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누출? '로봇개'가 점검…SK이노 '스마트플랜트' 가보니

울산=박미리 기자 2024. 5.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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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CLX 내 로봇개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지난 23일 찾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화학 복합단지 '울산CLX'. 사람 하나 없는 야외, 중질유 탈황 설비 사이를 작은 노란 물체 하나가 분주히 오갔다. 자세히 보니 강아지를 연상케 하는 네 발 달린 로봇이다. '로봇개' 별칭을 지닌 4족 보행 로봇 '행독'이라고 한다. 행독은 설비 사이 놓여진 계단 위에 두 발을 올리고 멈춰섰다. 김윤중 SK에너지 PM은 "사람 개입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로봇"이라며 "현장에서 폭발성 가스를 감지하면,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서 알람을 준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이 스마트플랜트 2.0을 추진하는 현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CLX의 생산 효율성과 설비 신뢰도를 개선하기 위해 △공정운전 △설비관리 △SHE(안전·보건·환경) 분야에 AI(인공지능)와 DT(디지털 전환) 기술을 접목하기로 했다. 정창욱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 팀장은 "경영 환경은 점점 복잡해지고 의사결정에 투입하는 데이터 양도 상당하다"며 "세대 교체 과정에서 역량이 누수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이어 "실제 일본은 단카이 세대가 은퇴한 후 화학 플랜트 사고가 2배 증가했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스마트플랜트 2.0 주요 과제는 공정 자동 제어 고도화를 비롯해 공정 자동 운전 프로그램, 설비 고장예측 솔루션, 통합 안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제품 수율이 높아지고 예측 정비가 강화돼,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 자동 운전 프로그램은 반복적인 공정의 시동·정지를 자동화한 것이다. 공정 자동 제어 기술에 AI를 도입, 제어 수준을 고도화했다. 로봇개 외에 '생산설비 셧다운' 과정에 AI·DT를 접목한 게 대표적이다. 정 팀장은 "원유 공장은 1년 365일 가동해야 한다"며 "정비작업은 2~4년마다 셧다운을 한 후 이뤄진다"고 했다. 하지만 "큰 공정을 끄는 것은 운전원들이 일일이 압력을 줄이고 온도를 낮춰야해 복잡하다"며 "이 복잡한 과정을 프로그램화한 것"이라고 했다.

AR을 활용한 비계 물량 산정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설비관리 내 AI·DT는 비계를 쌓는 과정에서 구현했다. 비계는 정비시 작업자 안전을 위해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임시 설치물이다. SK이노베이션은 AR로 필요한 양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후, 비계를 쌓아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김강석 SK에너지 PM은 "보완 작업을 할 때도, 사람이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고 드론을 활용해 안전하다"고 했다. SHE 분야는 모바일 기반 작업허가 발급, 협력사 근로자 위치 관리, 밀폐 공간 실시간 가스 감지, XR 안전교육 등 과정에서 AI·DT를 도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러한 기술, 시스템을 모두 자체 개발했다. 이를 위해 울산CLX 내 90여명의 CDS(소프트웨어 데이터를 분석, 예측모델을 만들어내는 전문인력), 10여명의 AI·DT 전문가를 양성했다. 신입 엔지니어는 CDS 과정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했다.

정 팀장은 "IT회사는 AI 기술을 잘 알지만,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잘 모른다"며 "그들이 개발한 시스템을 쓰려고 하면 '이게 아닌데' 싶을 때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사장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기술이 IT 회사보다 조금 떨어질 수는 있으나, 우리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우리"라며 "IT 부서와 협업해 만든 우리의 결과물이 현장에서는 훨씬 유용하게 활용된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CLX에 AI·DT 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로봇개도 올 하반기 야간 운영, 내년 다른 공정 투입 순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LLM(대규모 언어 모델) 기술 기반의 엔지니어 기술 챗봇을 개발, 올해 하반기부터 업무 전반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스마트플랜트 2.0을 통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나아가 '자동운전 플랜트'를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울산=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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