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기계 대체불가 아이콘 U-2 정찰기[오상현의 무기큐브]

2024. 5. 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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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오늘 소개할 무기는 미국 정찰기의 대체불가 아이콘 U-2 정찰기입니다.

195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까지 동지였던 미국과 소련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대표하는 각 진영의 맹주로 대결을 시작하던 때입니다.

특히 1949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소련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면서 미국은 소련에 대한 다양한 정보수집이 필요해졌습니다.

미 공군 입장에서도 진주만 공격에서처럼 방심하다가 또 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략적 공중 정찰을 원했죠.

당시 소련은 국경 주변으로 접근하는 모든 항공기를 공격해 격추하던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은 소련에게 들키지 않고 공중 정찰을 하기 위해 항공기가 2만1300m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소련의 레이더가 최대 1만9800m까지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운용범위 2800㎞, 실용 상승 고도 2만1300m를 충족하는 항공기를 설계하라’

미 공군 장교 존 시버그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이같은 제안요청서를 작성해 소규모 항공기 회사에 설계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록히드 항공은 사내에서 ‘스컹크 웍스(Skunk Works)’를 이끌고 있던 전설의 설계자 켈리 존슨에게 이 일을 맡겼죠.

아시다시피 캘리 존슨은 P-38 라이트닝과 P-80 슈팅스타, F-104 스타파이터, SR-71 블랙버드 등 40여 대가 넘는 항공기를 개발했습니다.

그가 설계한 항공기의 명칭은 CL-282. 길고 가느다란 날개와 짧은 동체를 가진 글라이더 형태였습니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J73 엔진을 이용해 2만2300m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고 2600㎞ 범위에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당시 전략공군사령부 커티스 르메이 장군은 이같은 설계안을 보고 “바퀴나 총이 없는 비행기에는 관심이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합니다.

이유는 당시 더 검증됐던 프랫&휘트니의 J57 엔진이 아닌 J73엔진을 택하고 쌍발엔진이 아니라는 것과 보통 앞쪽에 1개와 뒤에 2개 달려있는 랜딩 기어와 달리 이 비행기에는 랜딩기어가 앞뒤로 하나씩밖에 없었습니다.

르메이 장군과는 달리 당시 공군성의 민간 관리들은 이 설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잠재 고도가 높고 레이더 단면적이 작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미 중앙정보국, CIA에 이 설계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CIA는 당시 기술적인 정보수집 방법 보다는 인간에 의한 정보수집, 즉 휴민트를 더 선호했습니다.

이 때 미 공군과 CIA에 항공정찰에 대해 자문을 하던 ‘패널’이라는 민간단체가 나섭니다.

공군에게는 “다른 기종은 그 고도까지 올라갈 수가 없으니 그냥 그 기종으로 하자”고 설득하고 CIA에게는 “돈만 내면 공군이 운용하도록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그리고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는 “공군이 직접 정찰자산을 운용하면 자칫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CIA에게 운영권을 줘야한다”고 말해 결국 대통령의 동의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렇게 1954년 11월 미국 정부는 미 공군과 CIA의 공동 프로젝트 형태로 이 사업을 승인했습니다.

중요한 정보자산인 만큼 제작은 은밀하게 진행됐습니다.

1955년 CIA는 비밀자금을 이용해 록히드와 20대 물량 225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요즘 우리말과 현재 가치로 바꿔 말하면 영수증을 첨부하거나 사용내역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특수활동비로 2억5590만달러, 우리돈 3525억원을 플렉스 해버린 겁니다.

음. 특수활동비는 이렇게 쓰라고 있는 것이군요.

아무튼. 또 사업의 은밀성을 위해 록히드는 항공기 구성품 대부분을 비밀리에 구입했고 CIA는 그것이 실험용 로켓 항공기 개발용이라는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1955년 7월 CL-282는 U-2라는 제식번호를 정식으로 부여받았습니다.

이 역시 정찰기에 쓰이는 R이 아닌 U, 다목적 항공기의 식별 부호를 붙이면서 비닉사업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던 것이죠.

이렇게 개발된 록히드 U-2는 현재까지 70년 가까이 운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사용되는 기체는 1980년대 이후에 생산된 기체들이죠.

정찰 자산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 카메라 해상도는 초기 60㎝ 수준에서 23㎝수준으로 발전했고 다층 전자광학 센서와 적외선 센서, 합성개구레이더(SAR) 등 다양한 임무장비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특히 U-2에 장착된 SAR레이더는 약 160㎞ 범위 내 지상의 모든 이동과 고정 표적을 탐색할 수 있고 탐색된 정보는 즉시 전 세계에 있는 미군에 정보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전장 19.2m, 높이 4.88m, 날개길이 32m로 최대이륙중량 1만8144㎏으로 연료를 최대 1만1200리터까지 싣고 1만1279㎞를 비행할 수 있습니다.

가늘고 짧은 동체에 비해 날개가 너무 길어서 이륙할 때는 ‘포고’라는 작은 보조바퀴를 달고 활주하다가 이륙하는 순간 분리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하지만 양력을 잘 받고 활공에 유리하게 설계된 이 형상 덕분에 이륙한지 12분 30초면 고도 1만8000m까지 올라갈 수 있고 최대 2만4000m 이상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체공시간은 12시간에 달하죠.

비행기 자체는 정찰임무를 수행하기에 최적화해 좋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정찰기 조종사들의 생활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2만m 상공에서 운용되는 항공기 특성상 조종사는 우주복과 흡사한 조종복을 착용합니다.

조종복을 입기 전에 혈액 내 질소를 제거하기 위해 미리 10~12분 정도 산소를 마셔야하고 복장을 착용할 때도 3~4명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물론 12시간 동안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도 불가능하죠. 특수제작된 음료수를 조종복과 연결한 관으로 빨아먹으면서 조종해야합니다. 음.. 화장실 가는 건 굳이 말씀드리지 않을께요.. 그냥 자연스럽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독특한 구조 때문에 조종사들이 가장 조종하기 까다로운 기체이기도 합니다.

실속의 위험도 높고 비행중에 감압병에 걸릴 수도 있고 착륙할 때는 양쪽 날개가 바닥에 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비행할 때부터 지금까지 1000여명의 조종사가 이 고난도의 U-2 정찰기를 조종했습니다.

U-2 정찰기를 개발했던 1950년대 당시만 해도 이 정찰기를 요격할 미사일이나 전투기는커녕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죠.

애플리케이션으로 비행기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수많은 미사일이 U-2 정찰기를 요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무인기와 드론들이 전장을 누비고 또 우주에서는 수많은 위성이 촘촘하게 지상 곳곳을 감시하고 있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 U-2 정찰기를 대체할 전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군사전문지 에어포스타임즈의 2023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공군 내부에서 U-2 정찰기나 RQ-4 글로벌호크를 퇴역시킬 것을 요청했고 그 중 U-2 정찰기는 2026년에 퇴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다만, 이 두 전력이 제공하는 고고도 정찰 이미지를 어떤 전력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미국이 U-2 정찰기의 퇴역을 고심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그 중 하나는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위성은 재방문주기가 있어서 한 표적을 계속 감시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위성으로 다 커버할 수 없는 위치와 시간에 U-2 정찰기를 띄워서 꼭 필요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무인기보다 운용유지비용이 싸다는 것입니다.

2014년 기준. 시간당 운용비용을 보면 RQ-4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가 6710달러인데 비해 U-2 정찰기는 2380달러, 무인기의 운용비용이 유인기보다 2.8배. 거의 3배 가까이 비싼 겁니다.

자. U-2정찰기와 그 조종사들은 언제까지 이 고난을 이어가야 할까요? 정말 U-2 정찰기를 대체할 수 있는 감시정찰 자산은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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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우원희, 박정은, 김정률, 김성근 / CG 임예진, 이윤지 / 제작책임 민상식 / 운영책임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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