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가져가세요” “맛있게 먹었습니다”…‘상추 한 줌’으로 핀 이웃사랑

강현석 기자 2024. 5. 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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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수확한 상추 봉지 아파트입구에 두고 ‘나눔’
주민들 “맛있게 먹었다. 너무 감사하다” 답장
지난 24일 전남 화순군 화순읍의 한 아파트에 ‘상추를 가겨가라’는 쪽지가 놓은 검은색 비닐봉지가 놓여있다.(왼쪽) 상추를 가져가 먹은 주민은 “고맙다”는 답장을 엘리베이터에 붙였다. 독자 제공.

“‘상추 한 줌’ 때문에 아파트에서 모처럼 따듯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상추를 나눠주신 분이나 감사 인사를 잊지 않은 이웃 모두 고맙습니다.”

지난 24일 전남 화순군 화순읍의 한 아파트는 ‘상추’로 훈훈함이 넘쳤다. 570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2곳에는 이날 오전 상추가 가득 담긴 검은색 비닐봉지가 놓였다.

갓 수확한 듯 줄기째 붙어있기도 한 상추는 싱싱했다. 상추 위에는 손글씨로 쓴 “상추 좋아하신 분 가져가세요’”라는 쪽지가 놓여 있었다.

메모를 본 주민들은 한 움큼씩 상추를 집어 들고 웃음을 지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상추는 점심시간이 지날 무렵 떨어졌다.

그리고 오후에는 엘리베이터 안에 한 주민이 손글씨로 쓴 메모가 붙었다. 이 주민은 “상추 한 줌 가져가서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상추 나눠주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라고 적었다.

메모를 분 주민들은 “상추 한 줌으로 이렇게 이웃 간 벽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굣길에 메모를 본 한 중학생은 “우리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신기했고 훈훈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좋은 이웃들이 계신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처음에 ‘상추를 가져가라’는 메모를 보고 망설이며 그냥 집으로 왔다가 다시 나갔는데 다 떨어져 아쉬었다”면서 “값어치를 떠나 상추 덕분에 모처럼 동네가 밝아졌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아파트에 살면서 인근에서 밭농사하는 주민이 제철을 맞은 ‘노지 상추’를 이웃과 나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주민은 “얼마 전에도 상추가 가득 담긴 봉투가 엘리베이터 앞에 놓여 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주민이신 것 같다”면서 “애써 키운 농작물을 이웃과 나누려는 따듯한 마음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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