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1000만원도 거뜬…‘金생리대’라고 불러야 하나요 [세계 월경의 날]

2024. 5. 2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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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생리대 1971년 탄생…올해 54년차
개당 357원에서 1555원까지 가격 천차만별

4년 사이 20%나 넘게 오른 생리대 물가지수
이제 편의점 유기농 생리대 1개 1000원 육박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평균 35년, 횟수로 450~500번의 생리를 하는 여성이 일평생 쓰는 생리대 값은 얼마일까. 출혈량도, 생리 주기도 사람마다 편차가 크지만 평생 1만6000여 개를 쓴다고 가정해 보자. 중형 기준 일반 생리대(357원, 여성환경연대 자료)라면 약 570만원, 유기농(432원)이라면 약 691만원이 든다. 물가 상승률에 탐폰·팬티형 생리대 가격까지 더해진 종합 비용은 1000만원을 육박한다. 진통이나 피부 트러블을 위한 약값은 제외했다.

헤럴드경제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앞두고 생리대의 역사와 가격을 짚어봤다. 세계 월경의 날은 독일의 비영리단체 ‘워시 유나이티드’가 월경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이다. 월경 기간(5일)과 주기(28일)의 의미를 담았다.

규격화된 생리대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세계 1차 대전 시기에 시작됐다. 당시 군인들을 치료하는 간호사들은 전쟁 중 면 생리대를 세탁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에 킴벌리 클라크 사가 만든 솜 대용품인 ‘셀루코튼’을 활용해 만든 붕대를 활용, 생리대로 사용했다.

1970년대 당시 생리대 광고. [온라인 커뮤니티]
1995년 유한킴벌리가 내놓은 한국형 생리대 '화이트' [유한킴벌리 제공]

한국에서는 유한킴벌리가 1971년대 초 ‘코텍스’라는 생리대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당시 끈을 묶어야 했던 생리대에서 발전한 접착식 생리대는 1975년 등장했다. 이후 소·중·대형으로 세분된 데 이어 현재 팬티형 생리대까지 종류와 모양이 다양해졌다.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생리대에 대한 인식도, 그리고 시장도 진화했다. 건강권과 연결된 여성의 필수품이라는 인식이 커지며 여성계의 요구로 한국에서는 2004년 부가가치세(10%)가 폐지됐다. 이후 2017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생리대에서 검출되는 일명 ‘생리대’ 파동이 일면서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안전성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후 지난해 기준 국내 생리대 시장에서 유기농 생리대 비중은 약 40%로 높아진 상태다.

가격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졌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일회용 생리대 가격 및 광고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유기농 생리대는 일반 생리대보다 평균 26.56%(195.56원) 비쌌다. 유통채널별 천차만별인 가격도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당시 여성환경연대 측은 “생리대 제조사들은 원자재·인건비·연구비 증가를 가격 인상 요인으로 든다”며 “하지만 조사에서는 광고비와 다양한 인증마크 획득을 위한 비용, 독과점 구조가 생리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추정됐다”고 지적했다.

2023년 5월 기준 500여개 생리대 제품을 분석한 가격 표. 평균값을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유기농 여부, 사이즈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여성환경연대]

여기에 물가는 부담을 더 키웠다. 이를 드러내는 지표는 생리대 물가지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101.24였던 생리대 물가지수는 지난달 122.5로 4년 사이 약 20% 급증했다. 4월 기준 생활물가지수(116.55)는 물론, 최근 급등한 식품물가지수(121.82)보다 높다. 1년 전과 비교해도 생리대 물가지수는 6.48 올랐다. 이 역시 식품물가지수의 상승 폭(3.98)을 웃돈다.

올해도 생리대 가격 인상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이달부터 엘지유니참의 ‘쏘피 바디피트 내몸에 순한면(편의점가)’ 생리대 중간 크기(4개)는 2400원에서 2600원(8.3%↑)으로, 중 사이즈(18개)는 9400원에서 9900원(5.3%↑)으로 인상돼 판매 중이다.

올해 4월 유기농 브랜드 라엘은 중간 크기(4개) 생리대 편의점 판매가를 3400원에서 3900원으로, 중 사이즈(14입)는 8900원에서 9400원으로 가격을 각각 올렸다. 지난해 6월 국내 여성용품 점유율 1위인 유한킴벌리도 ‘좋은느낌’ 등 생리대 20여 종의 판매 가격을 약 5~8% 인상했다.

청소년이 생리대를 고르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생리대는 청소년·성인 여성의 필수품이다. 특히 급격한 가격 인상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이다. 2016년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쓰는 일이 보도된 후 생리용품을 구입할 수 없는 ‘월경 빈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가격 인상은 멈추지 않고 있다. 가격 안정화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보다 각 지자체나 기업 등 사회공헌활동 및 지원 사업 차원에서 해당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

가격이 오르면 지원 금액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청소년 생리용품 구입비를 지역화폐로 지원하는 경기도는 사업 첫해인 2021년 1인당 1만1500원을 지원했다. 2022년에는 1만2000원, 2023년~2024년 상반기에는 1만3000원으로 금액을 올려 지급하고 있다. 최근 가격이 오른 만큼 향후 지원비의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리대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생리대 가격 부담이 커지자 오히려 유통채널이 가격 안정에 나서기도 한다. 홈플러스는 시중가 대비 약 20%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며 지난해 2월 PB상품 ‘착한 생리대’를 내놨다. 이 상품은 올해 2월 24일~5월 23일(3개월) 매출은 직전 3개월 대비 160% 증가했다. 가격 부담을 줄이자, 소비자 선택이 이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여성용품 시장은 2017년 5375억원에서 2023년 6345억원으로 18% 성장(유로모니터)했다. 생리대는 여전히 여성용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핵심 품목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3~5년 입는 생리대, 생리컵 등 제품 다변화에 따라 ‘물 건너온 생리대’를 해외 직구를 하는 여성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업계에서는 여성 건강에 집중한 팸테크(FemTech) 시장을 키우고 있다. 헤이뮨, 핑크다이어리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은 생리 주기 관리와 함께 관련 위생용품들을 연계해 판매한다. 올리브영 역시 올해 3월 월경 주기 관리 서비스를 모바일 앱에 도입하며 여성용품에 집중한 ‘W케어’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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