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년만에 진행한 '폭발 없는 핵실험' 원리는…"연쇄분열 없도록 설계했을 것"

이채린 기자 2024. 5.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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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차 세계대전 때 만든 핵폭탄 '팻맨'. 위키미디어 제공

미국이 14일(현지시간) 약 3년만에 핵폭탄 기술이 잘 작동하는지 폭발 없이 실험하는 '임계 이하 핵실험'을 단행한 것에 대해 북한이 "미국이 전 세계 안보 환경을 불안정하게 한다"고 비난하며 임계 이하 핵실험 원리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핵폭탄은 원자핵분열폭탄, 핵분열폭탄을 의미한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은 14일(현지시간) 네바다주 소재 지하 연구 시설에서 성공적으로 임계 이하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17일 발표했다. 이어 20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의 림계 전 핵시험(임계 이하 핵실험)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전지구적 안보환경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주요 핵대국들 사이의 전략적 균형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밝혔다.

임계 이하 핵실험은 '미임계핵실험', '임계 전 핵실험'이라 불리는 핵폭탄 실험 단계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핵 분열 물질이 폭발하려면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 질량인 '임계질량'에 도달해야 한다면서 임계 이하 핵실험은 이 임계질량에 다다르지 않은 상태에서 핵폭탄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맞지 않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임계 이하 핵실험은 핵 분열 물질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내는 '초임계'에 도달하지 않도록 조치한 채 핵폭탄 기술을 실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계질량 만이 아닌 임계 상태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핵폭탄 원리의 핵심은 간단하게 말하면 '연쇄반응'이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된다. 우라늄235, 플루토늄 같은 핵 분열 물질의 원자핵에 중성자가 들어가 쪼개지면 큰 에너지가 나온다. 이때 원자핵이 쪼개지며 2.5~3개의 중성자를 배출한다. 이 중성자가 다시 주변에 있던 원자핵에 들어가면 폭발이 일어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며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는데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핵폭탄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원자핵이 한 번 쪼개져 중성자가 2.5개가 나온 경우 1.5개는 사라지고 1개만 남아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않은 상태가 '임계'다. 1개 미만 중성자만 살아남아 핵분열에 참여해 연쇄반응을 만들지 않으면 '미임계' 또는 '임계 이하'이고 1개 이상이 살아남아 주변 원자핵 분열에 참여해 연쇄적으로 폭발을 만드는 상태를 초임계라 부른다. 

천명국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위촉연구위원은 "미국은 임계 이하 핵실험의 자세한 원리에 대해 공개하진 않는다"면서 "임계 이하로 유지하는 여러가지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기술은 원자핵이 분열할 때 나온 중성자가 스스로 빠져나가 사라지도록 '누설'시키는 기술이다. 중성자 흡수물질을 넣어 중성자를 흡수해 폭발을 막거나 앞서 언급된 것처럼 핵 분열 물질을 임계질량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한다. 

또 핵 분열 물질과 물리적 특성이 비슷한 텅스텐, 흑연, 우라늄 238 등을 대신 넣어 여러 기술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한다. 통상 핵폭탄은 중성자 발생장치, 핵 분열 물질 그리고 이를 감싸고 있는 반사체 등과 그 바깥의 폭약으로 구성된다.

폭약이 한꺼번에 폭발해 내부의 핵 분열 물질을 압축해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면 중성자 발생장치가 만든 중성자가 투입돼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켜 엄청난 폭발력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천 위원은 "핵 분열 대체 물질을 이용해 잘 압축되는지, 폭약이 잘 터지는지 등 기술을 실험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원자력공학과 전 대학 교수는 "임계 이하 핵실험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서 금지한 실제 폭발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통상 금지 대상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임계 이하 핵실험은 미국의 경우 이례적인 실험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이 임계 이하 핵실험을 한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 첫 해인 2021년 9월 이래 2년 8개월만이며 역대 34번째다. 바이든 정부에서만 3번째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핵폭발을 동반하는 일반적 핵실험 대신 임계 이하 핵실험을 해왔다.

이번 실험은 미국의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이 핵무기 보유고를 급속히 늘려가고,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상황에서 미국도 핵 억지력을 유지 또는 강화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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