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증가세인 '음주 뺑소니', 1년 전보다 33% 늘어난 곳은 어디? [스프]

배여운 기자 2024. 5. 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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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교통사고 데이터 370만 건 분석…'음주 뺑소니' 특징은
 
'24년 4월 21일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에서 20대가 음주 뺑소니. 택시 운전자 사망'
'23년 4월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27세 남성이 음주 뺑소니. 피해자 27세 남성 중상'

음주 뺑소니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은 바로 '도망'과 '방치'입니다. 가해자가 음주 상태로 차량이나 사람을 들이받은 뒤에 현장을 의도적으로 벗어났기 때문이죠. 결국 피해자는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음주 뺑소니가 단순 음주운전보다 더 무서운 점이기도 합니다.

최근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 씨의 경우에도 논란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고의적으로 음주 사실을 속이고 책임감 없이 도망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으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습니다. 김 씨는 사고 17시간 뒤에 경찰에 출석해 음주 측정을 했지만 수치상으로는 당연히 문제가 없었습니다. 음주 측정을 피하려고 사고 현장을 벗어난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죠.

잠재적 살인 행위라고까지 불리는 음주 뺑소니,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발생하고 있을까요?

마부작침은 음주 뺑소니 사고 데이터를 전수 분석해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올라온 2007년부터 2023년까지 교통사고 데이터 369만 4,576건 중 '음주 뺑소니'에 해당하는 사건 4만 972건과 경찰청에서 공개한 연령대별 운전면허 소지자 데이터를 자세하게 살펴봤습니다.
 

전체적으론 감소세, 서울 부산 등 6개 광역은 최근 증가

음주 뺑소니와 관련된 통계는 쉽게 찾아보기 힘듭니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서도 음주 뺑소니 사고를 별도로 집계하고 있진 않습니다. 다만 '음주운전 사고'와 '뺑소니 사고'를 따로 분류해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두 데이터에 모두 해당되는 사건번호만 추려봤습니다.

'음주 뺑소니'는 지난 16년간 총 4만 972건에 달했습니다. 이는 음주 뺑소니 사고가 연평균 2,560건 정도 발생했다는 의미입니다.
 

 
추세로 보면 사고 건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2009년에 가장 높은 수치(3,993건)를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하게 감소 추세를 보이며 작년에 최저치(1,077건)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건수가 많았던 2009년과 비교해 보면 4분의 1로 감소한 것이죠. 강력한 단속과 처벌 규정 강화가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엄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운전자 수가 감소했다면 사고 건수도 이에 비례해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죠. 즉, 정확한 추이를 분석하려면 운전면허 수 대비 사고 건수를 따져봐야 합니다.
 

 
경찰청은 연도별 운전면허 소지자 통계를 매년 집계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통해 운전면허 수 대비 사고 건수 비율을 다시 살펴보니 추세는 동일하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즉, 운전자 수를 고려해도 음주 뺑소니가 줄어드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추세가 줄고 있다고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뒤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음주 뺑소니는 중상과 사망에 이를 확률이 다른 사고보다 높기 때문에 계속해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광역자지단체별로 구분해 보면 최근 들어 음주 뺑소니 사고가 오히려 늘어난 곳도 나왔습니다. 전체 추세와 반대되는 현상이죠. 실제로 서울, 부산, 세종 등 6개 광역시도는 2022년보다 2023년의 음주 뺑소니 사고 건수가 늘었습니다. 이를 증감률로 보면 세종이 +33.3%, 부산 +15.4%, 전북 +14.7%, 서울 +6.0% 순으로 증가했고, 반대로 많이 감소한 곳은 충남 -35%, 제주 -26.1%, 인천 -22.1% 순을 기록했습니다.

즉, 인구가 많은 대도시 중심으로 음주 뺑소니는 다시 반등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술집과 식당이 밀집한 서초, 마포, 송파, 금천 등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가 직전 연도 대비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가 종식되며 술자리가 잦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음주 뺑소니 최다는 40대, 운전면허자 비율로는 20대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어떨까요? 음주 뺑소니 사고 건수만 보면 40대가 1만 1,184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30대(1만 788건), 20대(9,012건)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운전면허 등록 대비 사고 비율로 재차 분석해 보면, 음주 뺑소니 비율이 가장 높은 건 40대가 아닌 20대로 분석됩니다. 이를 등록 운전자 10만 명 당 음주 뺑수니 발생 건수로 환산해 보면, 20대가 11.2건, 30대가 9.38건, 40대가 8.8건으로 나타납니다. 단순 건수로만 보면 40대 음주 뺑소니 사고가 가장 많았지만, 운전면허 수와 비교했을 때 20대가 가장 높았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지역별로 보면 부산과 대전은 20대가 가장 많은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걸로 집계됐습니다. 대전은 음주 뺑소니 사고 1,296건 중 20대 뺑소니 사고 건수가 349건(26.9%)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부산은 26.6%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실제로 20대의 음주 뺑소니는 기사를 통해 많이 조명됐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에서 '20대 음주 뺑소니'라고 검색해 보면 총 1만 1,757건의 뉴스가 검색되는데, 이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훨씬 많은 보도량입니다.

문제는 음주 뺑소니가 피해자들에게 끼치는 상해 정도가 크다는 점입니다.
 

음주 뺑소니는 중상, 사망 비율이 높다

 
단순 음주운전 사고보다 음주 뺑소니 사고로 발생한 피해 정도가 더 큰 걸로 분석됐습니다. 단순 음주 사고에서 피해자가 입은 중상 또는 사망 비율은 23.9%입니다. 반면 음주 뺑소니의 경우는 중상 또는 사망 비율이 29.5%로 더 컸습니다. 사고 이후 피해자를 방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2023년 12월, 휴가 나온 군인이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서 음주 상태에서 차를 몰다 앞서가던 배달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피해자를 방치한 채 현장을 이탈했습니다. 제시간에 치료를 받지 못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골든타임을 놓쳐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사망했습니다. 사고를 낸 군인은 도주 10시간 만에 자택에서 잠을 자다가 붙잡혔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배여운 기자 woon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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