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첫 판결 "캐디 등 특수고용직도 '직장 내 괴롭힘'서 지켜내야"

이연우 기자 2024. 5. 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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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대법원 제공

 

대법원이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의 민사상 불법행위를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폭언에 시달리다 사망에 이른 골프장 캐디 A씨에 대한 사건이다.

26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17일 건국대학교가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근무하던 캐디 A씨 사망 사건에서 건국대 법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앞서 2019년 7월부터 파주의 KU 골프장(건국대 운영)에서 캐디로 일했던 A씨는 전체 캐디를 지휘하는 캡틴 B씨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 2020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A씨 사망 이후 유족은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고양지청은 '행위 자체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 지었다.

근로복지공단 고양지사 또한 '업무상 질병'을 인정하면서도 A씨를 비롯한 캐디들이 쓴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근거로 산재보상이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은 B씨와 건국대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1부(재판장 전기흥)가 맡았던 1심에선, 건국대 법인이 B씨의 사용자로서 주의 의무를 기울이지 않아 발생한 괴롭힘에 대한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는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다만 '건국대 법인은 A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고 B씨의 불법행위를 알 수 있었음에도 A씨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망인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무제공을 받는 사업주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지난 17일 건국대 법인이 낸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을 대리했던 직장갑질119 측은 "이번 확정 판결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괴롭힘 피해 방지를 위한 회사의 직접적 책임을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을 포함해 전체 특수고용노동자, 배달노동자의 사업주에게 일반적인 보호 의무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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