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가 우리 공장 에이스에요” 몸값 1.8억 주인공 알고 보니 [그 회사 어때?]

2024. 5. 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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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울산CLX 가보니
‘스마트플랜트 2.0’ 추진
내년 전 라인 로봇개 도입
AR·드론 등 신기술도 적용
공장 운영비 연 100억 절감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엇을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23일 SK이노베이션 울산 CLX에서 로봇개가 생산설비 이상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헤럴드경제(울산)=한영대 기자] 23일 울산 남구에 있는 250만평 규모의 정유 공장인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이하 울산 CLX). 울산 CLX 본관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HP(수소제조공정) 라인에 약 1m 길이의 로봇개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로봇개는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등을 통해 생산설비에 가스가 누출되는지 체크했다. 이동 중 장애물을 마주쳤을 때는 스스로 피해 움직였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1억8000만원을 투자해 로봇개를 구매했다. 울산 CLX의 디지털전환(DT) 프로젝트인 ‘스마트플랜트 2.0’을 추진하기 위해서이다. SK이노베이션은 스마트플랜트 2.0을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플랜트를 통해 사전에 위험 요소를 감지, 미리 설비 교체를 진행하면서 비용이 절약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스마트플랜트 솔루션을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사업도 고려하고 있다.

로봇개는 시험 단계를 거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HP 라인에 투입됐다. 이후 하루에 총 4~5번, 50분씩 HP 라인에 있는 설비들을 둘러보면서 특이사항이 있는지 체크한다. 임무를 마치고 난 후에는 스스로 로봇개집으로 이동해 충전을 진행한다.

울산 CLX에는 현재 로봇개 1대가 활동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안전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로봇개 추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장은 “현재는 HP 라인에만 로봇개가 투입되고 있지만, 이르면 내년 모든 생산라인에 로봇개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 CLX는 2016년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스마트플랜트를 도입했다. 스마트플랜트는 공정 자동화가 구현된 에너지 사업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생산 효율성을 더욱 높일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전보다 더욱 고도화된 인공지능(AI)·DT 기술을 도입한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스마트플랜트 2.0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울산 CLX에서 활동 중인 로봇개가 임무를 마친 후 로봇개집으로 복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정 팀장은 “스마트플랜트 구축은 경쟁력 확보를 떠나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뤄져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는 생산인력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고가 늘어나는 사례가 있다”며 “세대교체에 따른 역량 저하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라인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플랜트 2.0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AI·DT 과제만 40여개이다. 주요 과제는 ▷공정 자동 운전 프로그램 ▷공정 자동 제어 고도화 ▷고장 예측 솔루션 ▷울산 CLX 통합 안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이다.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이 AR 비계(작업자 안전을 지켜주는 장비)를 통해 비계 설치 물량을 확인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현장에 로봇개뿐만 아니라 증강현실(AR), 드론 등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AR 비계가 대표적이다. 작업자 안전을 지켜주는 장비인 비계가 생산 현장에 어느 정도 설치해야 하는지 AR을 통해 미리 측정, 작업 물량을 산정하는 것이다. 드론은 작업자들이 접근하기 힘든 위치에 있는 설비를 점검할 때 활용되고 있다. 생산설비에 부착된 AI 센서는 이상이 생겼을 때 담당자한테 설비에 발생한 문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설비관리 시스템인 오션허브는 각 설비에서 측정되는 온도, 압력 등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해 공장 관리를 돕는다. 공장 가동을 중단할 때 시행하는 작업을 프로그램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같은 시스템을 대부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정 팀장은 “외부에서 만든 시스템은 울산 CLX만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우리만의 기술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신기술을 지속해서 도입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술 기반의 엔지니어 챗봇도 개발하고 있다.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장이 23일 SK이노베이션 울산 CLX에서 스마트플랜트 2.0 추진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영대 기자

AI·DT 전문가도 직접 양성하고 있다. 울산 CLX 신입 엔지니어들은 CDS(소프트웨어 데이터를 분석해 예측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 과정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현재 울산 CLX에는 90여명의 CDS 전문인력과 10여명의 AI·DT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실행력이 한층 강화된 스마트플랜트 2.0을 통해 전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자동운전 플랜트(Autonomous Plant)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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