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호화 맨션과 2.5조 원짜리 비트코인의 미스터리 [PADO]
[편집자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주요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는 등, 암호화폐는 이제 어엿한 투자용 자산으로서 입지를 굳힌 듯 보입니다. 그 실질적인 용도는 아직도 불분명한 가운데 오래 전부터 제기됐던 돈세탁 우려는 여러 차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이낸스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들이 돈세탁 방조 혐의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2024년 3월 20일 기사는 영국에서 발생한 돈세탁 사건을 소개하는데, 주범은 도주에 성공하고 당국이 끝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데 실패하는 것을 보면 암호화폐 범죄를 추적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암호화폐 보유·거래량을 자랑하는 한국의 실태는 어떨까요? 당국은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있을까요?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2018년 10월 31일 이른 아침, 조 라이언 형사는 런던 북부 햄스테드에 위치한 붉은 벽돌 양식의 한 저택에 도착했다. 런던 광역 경찰청 소속 자금세탁 조사관인 라이언 형사는 36세 여성 원졘의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가택수색영장을 받은 상태였다. 원씨는 중국 출신의 영국 시민으로, 출처 불명의 비트코인을 사용해 수백만 파운드의 부동산 구매를 시도한 기록이 있었다.
저택으로 접근하던 라이언 형사는 진입로에 세워진 검은색 벤츠 E클래스 안에 앉아 있는 원씨를 발견했다. 차창을 두드리며 집을 수색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원씨는 협조하지 않았다. 그가 단호하게 앉아 있는 동안 경찰관들은 차를 둘러쌌다. "이러시면 강제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라이언 형사가 말했다. "체포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경찰관이 경고했다.
마침내 정문이 열리자 원씨는 위층 침실 중 하나로 향했다. 그 안에서 경찰은 침대 위에 있는 원씨의 룸메이트 야디 장을 발견했다. 그는 영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후 몇 시간 동안 노트북, 노트, 그리고 금속 통에 보관된 분홍색 USB를 압수했다. 원 씨의 침실에서는 6만 9000 파운드(약 1억 2000만 원)의 현금도 발견됐다. 경찰은 앱을 지우던 원씨를 발견하고 그의 아이폰마저 압수했다. 다른 아이폰 케이스 안에는 500유로(약 74만 원)와 손글씨로 적힌 비밀번호 목록 쪽지가 들어있었다.
라이언 형사가 발견한 암호화폐의 실제 규모는 몇 년이 지난 후에야 명확해졌다. 수색 둘째 날, 저택과 금고에서 6만 1000개의 비트코인이 발견됐는데 이는 수사기관에 의해 압수된 가장 큰 비트코인 규모 가운데 하나다. 2021년 암호가 해제되었을 때, 그 금액은 14억 1000만 파운드(약 2조 4400억 원)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사건의 경위를 모두 파악한 시점에 장씨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조사 결과 원 씨의 이 동거인은 중국에서 대규모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로 수배 중인 도피범으로 밝혀졌다. 원씨는 2021년 5월에 체포돼 사우스워크 법원에서 총 12건의 돈세탁 및 형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이 사건과 관련된 재판 절차는 보도가 제한돼 있다. 따라서 이 기사는 법정에 제출된 증거와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5주간 진행된 재판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어떻게 악용돼 많은 양의 자금을 세탁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동시에 수사기관이 이를 추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드러났다. 법정에서 원씨는 헐렁한 재킷을 입었고 얼굴을 가릴 만큼 큰 안경을 썼다. 방청석에 그를 동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원씨는 매일 저녁 네 명의 경관에 둘러싸여 유럽 최대 여성 교도소로 호송됐다.
원씨는 12건의 혐의 중 각 혐의에 대해 최고 14년 징역형에 직면하고 있지만 무죄를 주장했다. 증언 중 그는 종종 눈물을 보이며 자신은 중국에서 일어난 장씨의 범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고집했다. 원씨의 변호사는 그가 '전문적인 조종자'에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씨가 도주하자 원씨가 경찰에게 아쉬운대로의 '감투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측도 인정했다. "배심원단은 원씨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하나도 못 찾겠지만, 장씨의 비트코인 출처가 불법적이라는 사실은 그녀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양측 모두 증거의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이 없었다. 배심원단에겐 원씨가 장씨의 신임을 얻은 협력자인지, 아니면 이용만 당한 피해자인지 판단하는 숙제가 남았다.
(계속)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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