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할 적기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프리뷰]

박성진 2024. 5. 26. 12: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식 인터뷰 중인 야닉 시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3년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2004년 이후 라파엘 나달의 첫 프랑스오픈 결장이 확정됐다. 프랑스오픈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나달이 불참하면서 관심은 황태자, 카를로스 알카라스로 향했다. 스페인 태생, 10대 그랜드슬래머, 클레이코트 강자라는 여러 공통점은 알카라스가 나달의 뒤를 이어 프랑스오픈의 아이콘이 될 것이는 전망을 낳았다. 하지만 최후에 웃은 자는 또 노박 조코비치였다. 나달로 시작해 알카라스를 거쳤으나 조코비치로 끝난 2023 프랑스오픈 남자단식이었다.

올해의 상황은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작년과 유사하다. 조코비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세계랭킹 1위이며, 알카라스, 시너와 같은 젊은 선수들이 조코비치의 자리에 도전하고 있다. 나달은 본인의 마지막 프랑스오픈에서 2년 만에 알렉산더 즈베레프와 맞대결이 성사됐다. 그랜드슬램 역사상 1회전 최고의 빅뱅이라고 소개하는 매체가 있을 정도다. 나달을 여전히 지도하고 있는 카를로스 모야 코치는 "나달은 코트 위에서 죽을 때까지 뛸 것이다(Rafa will play to the death)"라는 다소 섬뜩하면서 비장한 인터뷰를 하면서 현재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대회 초반 최고의 이슈 메이커는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나달이다. (한편 나달은 가장 최근 인터뷰에서 올해가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슈를 제외하고, 조금 더 경기력적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 작년과 올해의 분위기는 정말 사뭇 다르다. 조코비치, 나달의 노쇠화가 더욱 뚜렷해진 가운데,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올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나달의 첫 우승부터 프랑스오픈은 나달(14회), 조코비치(3회), 페더러(1회) 등 빅 3와 깜짝 대우승을 차지한 스탄 바브린카(1회, 2015년)만이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었다. 

올해만큼은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할 적기다. 시너와 알카라스 등 20대 초반 세대교체 기수들도 그렇지만, 그간 줄곧 세계 10위 이내를 유지했었던 기존의 강호들도 충분히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랜드슬램 등 커다란 스포츠 대회 토너먼트에서 전승으로 우승하기 위해서는 운칠기삼의 대명제가 필수적인데, 20대 상위권 선수들은 각자 그들만의 두뇌 회로 속에 '운칠'의 명제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판은 벌써부터 그렇게 조성됐다.

2024 시즌 부문별 (5월 25일까지)
(그랜드슬램 ~ ATP 250 / 본선 성적 기준 / 최소 10경기 이상)

다승
1위. 캐스퍼 루드 34승
2위. 야닉 시너 28승
3위. 알렉산더 즈베레프 27승
4위. 알렉스 드 미노, 후베르트 후르카츠 25승
6위. 다닐 메드베데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 24승
..
노박 조코비치 14승 (T-29위) 
라파엘 나달 7승 (T-70위)

승률
1위. 시너 93.3%
2위. 루드 79.1%
3위. 알카라스 78.3%
4위. 메드베데프 77.4%
5위. 즈베레프, 디미트로프 75.0%
...
조코비치 70.0% (T-13위)
나달 63.6% (T-25위)

평균 세트 득실 (그랜드슬램 5세트 매치 포함)
1위. 시너 +1.74
2위. 알카라스 +1.22
3위. 루드 +1.00
4위. 즈베레프 +0.97
5위. 조코비치 +0.95
...
나달 +0.45 (T-21위)

평균 게임 득실
1위. 시너 +5.71
2위. 알카라스 +4.43
3위. 조코비치 +3.85
4위. 루드 +3.21
5위. 치치파스 +3.0
...
나달 +2.45 (10위)

작년과 가장 대비되는 선수는 누가 뭐래도 조코비치다. 매년 호주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조코비치는 언제나 시즌 초반부터 경쟁 선수들에 비해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프랑스오픈 기간 중 37세가 되는 조코비치인데 그의 몸 관리는 경외로운 수준이었다. '슬로우 스타터'와는 거리가 멀었던 2024년 이전의 조코비치였다.

하지만 조코비치가 올해 너무 부진하다. 시즌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데, 경기 수는 고작 20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승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14승 6패, 70%다. 승률 70% 정도면 토너먼트 16강~8강 정도다. 호주오픈 4강에서 패하고, 인디언웰스에서 깜짝 패배를 당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승패는 병가지상사일 수 있다고 여겨졌지만 클레이 시즌으로 들어와서도 조코비치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끝판왕이 더이상 끝판왕스럽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 사이 20대 선수들은 드디어 세대교체 시즌이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다. 대표 주자는 호주오픈 우승자 야닉 시너다. 시너는 이번 시즌 28승 2패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평균 세트 득실, 게임 득실에서도 모두 1위라는 것은, 시너의 경기 내용도 역시나 훌륭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수치다.

다만 이번 시즌 내내 경기를 할 때마다 손목 부분의 통증을 참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클레이 시즌이 되면서 고관절마저 부상이 심해졌다. 5월 로마오픈을 건너 뛰면서도 이번 프랑스오픈을 준비했으나, 이 대회는 3세트가 아닌 5세트, 그리고 체력 소모가 더 심한 클레이코트 대회다. 시너의 최대의 관건은 다름아닌 그의 건강 이슈가 될 것이다.

알카라스도 마찬가지다. 호주오픈에서의 부진(8강), 그리고 2월 남미 투어 중 입은 발목 부상으로 인해 알카라스의 본격적인 시즌 시작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인디언웰스에서 우승하며 부상의 타격은 없는 듯 보였고, 시즌 승률을 78%대까지 끌어 올리며 정상적으로 출전하는 경기에서는 여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월 출전 대회 수가 많지 않아 전체 경기 수는 23경기, 다승은 18승(5패)에 불과하다. 다만 알카라스도 시너와 마찬가지로 부상 이슈가 계속된다는 점, 특히 최근 오른팔 부상으로 로마오픈을 결장한 점은 그랜드슬램 5세트 매치에서는 여전히 위험 요소로 남아 있다.


(클레이의 강자들, 루드(좌), 치치파스(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시너와 알카라스 같은 20대 초반의 신흥 강자 말고 기존 강호 중에 주목해야 할 선수는 누구일까? 올해 분위기를 종합했을 때 가장 떠오르는 이름은 캐스퍼 루드다. 지난 대회 준우승자이기도 한 루드는 올해 조용한 상승세를 계속 이어나가는 중이다. 투어 레벨 이상 대회에서는 43경기나 뛰며(조코비치, 알카라스 경기를 합한 수와 같다) 34승 9패를 기록 중이다. 최다 전적, 최다승 부분에서 중간 1위에 올라있다. 꾸준한 안정감과 내구력만 놓고 본다면 루드가 올해 가장 돋보인다.

여기에 루드는 올해 클레이코트에서만 2차례(바르셀로나오픈, 제네바오픈) 우승하며 클레이에서의 상승세 또한 계속되고 있다. 루드는 올해 클레이코트에서는 17승 4패, 81.0%의 승률을 기록 중인데, 치치파스(13승 3패, 81.3%)에 이어 10경기 이상 클레이코트 승률에서는 2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커리어 역사상 커다란 임팩트가 없다는 점이 루드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이번 프랑스오픈은 본인의 이력서에 가장 대표적인 성과를 추가할 수 있는 적기이다.

알렉산더 즈베레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등 기존 클레이 강자들도 언제나 주목해야 할 선수가 되고 있는 가운데, 2명의 러시안, 메드베데프와 루블레프의 최근 경기력은 경쟁자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시즌 첫 번째 그랜드슬램이었던 호주오픈에서는 야닉 시너가 우승하며 세대교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이번 시즌의 전체적인 흐름은 호주오픈 결과와 같은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올해 프랑스오픈은 어떠할까. 빅3의 종결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봐도 되는 가운데, 시너, 알카라스, 루드의 이름을 꾸준히 주목해 보자.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테니스코리아 구독하면 윌슨 테니스화 증정

▶테니스 기술 단행본 3권 세트 특가 구매

#종합기술 단행본 <테니스 체크인>

Copyright © 테니스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