승으로 저소득층 가구가 먹거리 측면에서는 다른 계층보다 더 취약해졌다는 뜻이다.
가계 소비 지출 대비 식료품·비주류 비율을 뜻하는 엥겔지수만 놓고 보면 예년에 비해 높지 않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소득 1분위 가구 엥겔지수는 20.5로, 전년(19.0) 보다 뛰었지만, 2021년(21.6)이나 2022년(21.7)보다 낮다. 생계유지와 직접 연관된 식료품 지출은 다른 품목에 비해 줄이기 어려우므로 저소득층일수록 엥겔지수 높다.
그러나 엥겔지수에는 외식비용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함정’이 있다. 저소득층 가구의 엥겔지수가 하락한 데는 식료품 등 직접 음식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일반 식당·배달 음식 등에 쓴 외식비도 포함할 경우, 1분위 가구 식비 지출 비중은 소득 계층 중 유일하게 31%를 웃돈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김밥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냉면 가격은 7.0% 각각 올랐다.
올해 고물가에도 저소득층의 엥겔지수가 내려간 데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가공식품 소비가 늘어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세부품목을 보면, 2년 전보다 육류(-3.0%), 신선 수산(-2.1%), 유제품·알(-4.3) 등 신선식품의 지출은 감소했다. 반면 육류 가공품(37.7%), 기타 수산동물가공(30.1%) 등 가공식품에서는 소비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1.6% 늘어난 데 비해 신선식품인 농축수산물은 10.6% 올랐다. 저소득층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가공식품에서 소비를 늘리면서 밥상 물가 부담을 소폭 낮춘 것이다.
고물가로 식탁에 올라온 식료품의 갯수 자체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분위 가구 월평균 과일·과일 가공품 구매액도 1년 전보다 23.2% 늘었지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소비금액은 8.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월평균 과일·과일 가공품 구매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8000원) 증가했고, 실질 소비금액은 11.7% 감소했다. 과일 물가가 오르면서 과일 구매에 쓰는 돈은 늘었지만, 실제 식탁이 올라온 과일 갯수가 1년전보다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과일이 비싸면 통조림 과일 소비가 늘어나는 것처럼 물가가 장기간 고공행진을 이어진다면, 저소득층의 식단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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