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좋아도 입지 흔들리는 바이든…‘이것’ 때문? [뉴스 쉽게보기]

신화 기자(legend@mk.co.kr),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4. 5. 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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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좌)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얼마 전까지 ‘미국 경제가 역대급 호황이다’라는 기사가 쏟아졌어요. 높은 경제성장률에 주가지수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고, 실업률까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미국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경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현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유권자가 늘어나면서, 다가오는 11월에 치러질 예정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정부가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죠.

경제 좋다는데, 왜 심판대에 올라?
경제는 호황인데 정권은 경제정책 실패로 심판을 받는다니, 무슨 상황인 걸까요? 세계적인 경제 매체인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미국의 유권자들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건 강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때문이에요.

FT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유권자 10명 중 7명(71%)은 현재 미국 경제 여건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고 해요.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한 사람도 5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고요. ‘경제를 누가 더 잘 다루느냐’는 질문에선 계속해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어요. 다른 나라들이 경기 침체를 겪는 와중에 미국 홀로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는 호황을 보이면서 ‘미스테리하다’는 분석까지 나왔죠. 지난 3년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3.4%를 기록했고, 올해도 주요국 가운데 드물게 3%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요.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어요.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3.8%로 사실상 완전 고용에 가까운 수준이에요.

실제 경제 상황과 유권자가 느끼는 경제가 다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인플레이션이라는 분석이 나와요. 아무리 주가지수가 오르고 실업률이 낮아도, 물가를 잡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거죠.

미국 물가가 어떻길래?
미국에서 물가가 치솟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했던 지난 2020년부터였어요.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경기가 둔화하자, 미국은 기준금리를 확 내리고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택했죠. 문제는 시중에 돈(유동성)이 급격하게 풀리면서 물가 상승을 유발했다는 거예요. 여기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를 더 끌어올렸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연합뉴스
지난 3년간 나타난 유례없는 고물가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고, 세계 곳곳에서 관찰됐어요. 아직 높은 물가와 싸우고 있는 국가들이 많은데, 미국의 경우 2022년 한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를 넘어서기도 했다가, 최근에는 3%대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많이 안정됐는데...뭐가 문제야?
물가상승률 자체는 안정세에 접어든 게 맞지만, 문제는 이게 시민들에게 와 닿지는 않는 상황이라는 거예요.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건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물가 수준’ 자체에 가깝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상품의 가격이 ‘얼마나 빠르게 오르느냐’보다 ‘얼마나 높냐, 낮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9%였던 물가상승률이 3%로 내려갔다고 해도 물가가 내려가는 건 아니에요. 상승하는 속도가 줄어들었을 뿐이지, 물가는 여전히 높기 때문에 사람들이 느끼는 물가는 여전히 너무 높은 거죠.

실제로 유권자가 경제를 평가할 때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같은 지표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꽤 있어요. 실업률은 실직한 사람이 아니면 체감하기 어려운 지표고, 경제성장률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물가는 조금만 올라가도 모두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어요. 특히 식료품이나 휘발유처럼 일반 소비자들이 자주 사는 품목의 가격은 더 민감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지난 몇 년 새 가격이 크게 뛴 품목이 식료품과 에너지이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올라간 물가에 깜짝 놀라고 있는 거예요.

정말 물가 때문에 정권이 바뀔까?
과연 높은 물가 때문에 정권이 교체되는 일이 벌어질까요? 과거를 돌아보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의 정치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물가 상승률은 정권 교체에 큰 역할을 미쳐요.

유라시아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지난 1970년부터 2022년까지 ‘인플레이션 충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위 10% 수준의 심각한 물가 상승은 총 57번 발생했어요. 인플레이션 충격이 발생하면, 향후 2년간 선거를 했을 때 권력 교체가 일어난 사례는 76%에 달했어요. 1996년 이후에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해져서 정권 교체 비율이 80%에 달했고요.

‘슈퍼 선거의 해’, 더 중요한 물가
올해는 전 세계에서 76개국이 선거를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예요. 상반기에 이미 전국 단위 선거를 치렀거나 곧 치를 예정인 나라는 34개국인데, 지금까지 선거 결과를 보면 물가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향성이 뚜렷했던 것으로 나타났대요.
지난달 28일 치러진 일본 보궐선거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은 3개 지역구에서 모두 패배했어요. 최근에 일어난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에요.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15% 오르면서 4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어요. 반면 1인당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2.5% 줄어들면서 2년 연속 감소했죠. 물가는 치솟는데 임금은 하락하면서 국민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자, 정권에 대한 심판 여론이 들썩인 것으로 보여요.

그동안 물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영국, 포르투갈, 튀르키예에서도 집권 세력이 선거에서 패배했어요. 2022년 물가상승률이 연 11.1%로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던 영국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보수당이 참패했어요. 하반기에는 총선을 치를 예정인데, 14년 만에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해요.

반대로 물가를 성공적으로 관리했던 정부들은 정권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어요. 인도네시아는 기존 대통령 집권기인 2022~2023년 2년간 5.18%로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면서 물가를 3~4%대로 관리하는 데 성공했어요. 그 결과 지난 2월에 치른 대선과 총선에서 기존 집권당이 승리할 수 있었죠. 인도는 오는 6월까지 총선을 치를 예정인데, 10년째 집권 중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에요.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물가를 관리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에요.
선거가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고?
문제는 선거를 앞둔 정부가 표심을 얻기 위해 내놓는 경제 정책이 물가 상승세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거예요. 현금성 지원 정책이나,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이 대표적으로 물가를 자극하는 정책이에요. 그런데 트럼프 후보는 전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감세를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상황이에요. 정부가 세금 부담을 줄이면 소비와 투자가 촉진되기 때문에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어요.

후보들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심을 끌 만한 정책을 내놓는 건 자주 있는 일이지만, 무분별한 공약 경쟁은 훗날 사회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어요. 과연 그동안 우리를 힘들게 했던 고물가 현상이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끝나게 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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