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중국 AI' 넣겠다니"…충격적 소식 퍼졌다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백수전 2024. 5.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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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와 혁신의 경쟁자들
(2) 애플, 충격의 AI 굴욕
"아이폰 껍데기만 팔거냐"…애플, 중국 AI 탑재설 '충격'
MS·구글·테슬라, 자체 AI 모델 개발에 '사활'
애플은 외부 AI 의존… 시총 1위 MS에 내줘
아이폰16에 챗GPT·中바이두 AI 탑재설까지
10년 개발 전기차 '테슬라 짝퉁' 혹평에 철수
메타버스 노린 '비전프로'는 시장 반응 냉랭
혁신보다 안정 치중… 빠른 AI혁명에 허 찔려
2023년 9월 중국 상하이의 애플 스토어에서 한 고객이 아이폰15프로와 화웨이 메이트60프로를 살펴보고 있다. /REUTERS

“애플이 얼마나 다급하면 아이폰에 중국 바이두 AI를 넣는다니…”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가 연일 AI 관련 발표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선두 주자는 MS입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AI를 탑재한 개인용컴퓨터 ‘코파일럿+PC’ 발표 이틀 만에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AI’에 오픈AI의 최신 AI 모델 ‘GPT-4o(포오)’를 탑재한다고 밝혔습니다. GPT-4o는 사람과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전통의 AI 강자 구글도 포문을 열었습니다. 앞서 지난 14일 열린 개발자 대회에서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역량을 자사의 AI 모델 ‘제미나이’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검색·지도·사진 등 주력 서비스를 AI 중심으로 완전히 뜯어고칠 계획입니다. 과거 ‘알파고’로 AI 시장을 주도하던 구글은 챗GPT에 뒤처졌다는 평가에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테슬라는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라이다 대신 카메라와 AI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려 합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오는 8월 로보택시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최근 테슬라가 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엔 로보택시로 추정되는 차량의 이미지가 확인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을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투자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및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사르에서 열린 인공위성 통신 서비스 '스타링크' 개통식에 참석했다. /REUTERS

애플은 도대체 뭘 하고 있나 

앞서 열거한 빅테크는 모두 자체 AI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반면 애플은 이 AI 경쟁에 감감무소식입니다. 오히려 투자자들은 최근 섬뜩한 뉴스를 잇달아 접했습니다.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에 챗GPT 탑재를 오픈AI와 협상 중이라는 지난 11일 보도입니다. 지난 3월엔 애플이 중국에서 판매할 아이폰16에 중국 바이두의 AI 모델 ‘어니봇’을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팀 쿡 애플 CEO는 오는 6월 세계개발자행사(WWDC)에서 생성형 AI와 관련 ‘큰 건’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에 챗GPT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I를 외주화한다는 얘기입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효과와 6월 AI 발표의 기대감으로 올해 들어 부진했던 애플 주가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월가에선 애플을 두고 ‘숨은 AI 수혜주’라고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애플을 지켜본 팬들은 말합니다. “혁신 아이콘 애플이 뭔가 이상해졌다.” 특히 투자자들은 애플이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MS에 넘겨준 것을 지목합니다. 시가총액 1위의 교체는 산업의 큰 흐름이 바뀔 때 벌어집니다. 그 물결이 AI라는 건 시장 참여자 모두가 인정하는 상황입니다. 최근 엔비디아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향방이 갈린 것도 이 때문이겠지요.

오랜 기간 ‘혁신 롤모델’이었던 애플의 행보는 테슬라 팬들에게도 큰 관심사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AI 혁명의 시대를 맞아 ‘테슬라와 혁신의 경쟁자’ 특집을 연재합니다. 지난 1편 ‘왕년의 롤모델 애플’에 이어 이번 주 2편도 애플 이야기입니다. 지난 2월 애플은 10년간 비밀리에 끌고 온 ‘애플카 프로젝트’를 결국 접기로 해 세간에 충격을 줬습니다. ‘애플의 굴욕’은 이 애플카 실패담에서 출발합니다.

2023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플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발언하고 있는 팀 쿡 애플 CEO. /AFP

10년 공들인 애플카, 허무하게 사라지다 

테슬라의 전기차 성공을 눈여겨본 애플은 2014년 자동차 산업 진출을 계획합니다. 이들은 자동차의 ‘마지막 공룡’이 아닌 ‘최초의 새’를 만들길 원했습니다. 프로젝트 초기엔 레벨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목표로 했습니다. 핸들과 페달이 없는 자동차였습니다.

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였던 조너선 아이브는 폭스바겐의 마이크로버스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4명이 탑승할 수 있고 내부엔 거대한 TV 화면이 장착됐습니다. 이후 차량 디자인은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애플은 2015년 개발 인력을 모으면서 애플카 출시 시점을 2020년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매년 10억달러(약 1조36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10년 전 애플 연구개발(R&D) 예산의 20%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개발은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이었습니다. 2024년 현재까지 그 어떤 완성차도 레벨5를 구현하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천하의 애플도 벅찬 목표였습니다. 출시일은 여러 차례 연기됐고 자율주행 수준도 레벨4, 레벌3에 이어 레벨2까지 낮춰잡았습니다. 사실상 테슬라 등 완성차와 기술적 격차를 포기한 것이었지요. 애플 내부에선 ‘테슬라 모조품’이라는 혹독한 평가가 나왔습니다.

지난 3월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카는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에서 영감을 얻어 미래형 미니 밴 타입으로 제작됐다. 사진은 블룸버그가 애플카의 디자인과 비슷하다고 소개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의 라이프스타일 차량. /CANOO


지난 20일 테슬라가 X에 공개한 영상 속 '로보택시'로 추정되는 콘셉트 이미지. 운전석 앞에 핸들이 없다. 일론 머스크 CEO는 오는 8월 로보택시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

차량 제조도 넘기 어려운 벽이었습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IT 디바이스만 만들어온 애플에 자동차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애플은 아이폰 등 주력품 제조를 중국과 인도에 맡기고 있습니다. 애플의 미국 엔지니어들이 아이폰 양산 경험조차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애플은 마틴 에버하드 등 초창기 테슬라 창업자들처럼 자동차 생산을 외주업체에 맡기려 했습니다. 애플이 접촉한 완성차업체는 현대차그룹, 폭스바겐, 혼다, 마쓰다, GM, PSA 등이었습니다. 2021년 기아가 애플카 생산의 유력 협력 업체로 떠오르며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완성차업체와 협력이 아닌 사실상 하청 수준의 관계를 원했습니다.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고집스럽게 지켜온 비밀주의 원칙 때문이었습니다. 애플이 주요 공정의 통제권을 갖고 소프트웨어 접근도 차단했습니다. 전기차 버전의 폭스콘이 되길 요구한 것입니다. 자존심 센 완성차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일 리 없었습니다. 협상은 번번이 결렬됐습니다.

사내에서도 ‘돈 먹는 하마’인 애플카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론이 날로 커졌습니다. 2021년 9월 수장이었던 더그 필드가 돌연 퇴사해 포드로 이직했습니다. 쿡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더는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하드웨어, 레이더, 배터리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줄줄이 퇴사했습니다. 결국 애플은 10년간 공들인 애플카 개발을 포기하고 프로젝트팀을 해산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자 투자 대비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저물어 가는 혁신, AI 굴욕까지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접은 또 다른 이유는 뒤처진 AI 때문입니다. 과거 애플은 선구적으로 아이폰에 음성비서 시리를 집어넣었고, 지문 판독과 얼굴 인식 기능 등을 위해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런 애플이 이제는 거대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 경쟁에서 MS와 구글 등에 크게 밀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머스크가 지난해 xAI를 설립하고 챗봇 ‘그록’을 선보이며 AI 전쟁에 가세했을 때도 애플은 뒷짐만 지고 있었습니다.

애플이 주력한 것은 AI보다 메타버스였습니다. 지난 2월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3500달러(약 478만원)의 비싼 가격과 무거운 무게가 걸림돌이었습니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2024년 비전 프로 출하량을 40만~45만대로 줄였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시장 전망치 70만~80만대와 비교해 낮은 수치입니다.

지난 2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애플 매장에서 한 고객이 애플의 비전 프로 헤드셋을 사용해 보고 있다. /REUTERS

시장은 그래도 애플이 회심의 AI 카드를 꺼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쿡이 애플카 프로젝트를 접은 다음 날 주주총회에서 생성형 AI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애플카 개발에 참여한 직원은 2000명에 달했습니다. 애플은 이들을 AI 관련 부서에 재배치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스위스 비밀 연구소에서 수년 전부터 생성형 AI를 연구 중이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과거부터 그래왔듯 애플의 ‘원 모어 씽’이 나올 타이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애플 팬과 주주들이 받은 소식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충격적이었습니다. 애플이 AI 자체 개발이 아닌 구글의 제미니와 오픈AI의 챗GPT를 차세대 iOS에 적용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는 뉴스였습니다. 타사에서 사활을 걸고 개발에 나선 AI를 애플은 외부에 의존한다는 얘기입니다. 애플이라고 자체 AI를 넣고 싶지 않을 리 없겠지요. 그러기엔 경쟁사 대비 성능이 크게 뒤떨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추격을 위해 당장은 시간을 벌기로 결정한 겁니다.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에서 팀 쿡 CEO가 스티브 잡스의 사진을 배경으로 신제품 발표 행사를 하고 있다. /AP

잡스의 애플은 늘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애플 기기에서만 호환되는 운영체제인 iOS였습니다. 그것은 전 세계에 걸쳐 열성적인 애플 팬들을 탄생시켰습니다. 테슬라를 일으킨 주역들도 그 팬들의 일부였습니다.

이제 잡스는 없고 그의 꿈이었던 애플카는 무산됐습니다. 마법 같은 유산인 아이폰은 성장이 정체 중입니다. 새로운 AI 혁명의 시대, 애플은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아이폰 껍데기만 파는 회사로 남는 건 아닐지 오는 6월이면 밝혀질 일입니다.

→3편 ‘어둠의 군주, MS의 귀환’서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끄는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X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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