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가부 산하기관, 직장 괴롭힘 피해자에 "법적조치" 엄포

CBS노컷뉴스 주보배 기자 2024. 5. 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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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가정진흥원서 '직장 내 괴롭힘' 논란
노동당국도 '괴롭힘·부당 인사조치 있었다' 판단
상사의 가족 언급 폭언, 괴롭힘 인정
한가원은 모두 불복…이행강제금·과태료 부과
1인 시위 나선 피해자에 "기관 명예·품위훼손 우려" 메시지
"시위 계속되면 법적 조치 이뤄질 수 있다" 엄포까지
'가족 행복 실현' 기관이라더니…부적절 대응 비판도
피해자 "인생 부정했다…괴롭힘 멈춰달라"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오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주보배 기자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한가원)이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 인사 조치가 있었다'는 노동당국 판단에도 불구하고 피해 직원에게 '시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오히려 엄포를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노동당국에 불복해 이행강제금까지 내며 버티고 있는 이 기관은 피해자에게 '기관 품위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이 같은 강경 조치를 예고했다.

더군다나 문제가 된 직장 내 괴롭힘 내용은 피해자의 가족을 언급한 상사의 폭언으로, '가족 행복 실현'을 설립 목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기관으로서 특히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26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한가원 인재경영부는 노동당국이 피해 직원으로 인정한 오미선(가명)씨에게 "귀하는 여성가족부 청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실시했으나 그 내용은 진흥원과 관계 당사자의 명예와 품위를 훼손할 수 있으니 즉시 중단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사내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엔 "만일 이러한 행위가 계속될 경우 관계 법령과 사규에 따른 법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주지하시기 바란다"는 경고도 포함됐다.

이런 경고는 오씨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가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은폐하고 있다"고 1인 시위에 나선 지난 17일 당일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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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4월 기획전략부장이었던 오씨는 본부장 승진을 앞두고 있었으나 당시 상임이사 B씨로부터 공개적인 비난을 받은 뒤, 같은 해 5월 8일부터 소통협력실 일반 부원으로 발령받았다.

이 같은 강등 인사가 이뤄지기 약 일주일 전, B씨는 회사 사람들이 모인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장관 보고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해 장관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 직원이 어딘가 본부장이 된다고 한다"며 "소문이 맞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아셔야 할 거 같다"는 내용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또 지난해 4월 경영회의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오씨의 자녀에 대해 "죄 없는 애들에게 전과자 엄마 만들어 주기 싫어서 참고 있었다"고 언급하거나 오씨와의 개별면담 자리에서 "그거(보고서)는 장관 업무 방해를 한 거였고 형법상 범죄"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임이사 B씨가 메신저 앱 단체 대화방에 올린 글. SNS 캡처


오씨는 그해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자신의 직위 강등은 부당한 인사 처분이라며 구제를 신청했고, 노동당국은 오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노위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도 한가원이 오씨에게 행한 인사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사용자는 인사 처분을 취소하고 (오씨가)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한가원은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부과되는 '이행강제금'까지 내며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 한가원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에 "부당 인사 처분 구제신청을 받아들인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가원 관계자는 "지노위에서 지난 1월 부당인사 구제명령 불이행에 따른 이행강제금을 495만 원 부과해 2월에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한가원은 부당 인사가 있었다는 노동위 판단 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노동청) 판단에도 불복해 과태료도 부과 받았다. 지난 3월 노동청은 "죄 없는 애들에게 전과자 엄마 만들어 주기 싫어서 참고 있었다"는 B씨의 발언 등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동청은 B씨에 대한 징계 등 시정 지시도 내렸지만 한가원이 이를 따르지 않아 결국 4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한가원은 과태료 뿐 아니라 노동청 판단 자체에 대해서도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 이처럼 노동당국의 모든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한가원에 CBS노컷뉴스는 △1인 시위에 대한 법적 예고가 2차 가해라는 지적에 대한 입장 △노동청‧노동위 명령 이행 계획 등을 질의했다.

한가원 관계자는 "변호사 자문 결과에 따라, 최종 확정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오씨의 1인 시위는 진흥원과 당사자의 명예와 품위를 훼손할 우려가 있음을 안내했다"며 "노동청의 시정명령,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에 대해 절차에 따라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이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B씨에게도 노동당국 판단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편 오씨는 지난 20일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글을 올려 "만 20년간 기관의 성장과 함께해 온, 한 사람의 인생에서 절반이 되는 세월을 이 직장에서 보냈지만 권력자에 의해 그간의 열정과 노력, 한 사람의 인생이 부정 당했다"며 "1년 간 싸우며 홀로 외로이 견딘 끝에 (피해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뒤에도 괴롭힘은 여전히 멈추고 있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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