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범죄자 취급받고 싶은 서포터스는 없다…자정 노력, 자기 제어 ‘답’

김세훈 기자 2024. 5. 2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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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광주FC의 경기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 홈 응원석이 텅 비어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인천 유나이티드가 물병 투척으로 인해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제재금 2000만원, 홈경기 응원석 폐쇄 5경기다. 인천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조건으로 투척자들의 자진신고를 유도했다. 자진신고한 100여명에 대해서 인천은 무기한 경기장 출입 금지 처분을 내렸다. 특정한 봉사활동을 한다면 징계를 면해준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인천 서포터스는 구단 제제금을 모으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인천-서울전 종료 직후 서울 골문 뒤쪽에서 벌어진 인천 서포터스 물병 투척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됐다.

서포터, 구단, 서울 골키퍼 백종범을 모두 징계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서포터는 구단에 큰 피해를 입혔다. 선수가 먼저 도발했지만 그걸 폭력으로 대응한 것은 무조건 잘못됐다. 서포터스는 인천 선수가 자제를 요청함에도 불구하고 물병을 던졌다. 그라운드 위에 우리 자녀, 식구, 친구가 선수로 있다면 과연 물병을 던질 수 있었겠나. 인천 구단의 선제적 대응책도 효과적이었다. 자진신고를 유도하면서 투척자가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마련한 것은 인상적이었다. 큰 저항감 없이 투척을 시인하고 자진신고한 서포터스가 늦었지만 자성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다행이다. 부정적 서포팅에 대해 과도하게 보복성으로 행동한 백종범은 경기 후 자기 잘못을 바로 인정했다. 서울 구단은 초기에는 프로축구연맹에 백종범 징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려 했지만 추후 입장을 번복했다. 서울 서포터 수호신이 백종범을 위해 모금을 진행한 것도 굳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자기팀 골문을 지키는 수문장을 어떤 식으로든 지키고 싶은 건 서포터스 인지상정이다.

지난 1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서울전 종료 직전 장면. 서울 골키퍼 백종범이 인천 서포터스석을 향해 도발하자 서포터스가 인천 선수의 만류 속에서도 물병을 던지고 있다. 나무위키 영상 캡처



서포터스는 경기장 응원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견인차다. 이들이 없는 K리그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들이 토해내는 열정적인 서포팅은 엄청난 볼거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면 큰 위험을 자초할 수도 있다. 축구를 사랑한다, 구단을 아낀다는 명분 아래 하는 무책임한 막가파식 행동을 순수하게만 보는 팬들은 많지 않다. 물론 이기고 싶은 마음, 자기 팀을 지키고 싶은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게 집단적인 저질 욕설, 그라운드 내 물건 투척까지 용인해야 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요즘 서포터스 조직에는 소수 강성파 때문에 전체가 휘둘리는 분위기는 많지 않다. 강성 서포터를 영웅시하는 분위기도 사라졌다. 강성파들이 분열하면서 개별적인 힘을 잃었고 지금은 대체로 온건파가 서포터스 조직을 이끈다. 일부 강경파가 토해내는 과격하고 저질스런 욕설에 대해, 다른 서포터스가 “욕하지 마세요” “아이들이 듣어요”라고 집단적을 대응하는 모습도 목격된다. 프로구단 한 서포터는 “서포터스가 자체적으로 자정하지 못하면 신규 서포터 유입이 잘 안 될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 가족 중심 관중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축구계 관계자는 “그릇된 우월의식, 선민의식은 다수 팬들을 무시하고 경기장에서 팬을 몰아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못오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만드는 막가파식 행동은 악성 종양”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일부 서포터스가 본인들이 구단 팬 전체를 대표한다고 착각하고 있다”며 “이들이 지방자치단체 앞에서 하는 시위에서도 순수함을 잃은 채 자기 뜻대로 구단을 흔들려는 의도가 감지된다”고 토로했다.

서포터스의 서포팅은 물론 자유다. 그런데 그게 구단과 선수단, 다수 팬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건 자해행위이며 타인에 대한 범죄에 가깝다. 서포터스석에 그물망, 쇠철망을 치자는 의견도 있다. 이를 좋아할 서포터스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자신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걸 달가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모든 게 서포터스의 자정 노력, 자기 제어에 달렸다. 그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프로연맹, 구단 차원의 개입과 제재도 불가피하다.

서포터스와 구단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발전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양측 모두 마이 웨이를 외치면서 평행선을 달리면 또 다른 그라운드 안팎 폭력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서포터스발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사건을 최소화하고 사고 발생시 문제를 해결하는데 모든 관계자들이 자성하면서 머리를 맞대는 길만이 최선의 길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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