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에도 벌이 없다? 단호하지 못한 리더의 최후는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5. 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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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과 벌'.

이는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활용하는 두 개의 무기입니다.

실은 군주의 통치 무기는 이 두 개가 전부입니다.

제왕학에서도 통치의 기술이란 이 두 무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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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⑪] 잘못한 사람에게 벌만 잘 줘도 질서가 잡힌다 (글 : 양선희 소설가)


'상과 벌'. 이는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활용하는 두 개의 무기입니다. 실은 군주의 통치 무기는 이 두 개가 전부입니다. 현대 경제학에서도 '인센티브와 페널티'가 매사의 관건이 되니 이건 그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의 근원이라고 해야겠지요.

제왕학에서도 통치의 기술이란 이 두 무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가르칩니다. 먼저 '필벌'의 효과에 대한 일화가 있습니다.
 
#1
은나라 법에는 길거리에 재를 버린 자를 벌하라고 돼 있다. 자공은 이것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해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다스리는 법을 안 것이다. 대체로 길거리에 재를 버린다면 반드시 사람이 덮어쓸 것이고, 사람이 덮어쓰면 그 사람은 반드시 화를 낼 것이고, 화를 내면 싸우게 된다. 싸우면 반드시 삼족이 서로 살상하게 된다. 이는 바로 온 집안이 살상당하는 일이니, 처벌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중벌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고, 재를 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람에게 쉬운 일이다. 이렇게 쉬운 것을 하도록 해서 싫어하는 것을 버리게 하는 것이 '치도'라 할 것이다."
 
#2
노나라 사람이 북쪽의 늪 지역 적택에 불을 질렀다. 마침 북풍이 불어와 불길이 남으로 향하고 도성을 태울 지경이었다. 애공은 두려워하며 많은 사람을 이끌고 불을 끄려고 했지만 좌우에 사람이 없었고, 사람들은 적택에서 뛰쳐나오는 동물들을 쫓느라 불을 끄지 않았다. 이에 공자를 불러서 물었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짐승을 쫓는 일은 즐거운데 벌 받는 것도 아니고, 불을 끄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상 받는 일도 아니니 여기 불을 끌 수 없는 것입니다."

이에 애공은 "그 말이 옳다"고 하자 공자가 말했다.

"일은 급한데, 상을 줄 여유는 없습니다. 불을 끈 자들에게 모두 상을 주면 나라에는 사람들에게 줄 상이 부족하게 됩니다. 다만 처벌만 하십시오."

이에 애공의 허락을 받아 공자가 명령했다.

"불을 끄지 못하면 항복하거나 도망친 죄로 다스리고, 짐승을 쫓는 자는 금지에 들어간 죄로 다스릴 것이다."

명령이 내려지자 아직 두루 다 알려진 것도 아닌데 불은 이미 다 꺼졌다.
 
일을 시키면서 상과 벌을 줄 권한을 주지 않으면, 아무리 유능해도 혼란을 다스리지 못한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작은 집단의 리더라도 꼭두각시 혹은 허수아비로 인식되는 순간 구성원들은 절대로 따르지 않으니까요.
 
#3
중산의 재상 악타가 수레 1백 대를 거느리고 조나라에 사절로 갔다. 그의 식객 중 재주가 있는 사람을 뽑아서 행렬을 지휘하도록 했는데, 가는 도중 혼란이 일어났다. 악타가 말했다.

"나는 그대에게 재능이 있어서 행렬을 지휘하도록 했는데 어떻게 중도에 이렇게 난리가 납니까."

그러자 식객은 사의를 표하고 떠나면서 말했다.

"공은 다스리는 방법을 모르는군요. 사람을 굴복시킬 수 있는 위엄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도록 할 만한 이익을 주어야 능히 그들을 부릴 수 있습니다. 지금 저는 신분이 낮은 군의 식객일 뿐입니다. 도대체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을 바로잡고,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을 부리려면 이해의 권한을 잡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이렇게 혼란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저도 저들 중 좋은 사람을 제가 경상으로 삼을 수 있고, 불순한 인사의 목을 벨 수 있다면 어찌 다스리지 못하겠습니까."
 
리더가 벌을 주는 데 단호하지 못하거나 경우에 따라 벌을 주거나 말거나 하면서 '랜덤'으로 처리하는 경우에 나라는 혼란에 빠집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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