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디아’시대 열리자 ‘이십만닉스’까지…혼자 남은 ‘7만전자’의 카드는? [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의 위클리반도체-5월 넷째 주 이야기
22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직전 월가에서 내놨던 서늘한 전망입니다. 실적 발표 전 잇따라 증권사들이 전망치를 잔뜩 높이고 투자자들도 이를 추종하며 기대치가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전망을 넘어서는 전망’을 다시 또 엔비디아가 넘어서지 못한다면 오히려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였죠.
‘금메달을 따야 본전’이라는 기대를 받는 어느 올림픽 챔피언의 마음처럼 부담감과 긴장감을 등에 업고 젠슨 황 엔디비다 대표가 실적 발표 IR을 시작했습니다.
그가 보여준 것은 시장의 기대를 가뿐하게 뛰어 넘는 엄청난 퍼포먼스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숨겨왔던 비장의 무기도 더 선보였습니다. 한편의 공연 같았던 IR이 끝나자 투자 시장에선 박수갈채가 이어졌습니다.
장 마감 후 장외 7% 가까이 주가가 오르며 결국 ‘천비디아’를 돌파했습니다. 그 놀라웠던 신기록 달성 현장을 이번 주 위클리반도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전망도 좋다고 발표하며 투자자들에게 환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매출이 28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시장의 예상 266억1000만 달러를 더 넘어서는 것이죠.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내놓을 자신이 있다는 게 지금의 엔비디아가 최근 즐겨 보여주는 ‘묘기’입니다.
엔비디아가 춘 실적 댄스의 마무리는 주식을 10대 1로 분할한다고 밝히면서 마무리됐습니다.
물론 주식을 쪼갠다고 해서 엔비디아의 시총이 당장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8조각짜리 피자를 10조각으로 자른다고 해서 피자 크기가 커지지 않는 것처럼요.
다만 한 조각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기 때문에 보 더 여러 사람이 피자를 가져볼까 고려해 봄직 하게되죠.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액면분할을 단기적으로 주가에 도움이 되는 주주 정책으로 봅니다.
실제 실적 발표 직후 4% 정도 상승했던 엔비디아는 주식 분할 발표 이후 상승 폭을 늘려 7% 이상 급등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산업 혁명이 시작됐고 인공지능(AI) 공장을 구축해 AI라는 새 상품을 생산하는 엔비디아는 다음 성장의 물결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며 “신제품 블랙웰이 본격 제조 중으로 이번 분기 출하되기 시작해 다음 분기에는 생산량이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블랙웰은 208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한 AI 칩으로 호퍼(800억개)의 두 배가 넘습니다. 최대 25배 적은 비용과 에너지 소비로 수조 개 파라미터의 거대 언어 모델(LLM)에서 생성형 AI를 구현할 수 있는 꿈의 칩이라 불리는 플랫폼입니다.
엔비디아의 HBM 파트너로 알려진 SK하이닉스죠. SK하이닉스 주가는 사상 첫 20만원선으로 올라섰습니다. 엔비디아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 회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SK하이닉스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올해도 예상 수요량 대비 SK하이닉스 HBM 생산량은 6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HBM3와 HBM3E 시장 진입이 늦어진 경쟁사의 생산량은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올해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상당히 벌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이번 주 삼성전자는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하면서 반도체 수장을 전면 교체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에 전영현 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위촉했습니다. 기존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신임 DS부문장에 위촉된 전영현 부회장은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한 반도체 전문가로 2014년부터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았습니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옮겨 5년간 삼성SDI 대표를 역임하다 올해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돼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써왔습니다.
이번 인사에 따라 지난 2022년부터 3년 5개월간 반도체 수장 자리를 맡아왔던 경계현 사장은 전 부회장이 담당하고 있던 미래사업기획단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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