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뿐만이 아니다…'짜고 치는 상속포기'도 있다[상속의 신]
세금추징 회피하려 동생과 짜고 '상속포기'
조사 나선 세무서…재산 처분해 세금 추징
모를거라 생각 '오산'…적발시 전과자 신세
그런 와중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자 동생에게 자신이 세금을 체납한 사정을 알리면서, 자신은 상속을 포기할 것인데 대신 자신의 지분에 상당하는 돈을 지분가치보다는 적게 받을 테니 현금을 달라고 했다. 동생은 안기수 씨의 요구를 들어주면 더 많은 지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승낙했다. 동생은 안기수 씨의 부인에게 돈을 현금으로 주고 상속 협의를 다 마쳤다.
세무서는 안기수 씨가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사정과 어머니로부터 상속받을 재산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속 포기한 사정을 인지하고 조사에 나섰다. 안씨가 상속 포기를 할 사정이 없음에도 상속 포기를 한 것은 상속받으면 세금을 추징당할 것이 두려워서였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 안씨가 상속포기하고 동생으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수령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래서 세무서는 안씨의 동생이 상속받은 아파트에 처분금지가처분을 하고, 안씨의 세금포탈을 도운 부인과 동생을 체납처분포탈범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세무서는 동생이 상속받은 아파트에 대해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아서 그 아파트를 처분해 세금을 추징할 계획이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짜고 치는 상속포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국세청이 이번에 고액체납자에 대한 세무조사 중 상속재산이나 골프회원권 등 각종 재산권을 지능적인 수법으로 빼돌린 285명을 적발했다고 한다. 거액의 채무나 세금이 있는 사람들은 상속받게 되면 자신의 채권자나 국가에 돈을 갚아야 하는 사정이 생기므로 상속받지 않는 것처럼 위장하려고 한다.
아예 상속을 포기하려는 생각을 가지는 채무자도 있겠지만, 거액의 상속을 받게 되는 경우 한 푼도 안 받는 상속포기를 선택할 상속인은 없다. 거액의 상속을 받는 상속인이 쉽게 상속포기를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으므로 그러한 경우 세무조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세무서는 피상속인의 사망사실, 사망 당시의 재산상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 상속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상속을 포기한 사정이 발견되면 세무서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이나 조세포탈범 고발을 통해서 체납된 세금을 환수할 수 있다. 세무서가 상속인들 사이에서 현금으로 돈을 받으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안기수 씨의 상속포기는 유효할까? 일단 법원에 상속포기 신청을 하고 법원이 상속포기 결정을 하면 상속포기는 효력이 있다. 그런데 그 의도가 ‘자신의 세금을 추징당할 것이 두려워서’이고, 다른 상속인으로부터 현금으로 돈을 수령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상속분에 대해 현금청산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상속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실제 상속포기의사와 다른 행동이므로 상속포기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세무서는 이러한 경우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인하고 실제 받은 금원만큼 상속받은 것으로 처리해 다른 상속인이 받은 재산에 대해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승소할 것이다. 상속포기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은 아니지만,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사해행위취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소송에서 사실상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취소대상이 될 것이다.
체납처분포탈범의 처벌 수준은 조세범처벌법 제7조에 의해 납세의무자는 ‘징역 3년 이하 내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납세의무자를 도운 방조자나 허위계약서 승낙자는 ‘징역 2년 이하 내지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짜고 치는 가짜 상속포기를 하다가 들키면 체납한 세금의 가산세를 추가로 납후해야 할뿐만 아니라 전과자가 될 수 있으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법무법인 안다 대표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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