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소방관 유가족 지원, 어땠길래…소방청, 첫 실태조사 나선 이유는

성소의 기자 2024. 5.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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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 보상에 맞춰진 유가족 지원 제도·사업
연구진 '개별 면담' 통해 '진짜 니즈' 파악
"순직 유가족들이 원하는 건 '돈'만이 아냐"
"소방관 죽음 잊히지 않도록 노력해주는 것"
[서울=뉴시스] 소방청이 순직 소방공무원의 유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첫 실태조사를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진=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제공). 2024.05.26.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소방청이 순직 소방공무원의 유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한 첫 '개별 면담'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금전적 보상에 초점이 맞춰진 현재 유가족 지원 체계에서 나아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다.

2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순직 소방관들의 유가족에 대한 지원은 대체로 금전적 보상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예를 들어 재난, 재해 현장에서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 작업 등 위험직무를 하다 순직한 소방관의 유족에게는 소방관 월급의 55~65% 수준의 연금이 지급된다.

매달 지급되는 연금 외에 월급 평균의 60배 정도에 달하는 일시 보상금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 밖에 대한소방공제회에서 특별위로금을 제공하거나 전국 소방공무원들이 모금을 통해 특별 성금을 유족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순직 소방관 유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투입되는 사교육비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 또는 협회·재단 차원에서 순직 소방관 유자녀에 소정의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소방 당국은 그 과정에서 장학금 대상자를 추천하고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넉넉한 재정에 기반한 정부 차원의 지원보다는 민간의 기부와 기탁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순직 소방관 유족에 관한 제도나 정책이 '물질적 보상'에 치중돼있는 점에 아쉬움을 표한다고 한다.

유가족들이 바라는 건 단순히 '돈'이 아니라 순직한 소방관들의 죽음이 잊혀지지 않도록 지금보다 순직 소방관들의 예우를 한층 강화하는 것, 유가족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 프로그램 등이라는 게 소방계의 전언이다.

정부가 설계하는 정책과 유가족들이 원하는 지원 사이에 다소 괴리가 있는 것이다. 최근 소방청이 유가족의 지원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실질적인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결심한 이유다.

연구진에게 유가족 대상자들의 정보를 주면, 유가족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 등을 진행해 유가족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바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조사에서는 순직 소방관 추모 문화에 관한 해외사례 연구와 최근 20년 간 현장 활동 도중 발생한 순직사고의 위험 요인을 들여다보는 연구도 진행된다.

순직 소방관에 대한 예우와 추모 문화가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자연스레 유족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매년 순직 제복공무원들에 대한 추모 주간을 정해 그 기간 동안 이들을 기리는 행사를 성대하게 연다.

비영리법인과 정부가 유가족에 대한 지원 기능을 분담해 순직 제복공무원들의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각종 치유 프로그램과 추모 행사 등을 지원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소방관의 순직 사실이 알려지면 '반짝' 관심을 기울였다가 시간이 흐르면 빠르게 잊는다. 비영리법인과 재단이 활성화돼있지 않아 해외 선진국들만큼 유가족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해외의 경우 소방이나 군인, 경찰의 명예로운 부분들을 강조하고 그런 부분을 높게 기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공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 유가족에 대한 배려나 지원이 잘 돼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나는 제복 공무원들의 봉사와 희생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존경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사망하고 난 이후에 유가족과 순직 공무원에 관한 관심이나 배려가 길게 이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소방 당국이 순직 소방관을 기리는 전국민 추모 행사를 추진하기로 하고, 유가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이제 막 '첫 발'을 떼는 단계다.

더구나 국가의 재정이 투입되는 정부 사업이기 때문에 예산 상황에 따라 사업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우려도 존재한다.

이 교수는 "순직 공무원들의 유가족에 대한 여러 차원의 돌봄이 필요하고 유가족이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데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관심을 더 갖고 노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방청 관계자는 "연구를 통해 유가족들의 니즈를 들어보려고 한다"며 "자녀에 대한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면 돈으로 장학금을 주는 게 맞는 것인지, 다른 교육기관과 연계해서 도와주는 것이 나을지 등등 여러가지 니즈들이 나오면 그걸 토대로 지원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청은 올해 연말 연구결과가 나오는 것을 목표로 용역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아직 연구용역 계약 체결이 안 된 상태"라며 "올해 연말 정도에 결과가 나오는 걸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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