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파행’ 영진위 재가동…각자도생 영화업계 ‘리더십 과제’ 산적

김은형 기자 2024. 5. 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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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한상준 신임 위원 임명
9명 위원 중 위원장 선출 우선
반토막 난 지원 예산 복구하고
‘OTT 홀드백’ 등 난제 풀어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이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회의실에서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인 양윤호(왼쪽)·한상준(오른쪽)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신임 위원 2명을 24일 임명하면서 위원장 공석으로 4개월간 사실상 멈췄던 영진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8일 박기용 영진위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2명의 임기가 끝나고 박 위원장이 자동 연장됐던 임기를 반납하면서 영진위는 수장 없는 공백기가 이어졌다. 영화제와 지역·독립영화 지원 예산 삭감, 영화산업 침체 등의 문제들이 불거지고 직무 대행체제에서 사무국장 인사를 추진하며 내부 잡음까지 흘러나오자 지난달 말 18개 영화단체는 문체부의 영진위 위원 임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한상준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영진위 신임 위원으로 영화계에서 납득할 만한 인물인 한상준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양윤호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이 오면서 영화인들은 한숨 놓는 분위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진위는 영화계 의견을 수렴해 신임 위원 후보를 계속 제출했지만 임명이 미뤄지면서 영화계가 반대하는 코드 인사를 정부가 밀어붙이거나 인사를 내지 않음으로써 영진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이명박 정부 때도 장관을 하면서 극우 인사로 영진위 지원사업 결정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결국 해임된 조희문 전 영진위원장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임명제로 바뀌었던 위원장 선임 방식은 영진위가 블랙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선 뒤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다시 호선제로 바뀌었다. 영진위의 해결 과제들이 산적한 만큼 9명 영진위 위원의 위원장 선출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위원장이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문제로 영화인들은 올해 반토막 난 지원 예산 복구를 꼽는다. 5월은 부처별 예산 편성이 이뤄지는 시기로 하반기 국회에 예산안이 제출된다. 올해 영진위 예산 심사에서 탈락한 한 지역영화제 관계자는 “올 한해는 행사들을 축소하면서 이 대신 잇몸으로 버틴다는 각오로 영화제를 열겠지만 내년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10년, 20년 열려온 많은 영화제가 결국 문을 닫을 것”이라며 “한국은 예술영화관 부족을 영화제들이 메꾸는 측면이 있는데 영화제들이 고사하면 상업영화 발전에도 연료가 되는 다양성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이후에도 원상복구되지 않는 관객 수나 이로 인해 초래된 영화산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논의도 시급하다. 영진위는 지난해 5월 극장, 투자배급사, 제작사 단체 등을 모아 대화를 시작했고 9월부터 한국영화위기극복정책협의회를 발족해 시장 활성화 논의를 진행해왔다. 극장 관람료 상승에도 불구하고 극장 간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는 객단가(실제 관람료) 문제, 극장 개봉 뒤 지나치게 빨리 영화들이 오티티(OTT) 플랫폼으로 옮겨가며 극장 관객을 줄이는 홀드백 문제 등이 토론됐으나 지난 3월 이후 모든 논의가 보류된 상태다. 의견 차가 큰 이해당사자를 설득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영진위의 리더십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위원장 공석 이후 영진위 직원 절반이 휴직 중이라는 날 선 농담이 나올 정도로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는 것도 신임 위원장의 몫이다.

양윤호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업계 1위 씨제이(CJ)엔터테인먼트의 신작 투자가 사실상 중단되고 멀티플렉스 3사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출혈경쟁을 하는 등 업계 리더들이 각자도생에 급급한 상황에서 한국 영화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판 짜기를 영진위가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영화산업은 각자 이해관계가 달라도 같은 비전이 있어야 성장하는데 지금은 업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극장과 투자배급사, 제작사들의 온도 차가 유례없이 크다”며 “영진위가 책임감을 가지고 이 괴리를 조정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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