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로봇개·드론 순찰하고, 도처에 AI…공장이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했다

최동현 기자 2024. 5. 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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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울산CLX 250만평에 '스마트플랜트 2.0' 구축…"사람 대신 AI·DT 도입"
기존 '스마트플랜트' 고도화해 생산성·안전성↑…독자개발 'AI 솔루션'도 사업화
SK이노베이션의 첨단 로봇개 '행독'이 SK 울산콤플렉스(CLX) 내 정유공장을 순찰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제공) ⓒ News1

(울산=뉴스1) 최동현 기자 = #. 잿빛 파이프라인이 혈관처럼 얽히고, 빌딩만 한 원유저장탱크가 빼곡히 들어선 SK 울산콤플렉스(CLX) 내 정유공장. '치이익' 소리와 함께 내뿜어지는 뜨거운 수증기 사이로 노란색 로봇개 한 마리가 유유히 돌아다녔다. SK이노베이션이 인공지능(AI)·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일환으로 도입한 첨단 로봇 '행독'(행복+dog)이다.

행독은 비좁은 틈새나 위험 구간까지 진입해 설비 상태를 꼼꼼히 체크했다. 몸체에 달린 센서와 열화상카메라로 설비를 스캔하고, 이상 유무를 관제소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탱크 지붕처럼 높은 구간은 드론 로봇이 150m까지 상승해 점검한다. 여의도 면적의 세 배(250만평)에 달하는 공장 부지엔 로봇과 드론만 돌아다닐 뿐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뉴스1>이 지난 23일 찾은 울산 남구 SK 울산CLX에선 정유 생산공정에 AI 기반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스마트플랜트 2.0' 작업이 한창이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이 2016년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도입한 스마트플랜트의 차세대 버전으로, SK이노베이션이 독자 개발한 AI·DT 기술을 적용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골자다.

'스마트플랜트'는 공정을 자동화하는 스마트팩토리에서 한 단계 진보된 버전이다. 기존 스마트플랜트 1.0이 공정운전, 설비관리, 안전·보전·환경(SHE) 등 분야에 빅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는 단계였다면, 스마트플랜트 2.0은 AI·DT 기술을 적용해 공정 자동화 수준을 더 고도화하는 개념이다. 추진 과제도 기존 4개에서 40여 개로 늘었다.

구체적 과제는 △공정 자동 운전 프로그램 △공정 자동 제어 고도화 △설비 고장예측 솔루션 △울산CLX 통합 안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이다. 모든 업무에 자동화·지능화 기술을 도입,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혹시 모를 사고를 사전 예방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먼저 공정운전 분야에는 '자동 운전 프로그램'을 도입해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했다. 또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공정 자동 제어'(APC) 기술에 AI를 도입해 수준을 한층 높이고 있다. 야외 생산 현장에는 로봇개를 풀어 평소 운전원(오퍼레이터)이 수행하던 가스 누출 감시 및 게이지 측정 업무를 보조하고 있다.

SK 울산콤플렉스(CLX) 직원들이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비계(가설 발판) 물량을 산정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제공) ⓒ News1

설비관리 분야에선 진동 및 온도 등의 설비 데이터 기반 '고장 예측 솔루션'을 구축해 사전 사고 예방률을 끌어올렸다. 특히 고소지역 설비 검사나 위험 작업을 드론과 로봇으로 대체했다. 로봇개 행독은 하루 6차례 1회 40~50분씩 순찰을 진행한다. 드론은 1회 20분씩 가동하며 하늘 위에서 설비를 검사하고 있다.

증강현실(AR) 기술도 접목됐다. 예컨대 로봇개나 드론이 문제점을 발견하면 수리 지점까지 비계(가설 발판)를 구축해야 하는데, 패드 카메라로 현장을 비추면 AI가 최적의 설계 도면을 제안한다.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 추진팀장은 "비계를 설치하기 전에 AR로 도면을 미리 볼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비용 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SHE 분야에선 250만 평에 달하는 SK 울산CLX 전체에 대한 '통합 안전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목표로 △모바일 기반 작업허가 발급 △협력사 근로자 위치 관리 △밀폐 공간 실시간 가스 감지 △확장현실(XR) 안전교육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모니터링 영역을) 올 하반기 중 1~2개 공정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내년 또는 이후에 전체 영역으로 넓힐 계획"이라고 했다.

스마트플랜트 2.0에 도입된 'AI 솔루션' 대다수를 SK이노베이션이 독자 개발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창훈 팀장은 "정보기술(IT) 업체에 외주를 맡겨 개발한 솔루션으로는 울산CLX 공정의 특수성을 완전히 커버하기 어려웠다"며 "60년간 축적한 기술과 공정 노하우를 접목한 자체 시스템을 개발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독자 개발한 스마트플랜트 2.0 솔루션을 지식재산(IP)화해 수익화하는 '라이선스 사업'도 검토 중이다. 한 발 나아가 울산CLX 내 90여명의 시티즌 데이터 사이언스(CDS)와 10여명의 AI·DT 전문가를 양성하고,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술 기반 '엔지니어 기술 챗봇'도 개발 중이다.

정창훈 팀장은 "최근 울산CLX 신입직원은 의무적으로 CDS 교육 과정을 이수, 실제 업무에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글로벌 톱티어(최정상) 수준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보유하고, 효율성과 안전성까지 챙기는 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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