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거꾸로 가도 변치 않는 순애보…뮤지컬 '벤자민 버튼'

오보람 2024. 5. 2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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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바닥에 닿을 듯 허리가 구부러진 노파가 잠에서 깨 소리친다.

노파가 아이에게 이름을 묻고, 아이는 "벤자민 버튼"이라고 답한다.

11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치매를 앓는 노년의 여인 블루와 그를 사랑하는 벤자민이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목각 인형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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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각인형으로 노년기·유아기 표현…'동방신기' 최강창민 뮤지컬 데뷔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 무대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기차를 놓치면 안 돼!"

머리가 바닥에 닿을 듯 허리가 구부러진 노파가 잠에서 깨 소리친다. 여남은 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노파에게 다가가더니 그를 안심시킨다.

노파가 아이에게 이름을 묻고, 아이는 "벤자민 버튼"이라고 답한다. 깜짝 놀란 노파는 자기가 예전에 알던 사람과 이름이 같다며 반가워한다.

11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치매를 앓는 노년의 여인 블루와 그를 사랑하는 벤자민이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시카고로 향하는 기차 안의 두 사람이 과거 어떤 일을 함께 겪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들의 인연은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정반대의 생체 나이를 가졌지만 사실 둘은 동갑내기다. 노인의 몸으로 태어난 뒤 시간이 흐를수록 노화가 아니라 회춘하는 벤자민 때문에 두 사람은 정반대의 시간 속에 살게 됐다.

조광화가 연출하고 극본을 쓴 이 작품은 F.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단편 소설이 원작이다. 브래드 피트·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9)로도 만들어지며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원작과 영화가 상당히 유명한 데다 호평까지 받은 작품이어서 뮤지컬로 초연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뮤지컬 팬들에게서 큰 주목을 받았다.

벤자민 버튼 역 맡은 김성식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김성식이 5월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벤자민 버튼'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음악과 스토리만큼 관심을 끌었던 건 벤자민의 변해가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였다. 영화에선 특수분장으로 다양한 나이대의 벤자민을 구현했지만, 뮤지컬 장르 특성상 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목각 인형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나이대의 목각 인형을 무대에 올리고, 배우가 이를 조종하는 한편 대사와 노래, 표정 연기 등을 하는 방식이다. 휠체어에 탄 채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는 노인, 머리가 군데군데 빠지고 콧수염을 기른 중년, 허리를 곧게 편 잘생긴 청년, 장난기 가득한 소년 등이 등장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목각 인형의 키와 얼굴, 차림새 등은 계속해서 변한다. 하지만 블루를 향한 벤자민의 순애보는 변하지 않는다. 노인의 모습일 때도, 꼬마의 모습일 때도 한결같은 사랑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넘버들은 다른 작품들의 음악에 비해 서정적이고 감미롭다. 뮤지컬 넘버라기보다는 발라드처럼 느껴지는 곡도 있다. 1920년대 재즈 클럽을 배경으로 한 만큼 힘 넘치는 재즈곡도 다양하게 구성됐다.

귀에 확 꽂히는 강렬한 넘버가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울러 두 주인공보다 재즈클럽 주인인 '마마'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뮤지컬 '벤자민 버튼'에 출연한 최강창민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동방신기 최강창민(본명 심창민)이 5월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벤자민 버튼'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그룹 동방신기 최강창민(본명 심창민)은 이 작품에서 벤자민 역을 맡아 뮤지컬에 데뷔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온 그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이자 행복을 찾아나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높은 음역의 노래를 매끄럽게 처리하는 아이돌로 유명한 최강창민은 '벤자민 버튼'에서도 전반적으로 탄탄한 가창력을 보여준다. 다만 일부 곡에서는 감정이 충분히 실리지 않거나 음 처리가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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