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살 맞은 SK울산 CLX…AI 공장으로 더 젊어졌다[현장]

류인선 기자 2024. 5.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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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효율화부터 안전까지 AI 기술 도입
로봇개 해독이가 공장 내 위험 정찰하기도
자동운전 플랜트가 궁극적 목표
[서울=뉴시스] 로봇개가 SK울산CLX에서 현장 점검을 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류인선 기자 = "석유화학 산업이 옛날 산업 같지만,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같은 신기술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입니다."

지난 23일 울산 남구에 위치한 SK울산콤플렉스(SK울산CLX)에서는 '스마트플랜트 2.0' 구축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SK울산CLX는 세계 최대(826만㎡·약 250만평) 규모의 단일 석유화학 공장이다. 서울 여의도 3배 크기로,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의 40%에 달하는 84만 배럴(bbl)을 생산할 수 있다.

대한석유공사(SK이노베이션의 전신)가 국내 최초로 울산에 정유 공장을 설립한 때가 1964년이다. SK울산CLX는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60살)이 넘은 셈이다. 그런데도 이곳 시설들은 정비와 교체를 통해 전성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규모 장치 산업인 석유화학 산업 특성상 SK울산CLX에는 파이프와 대형 탱크가 즐비하다. 전체 파이프 길이만 지구와 달 사이를 왕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역사를 갖는 SK울산CLX에도 최근 AI와 DT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6년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생산현장에 ‘스마트플랜트’를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AI와 DT 기술까지 접목해 스마트플랜트 2.0을 시도하고 있다.

공장 순찰하는 로봇개 '해독'이…AR 비계 기술도

로봇개 '해독'이는 하루 6번 SK울산CLX 공장을 순찰한다.

약 15~20㎏ 정도 나가는 진돗개 정도 크기인 해독이는 가스 감지기와 열화상 카메라, 고화질 줌 카메라를 장착한 로봇개다. 이름은 해피 도그(Happy Dog)에서 따왔다.

해독이는 1회 40~50분간 혼자 공장을 순찰하며, 비정상적으로 높은 온도나 가스를 감지하면 알림을 보낸다. 작업자들이 공장 시설을 주기적으로 확인하지만, 해독이는 사람 실수가 없는지 교차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해독이가 위험을 감지하면 작업자들이 시설을 점검한다. 이때 건물 2~3층 높이에 달하는 장비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비계라고 불리는 임시 가설물이 필요하다.

SK이노베이션은 태블릿PC 등으로 현장을 촬영하면, AR(증강현실) 기능을 통해 가상으로 비계가 설치된 모습을 보여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필요한 비계의 물량, 층수, 예상 비용 등도 모두 계산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SK울산CLX에서 활용되고 있는 AR비계 시스템의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photo@new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SK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선도한다"…AI 기술 접목

SK울산CLX의 스마트 플랜트 목표는 작업 효율과 함께 안전까지 잡는 것이다.

공장 내부에는 'Safety First. SK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선도합니다'와 같은 문구가 걸려있다. 일본 단카이 세대 은퇴 후 화학 플랜트 사고가 2배 늘었는데, 이를 반면 교사 삼아 AI·DT 도입으로 더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고 120m에 달하는 최고층 상부나 플레어 스택(가연성 가스를 연소하는 불꽃) 등으로 작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은 드론이 대신 촬영해 현장 상황을 생중계한다.

직원들이 작업할 공간을 VR 기기로 미리 볼 수도 있다. 동선을 미리 숙지하고 작업을 할 수 있어 사고도 줄이고, 신중해야 할 정비 작업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SK울산CLX에서 VR을 이용해 열교환기 내부를 사전 학습하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업허가증 전산화를 통해 관제실에서 작업자의 안전 상황 체크도 가능하다. 기존 '페이퍼 워크'를 전산화했는데, 관제실에서 하루 1000여건에 달하는 작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유해 가스 감지기는 산소, 황, CO2 농도 등을 점검하는데, CO2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등 위기를 감지하면 '삐용 삐용' 소리를 내 작업자 대피를 돕는다. 동시에 관제실에선 팝업 알림을 보내 위기에 대응한다.

SK이노베이션 "실행력 강화된 스마트플랜트 2.0"

SK이노베이션은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해 공정 자동 제어(APC) 기술에 AI까지 도입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시설을 운전한다'고 하는데, AI와 DT를 활용하면 더 많은 직원들이 베테랑 운전사처럼 업무 역량을 높일 수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SK 울산CLX 내 90여명의 CDS(Citizen Data Scientist) 및 10여명의 AI·DT 전문가를 양성해 직접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외국 업체의 솔루션 프로그램은 국내 작업 현실에 맞지 않아 자체 개발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실행력이 한층 강화된 스마트플랜트 2.0을 통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동운전 플랜트(Autonomous Plant)까지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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