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정부가 공인하는 공인중개사는 왜 존재하나요?"···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눈물

권윤수 2024. 5. 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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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가구가 한 사람에게 당했다
전세보증금 8,4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지난 5월 1일 세상을 떠난 30대 여성.

생전 그가 거주했던 대구 남구의 다가구 주택을 찾았습니다.

대구 도시철도역과 가깝고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투룸이나 스리룸, 빌라가 많은 주택 밀집 지역에 다가구 주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여성이 살았던 집 문 앞에는 하얀 국화가 놓여 있었습니다.

해당 건물에서 임대인 조 모 씨로부터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만 10여 가구입니다.

신혼부부인 김 모 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6개월 전 전세 계약이 만료된 김 씨는 조 씨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아 새 보금자리로 이사할 예정이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자녀 계획도 꿈꿨습니다.

하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습니다.

집주인 조 씨는 1억 2,500만 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김 씨는 "알면 알수록 피해자가 법적으로 도움을 받을 방법은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두 허울이었고 실질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진짜 껍데기밖에 없다"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면서 "부동산 관련 법도 그렇고,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계약했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피해자가 그 피해를 오롯이 다 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에 따르면 임대인 조 씨는 자기 명의로 된 집이 대구에만 수십 채에 달합니다.

조 씨의 배우자와 자녀 명의의 집으로도 수십 명과 전세 계약을 맺은 뒤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가 공인하는 공인중개사는 왜 존재하나?
박 모 씨도 조 씨와 전세 계약을 했지만, 계약 만료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전세보증금 1억 9,95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 씨는 "조 씨로부터 사기당한 피해자 중 자신의 사기 금액이 '톱3'에 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박 씨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조 씨는 돈이 없다며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 씨는 "민사에서 승소하면 당연히 돈을 받을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법이, 이 사람이 돈을 안 주면 그만이다"라며 울먹였습니다.

이어 "피해자 대부분이 다 공인중개사를 안 통한 사람이 없다. 물론 사기를 작정하고 하면 이길 사람이 없겠지만, 나라에서 공인 주는 공인중개사가 중개했는데 이렇게 되면 계약서가 왜 필요하냐?"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 추진
전세 사기 특별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5월 20일 대구의 전세 사기 피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구갑·을지로위원회 위원장)과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남동구갑), 임미애 국회의원 당선인(비례대표), 허소 더불어민주당 대구 중남구 위원장 등은 대구 전세 사기 피해자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박 의원은 "전세 사기 피해자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특별법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거부권 행사 여부가 약간 불투명하고 불명확한 상황인데, 정부도 전세 사기 피해자분들의 딱한 사정을 안다면 거부권 행사를 안 할 것으로 그렇게 기대하고 또 강력하게 요청한 바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가 개원함과 동시에 다시 재입법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현행 특별법으로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피해자로 인정받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피해자 선정 기준을 완화하고, 정부가 먼저 피해자를 지원한 뒤 범죄인으로부터 돌려받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침을 개정안에 담았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피해자 지원에 수조 원이 들어간다고 주장하며 특별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세 사기 고충 접수센터장은 "특별법에 의하면, 보증금 전액을 국가가 보상해 주는 게 아니라 보증금 중에 30%에 해 해당하는 최우선 변제금을 국가가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라면서 "'5조 원의 예산이 들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뒤 1만 3,000명이 피해자로 인정됐지만, 실질적인 회복은 더디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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