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역사 지운 일본…“알릴 계획 없다” [창+]

김지선 2024. 5.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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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창 '아베 야망은 살아있다' 중에서]

일본의 근대화 성취를 발판으로 다시 ‘강한 일본’으로 가자는 야심찬 계획을 담은 유산 목록.

이 유산 선정을 맡았던 일본 세계유산 전문가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인터뷰> 니시무라 유키오/ 고쿠가쿠인 대학 교수
제가 선정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았었기 때문에 아주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데요. 그것을 선정할 때는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진두지휘를 했습니다. 하나하나가 서양에서 들어온 문명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심혈을 기울여 산업으로 어떻게 건설해 나갔는지 전체를 묶어 하나의 스토리로 전달하는 게 목적이었죠.

그런데 그것이 비교적 지역 사회에서 큰 호평을 얻었고 또 33개로는 빠진 게 있을 수 있다면서 이듬해에 33개를 추가로 지정하게 되었죠.

<인터뷰> 니시무라 유키오/ 고쿠가쿠인 대학 교수
근대화산업유산 중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추정인데요. 다테야마 사방이라 불리는 것으로 도야마 현의 사방 시설입니다. '국토의 안전을 향상하고 도시 생활과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된 치수·사방의 역사를 말해주는 근대화산업유산군'

사도광산 다음이 될 유력한 후보지가 있는 곳, 도야마현으로 향했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을 가면, 해발 3천 미터급 거대한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집니다.

개발되기 전엔 사람이 갈 수 없었던, 일본의 알프스라 불릴 만큼 산세가 매우 험한 곳입니다.

1910년대부터 전력, 전기 생산을 위한 개발이 시작돼, 가파르고 험준한 구로베강 협곡을 따라 여러 개의 댐이 건설됐습니다.

높이가 186m나 되는 제4발전소, 구로베 댐은 일본이 자랑스러워하는 관광지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스즈키/ 관광객
아... 생각했던 것보다 장대해서 새삼 일본에도 좋은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 뿌듯해요.

그리고 이곳에서 좀 더 내려가면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제3발전소가 있습니다.

"'구로3'은 구로베강 제3발전소, 그리고 터널을 지나 6km 상류에 있는 센닌다니댐이다."
"구로3의 가혹한 노동은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만 할 수 있다고들 했다"

<녹취> 역무원/
(취재진: 제2, 제3댐은 갈 수 없나요?) 제3댐도 게야키다이라역을 넘어야 해서 그곳도 못 가죠...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벼랑길로 공사 자재를 실어 나르고,
온천 지대에서 180도까지 치솟는 암반 온도를 견디며 터널을 뚫어 만든 제3발전소.

중일 전쟁 직전 연인원 280만 명을 동원해 강행한 대형 공사였고,

현장 노동자 3분의 1은 나라를 빼앗겨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었습니다.

<녹취> 호리에 세쓰코/'구로베 저편의 목소리' 저자
여기는 수십 미터에서 100미터 정도로 깊은 계곡이에요. 그래서 떨어지면 살 수가 없어요. 그래서 ‘구로베에는 부상이 없다’고 해요. 떨어지면 사망이니까 부상을 입는 일이 없다는 뜻이에요. 잔인한 말이지요.

제3발전소를 짓다 숨진 노동자는 3백 명 이상.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했던 잔혹한 노동이었습니다.

<녹취> 호리에 세쓰코/'구로베 저편의 목소리' 저자
다이너마이트 사고로, 이게 조선 사람이에요. ‘어디 어디에서 일하는 조선인 노동자 4명이 사망하거나 다쳤습니다’ 이건 같은 날에 똑같이 다이너마이트 사고로 ‘13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습니다’
시아이다니에서 일어난 눈사태 사고는, 계곡에 숙소를 만들었는데 그게 전부 눈사태로 휩쓸려 가서, 86명이 숨졌어요.
(기자: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한 이유를 뭐라고 봐야 될까요?)
하루라도 빨리 전기를 보내서, 군수 물자, 전쟁에 필요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예요.

이 아픈 역사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자치단체는 이곳을 매력적인 관광지로 적극 홍보합니다.

<인터뷰> 다카다 도시아키/도야마현 관광진흥실 과장
그렇게 구로베강 제1, 제2, 제3 발전소가 건설되었고 일명 ‘구로4’이라 불리는 유명한 구로베강 제4 발전소·구로베 댐이 1963년에 완공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그전까지 누구도 쉽게 들어가지 못했던 매우 험준한 구로베강 상류, 구로베 협곡의 상류를 향해 옛 조상들이 피와 땀을 흘려 발전소·댐을 건설한 거죠. 그래서 그 역사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조선인 강제 동원과 관련된 치수 시설을 앞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겠다면서도 역사를 제대로 알릴 계획은 없습니다.

<인터뷰> 시마다 슈이치 /도야마현 관광진흥실 과장
(기자:이곳을 건설한 노동자들의 규모, 노동 실태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게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그것까지 조사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자: 조선인과 일본인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했는데, 이 관광지에 푯말로 안내할 계획이 있나요?)

<인터뷰> 다카다 도시아키/도야마현 관광진흥실 과장
(기자: 조선인과 일본인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했는데, 이 관광지에 푯말로 안내할 계획이 있나요?)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기자: 다시 한번 확인차 여쭤보는 건데요. 이 지역에서 댐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강제 노동은 없었다는 말씀이신지?)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답변을 드릴 만한 입장은 아닌데요. 일단 강제 노동의 정의가 까다롭고요...

세계유산 등재 업무를 담당하는 일본 문화청은 KBS와의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녹취> 일본 문화청 관계자/ 전화녹취
죄송하지만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그 건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녹취>故 아베 신조/당시 일본 총리 (2013)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다고 봐야 합니다.

<녹취> 故 아베 신조/당시 일본 총리 (2013)
한국이 언제부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항의했습니까?

<녹취> 故 아베 신조/당시 일본 총리 (2014)
일본이 조직적으로 성노예를 삼았다는 근거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군함도는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녹취>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2022)
저의 내각에서도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에서 아베 내각 이후 체제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녹취> 하야시 요시마사/당시 일본 외무상(2023년)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향해서...

<인터뷰>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아베가 비록 사망을 했지만, 아베가 닦아놓은 토대가 지금 그대로 있고 일본 우익은 진화를 계속해서 세대를 변천하면서 진화해서 지금 산업유산과 교과서, 역사 교과서 문제를 계속 주도적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아베가 미친 영향력은 상당하고 이후에도 이것은 약화되기는 어렵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인터뷰> 강동진/경성대교수·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중장기적인 전략 속에서 꾸준히 갖고 가지 못한다는 게 우리나라의 가장 최대 결점이에요. 사안이 발생할 때만 갑자기 막 불이 붙어서 하다가 금세 우리는 식어버리거든요.

<인터뷰>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기자: 우리는 어떻게 대응을 하는 게 가장 현명할까요?)
이스라엘에서는 야드바셈이라는 기구가 1953년에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운영을 하는데 그래서 그렇게 (피해 역사를) 다루면서 독일이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 우리 한국에서는 위원회가 있었는데 2015년
에 문을 닫으면서 정부 기구가 없어졌어요. 전쟁 유적은 바로 일본이 침략 전쟁을 했다는 증거이고 식민 지배를 했다는 증거입니다.

관련 방송 : 2024년 5월 21일 (화) KBS 1TV, 22:00 <시사기획창> '아베 야망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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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기자 (3rdl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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