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그알' 한 가족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짓밟았다…'여수 모텔 살인 사건' 진실 추적

김효정 2024. 5. 2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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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경애 씨는 왜 조카에게 맞고 언니에게 방치되었나.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찹쌀공주와 두 자매 - 여수 모텔 살인 사건'에서는 2년 전 발생했던 여수 모텔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2022년 5월 17일, 여수의 한 모텔에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여동생이 갑자기 사망했다며 장례지도사에게 빠른 시신 수습을 의뢰했다.

그런데 시신을 본 장례지도사는 이 사망이 석연찮음을 감지했다. 사망자의 머리가 크게 부어있고 곳곳에 멍이 목격된 것. 또한 동생이 사망했음에도 슬픈 기색을 보이지 않는 가족들의 모습이 의아했다.

이에 장례지도사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모텔 안의 CCTV를 확인했다. 그런데 전원도 꺼져있고 기록도 모두 삭제되어 눈길을 끌었다.

경찰은 모든 정황이 수상하다 느끼고 CCTV 복구를 시도했고 복구된 영상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피해자 경애 씨가 사망하기 3일 전 30대 조카에 세 수차례 폭행을 당했던 것. 그리고 언니와 조카는 그런 그를 모텔 비품실에 방치했고 결국 피해자가 사망하고 말았던 것.

조카는 청소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고 피해자가 느리다는 이유로 무자비한 폭행을 하며 분풀이를 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 과정에서 발바닥이 찢어졌다고 병원에 다녀온 것과 달리 피해자에게는 멍이 사라지는 연고를 발라준 것이 고작이었다.

결국 늑골 골절과 폐 파열, 이로 인한 흉곽내출혈이 사망의 주원인이었다. 조카가 이모를 폭행하고 언니 부부는 이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대체 가족에게 어떻게 이런 충격적인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일까. 수사 결과 피해자는 이 가족들의 진짜 혈연관계가 아니었다. 1987년 피해자 경애 씨가 언니네 집에 입양된 것. 당시 언니 박 씨의 부모인 박 영감네는 경애 씨를 스물넷의 나이로 입양했다.

당시 주민들은 이미 다섯 자녀가 있던 박 영감 네가 왜 입양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히 경애 씨는 지적장애까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그 이유를 더 추측하기 어려웠던 것.

그리고 주민들은 당시 박 영감이 여인숙을 운영했는데 이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졌으며 피해자 경애 씨를 입양해 성착취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착하고 순박하며 유독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던 경애 씨에 대해 주민들은 '찹쌀공주'라고 불렀다고 기억했다. 그리고 당시 성매매 업소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딸로 입양시키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박 씨의 아들은 부모가 소개소를 통해 경애 씨를 소개받았고, 식모 역할로 데려왔을 뿐 성착취나 학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딸로 입양을 한 이유는 경애 씨가 결혼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경애 씨의 입양과 출생 신고가 동시에 이뤄진 날 경애 씨보다 네 살 어린 스무 살의 경희 씨도 출생 신고와 입양이 동시에 진행된 것이 밝혀졌다.

경애 씨와 마찬가지로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경희 씨. 그러나 박 씨의 아들은 경희 씨는 지적장애가 없었으며 경애 씨와 달리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작진은 경애 씨와 경희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경희 씨를 추적했다.

당시 박 영감의 여인숙이 있던 곳은 오랜 기간 전남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역이었다. 성매매 방지법과 여수 엑스포 개최로 쇠락의 길로 들어선 성매매업. 그러나 당시에는 성매매업이 호황이었다는 것.

경애 씨는 입양된 지 4년 후 한 시골에 살고 있던 남성과 결혼했다. 그리고 결혼 후 큰 탈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혼 이후 박 영 감네 가족들과의 왕래는 없었고 자녀도 없이 남편과 단 둘이 살았던 경애 씨.

주민들은 경애 씨가 자녀가 없었던 것에 대해 "박 영 감 네서 아기를 못 갖게 수술을 했다고 했다"라는 주장을 덧붙였다.

그런데 결혼 생활 9년 만에 남편이 사망하고 오갈 데가 없어진 경애 씨가 다시 박 영감네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돌아온 당시 박 영감네는 여인숙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았고, 이에 언니가 운영하던 모텔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

언니 박 씨는 경애 씨의 장애인 연금을 받기 위해 경애 씨를 장애인 등급 신청을 했고 그렇게 수급한 연금을 모두 경애 씨에게 지급했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경애 씨는 늘 굶주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경애 씨는 사망한 남편이 남긴 재산도 갖지 못했는데, 이는 모두 언니가 착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 경애 씨의 명의의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다음 날 돈이 바로바로 빠졌던 것. 특히 박 씨는 경애 씨 가 사망한 4일 뒤에도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경애 씨에 대한 가족들의 폭행은 꾸준했다. 한두 번이 아닌 지속적으로 폭행을 했고 이것이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한 가족이 장애인 여성을 데려와서 대대손손 부려먹고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짓밟아 버린 것.

이에 박 씨 가족들은 할 이야기가 없다며 입장 표명을 거절했다.

또한 박 영감의 아들은 부모님의 선행이 오해받고 있다며 그 어떤 착취나 학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경애 씨가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가족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되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경애 씨와 함께 입양된 경희 씨가 거문도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거문도에 데려온 이와 만날 수 있었다.

당시 화장품 몇 개와 잠옷을 쥐고 극장 앞에서 울고 있던 경희 씨를 발견하고 거문도에 함께 왔다는 제보자. 그는 당시 경희 씨가 성매매를 하지 않으려 반항한 후 폭행을 당해 집을 뛰쳐나왔던 것으로 기억했다.

또한 박 씨 가족의 주장과 달리 경희 씨 역시 지적장애인인 것이 밝혀졌다.

섬의 생활에 적응해 가던 무렵 경희 씨를 찾아온 박 영감 내외. 이들은 경희 씨를 알아본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거문도로 오게 된 것이었다. 특히 이들은 경희 씨에게 들어간 돈을 강조하며 경희 씨를 데려가려고 했다. 이에 거문도 주민들은 경찰서에 가자고 했고, 이에 박 영감 내외는 다시 여수로 돌아갔다고.

이후 경희 씨는 식당에서 만난 지적장애 남성과 결혼해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결혼 10년 만에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이후 거의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섬을 떠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는 경희 씨는 현재 사별한 남편의 여동생, 시동생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제작진은 경희 씨에게 경애 씨 사진을 보여주며 박 영감에의 여인숙에 대한 기억을 끌어냈다. 처음에는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하던 경희 씨는 조금씩 기억을 더듬어갔다. 그리고 자신이 박 영감에 에 입양되어 성매매에 동원되었고, 그 일이 너무 힘들어 도망쳐 이곳에 왔다고 했다. 그리고 아기를 못 낳게 수술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직장 알아보다가 여수에 왔고 박 영감을 만났다는 경희 씨. 그는 일을 하면서 월급도 받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그리고 지금은 좋다며 아프지 않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시댁 식구들과 지내고 있는 만큼 취약 장애인으로 분류된 경희 씨는 앞으로 기관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리를 받기로 했다. 또한 기관에서는 경희 씨에 대한 정기적인 상담과 모니터링을 거쳐 트라우마 치료와 재활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경희 씨는 서울로 돌아가려는 제작진에게 경애 씨의 사진을 달라고 했다. 그냥 보고 싶어서 그런다는 경희 씨는 경애 씨의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나랑 많이 안 닮은 거 같아"라며 웃었다.

집에서 출산하는 일이 다수였던 일제강점기에 처음 만들어진 인우보증제. 이는 이웃이나 지인, 친척 등 최소 성인 2명이 보증할 경우 병원의 출생증명서 없이 출생 신고와 사망 신고를 가능하게 한 제도로 2016년 폐지되었다. 박 영감 부부는 이를 이용해 두 여성을 입양했던 것이다.

이에 전문가는 "사실 오래 전이 아니다. 여전히 그 시절에 그런 문제 때문에 그렇게 팔려간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 그들이 어딘가에서 여전히 착취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제도가 바뀌었으니까 문제없어라고 하는 건 되게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 기존에 인우보증으로 인해서 출생 신고했던 분들에 대해서 점검하는 건 예방적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만약 2016년에 전수 조사가 됐다고 한다면 이 사례도 발견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인우보증제가 사라진 현재, 일반 입양 가정에서도 지적장애인들이 겪는 비슷한 문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던 루트가 무수히 많았다. 그런데 어느 곳도 어느 쪽도 이분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정말 의아스럽다"라며 "이 사건의 이면에는 분명히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매우 가혹하고 잔인한 묵시적 합의가 있다.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잔인한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극단적인 표현 형태가 이번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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