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모텔서 폭행·사망한 여성…성매매 위해 지적장애인 입양?

마아라 기자 2024. 5. 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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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공개된 '찹쌀공주와 두 자매-여수 모텔 살인 사건'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여수의 한 모텔에서 50대 여성이 30대 조카에게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찹쌀공주와 두 자매 - 여수 모텔 살인 사건'에서는 2년 전 발생했던 여수 모텔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2022년 5월17일, 여수의 한 모텔을 운영하는 가족은 건강이 좋지 않았던 여동생이 갑자기 사망했다며 장례지도사에게 빠른 시신 수습을 의뢰했다.

시신을 본 장례지도사는 사망자의 머리가 크게 부어있고 곳곳에 멍이 발견된 점, 동생이 사망했음에도 슬픈 기색을 보이지 않는 가족들의 모습 등에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모텔 안의 CCTV를 확인했다. 모든 기록이 삭제돼 있자 경찰은 수상함을 느끼고 CCTV를 복구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복구된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피해자 경애씨는 사망 3일 전 30대 조카에게 여러 차례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청소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언니와 조카는 그런 그를 모텔 비품실에 방치했다. 결국 피해자는 사망하고 말았다. 늑골 골절과 폐 파열, 이로 인한 흉곽내출혈이 사망의 주원인이었다.

수사 결과 피해자는 이 가족들의 진짜 혈연관계가 아니었다. 피해자 경애씨는 1987년 24세의 나이에 언니네 집에 입양됐다. 언니 박씨의 부모인 박 영감네는 이미 다섯자녀가 있었다.

주민들은 당시 박 영감이 여인숙을 운영했는데 이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박 영감의 여인숙이 있던 곳은 오랜 기간 전남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역이었다. 주민들은 이들이 지적장애가 있던 경애씨를 입양해 성 착취했다고 주장하며 '현대판 노예'였다고 표현했다. 경애씨가 착하고 순박하며 유독 하얀 피부를 가져 찹쌀공주라고 불렸다고 기억하기도.

특히 주민들은 당시 성매매 업소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딸로 입양시키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의 아들은 식모 역할로 데려왔을 뿐 성 착취나 학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딸로 입양을 한 이유는 경애씨가 결혼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경애씨의 입양과 출생신고가 동시에 이뤄진 날, 20세 경희씨도 같은 방식으로 입양됐다. 하지만 박씨 아들은 경희씨가 자발적으로 성매매했다고 주장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경애씨는 입양된 지 4년 후 한 시골에 살던 남성과 결혼했다. 이후 남편이 사망하자 박 영감네로 돌아왔다. 경애씨가 돌아왔을 당시 박 영감네는 여인숙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았고, 이에 경애씨는 언니가 운영하던 모텔에 살게 됐다.

언니 박씨는 장애인 연금을 받기 위해 경애씨를 장애인 등급으로 신청했다. 경애씨는 사망한 남편이 남긴 8000만원가량의 재산도 갖지 못하고 언니에게 착취당했다. 경애씨 명의의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다음 날 돈이 바로 빠져나갔다. 박씨는 경애씨가 사망한 4일 뒤에도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다. 10년간 착취한 금액만 4000만원.

제작진은 경애씨 다음으로 입양됐던 경희씨를 찾았다. 그는 성매매하지 않으려 반항한 후 폭행을 당해 집을 나왔다고 전했다. 경희씨 역시 지적장애인으로 밝혀졌다. 경희씨는 박 영감네에 입양돼 성매매에 동원됐고 아기를 못 낳게 수술했다고 증언했다. 월급도 받지 못했다고.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인우보증제는 집에서 출산하는 일이 다수였던 일제강점기에 처음 만들어졌다. 이는 이웃이나 지인, 친척 등 최소 성인 2명이 보증할 경우 병원의 출생증명서 없이 출생 신고와 사망 신고를 가능하게 한 제도로 2016년 폐지됐다. 박 영감 부부는 이를 이용해 두 여성을 입양했다.

전문가는 "그렇게 팔려 간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 그들이 어딘가에서 여전히 착취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제도가 바뀌었으니까 문제없다고 하는 건 되게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지적하며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가족이 장애인 여성을 데려와 대대손손 부려 먹고 인생을 완전히 짓밟아버린 사건의 판결은 어땠을까.

경애씨의 사망으로 박씨 부부의 딸인 정씨는 지난 9월 징역 20년 형을 받았다. 박씨 부부는 경애씨가 위중한 것을 알면서도 방치해 유기치사 혐의로 각각 징역 6년과 2년을 선고받았다. 경애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조카는 1심에서 징역 25년, 항소심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마아라 기자 aradazz@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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