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손가락 잘라 요리해달라는 거식증 남편… 칸의 선택 받을까 [2024 칸영화제]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5. 26.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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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칸영화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친절의 종류’
프랑스 칸영화제는 세계 영화의 가장 뜨거운 현장이자 지금 이 순간 세계인이 열광하는 시네마의 준거점입니다. 제77회 칸영화제 현지에서 칸 황금종려상 후보인 ‘경쟁 부문(In Competition)’ 진출작과 관련한 소식을 밀도 있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올해 칸영화제의 또 다른 문제작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친절의 종류’입니다. 엠마 스톤과 제시 플레먼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3개의 이야기(3부작)를 두 시간 동안 느슨하게 연결해 하나의 주제를 형성하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이 논쟁작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단지 곳곳에 숨겨진 잔인한 소재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간은 타인에게 이해받고 자신이 욕망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어디까지 친절해질 수 있는가’란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입니다.

25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본관 아그네스 바르다 극장에서 영화 ‘친절의 종류’를 관람했습니다.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영화 ‘친절의 종류’는 인간은 어디까지 친절해질 수 있는가를 묻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문제작입니다. 타인으로부터의 이해를 위해 자신의 신체를 절단해야 한다면 그걸 과연 인간은 감내할 수 있을까요. [칸영화제 웹사이트]
주인공 다니엘은 아내 리즈의 실종으로 힘들어 합니다. 다니엘은 경찰이지만 그녀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아내, 그러나 기다림의 시간을 길지 않았습니다. 금방 돌아왔거든요.

아내는 불의의 사고로 외딴 곳에 조난을 당한 상태였습니다. 다시 평정심을 찾고 일상을 회복한 것도 잠시, 아내 리즈의 행동이나 외모가 좀 이상합니다. 실종 전에 신었던 신발이 작아졌고, 잘 먹지도 않던 초콜릿 케이크를 그 자리에서 전부 다 먹어치우기 때문입니다.

다니엘은 리즈가 ‘리즈가 아니라고’ 믿기 시작합니다.

영화 ‘친절의 종류’로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맨 오른쪽)과 엠마 스톤, 대니얼 디포, 홍 차우(오른쪽 두 번째부터). [AFP·연합뉴스]
관객이 보기에도 리즈는 확실히 이상해 보이긴 합니다. 리즈는 불가능했던 임신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리즈를 다니엘은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의심하기 시작하지요. 정신질환이 심각해진 다니엘은 먹기를 거부합니다. 그는 아무 음식도 삼키지 않고, ‘자신을 리즈라고 주장하는 여성’을 무심하게 쳐다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니엘이 드디어 “배가 고프다”고 말합니다. 뭐든 말만 하면 만들어주겠다는 리즈에게, 다니엘은 말합니다.

그러지 말고, 당신의 손가락을 잘라 요리해 줘. 그게 좋겠어. 엄지손가락이 적당할 것 같은데?

리즈는 손가락을 잘라 요리를 할까요. 그래야만 남편 다니엘이 자신을 믿을 수 있을 테니까요. 여기까지가 ‘친절의 종류’ 중 두 번째 이야기의 기본 설정입니다.

칸영화제 외신기자 회견에 참석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왼쪽)과 배우 엠마 스톤( 오른쪽). 두 사람은 ‘가여운 것들’에 이어 이번 영화로 칸영화제를 함께 찾았습니다. [EPA·연합뉴스]
참고로 영화 ‘친절의 종류’ 첫 번째 이야기는 아내 세라를 되찾기 위해 살인까지 수행하는 남성 로버트의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정리하면, 타인에게 이해받고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인간은 ‘살인’이나 ‘신체절단’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할 수 있는지를 영화 ‘친절의 종류’는 묻습니다. 웃음과 놀라움이 공존하는 이 영화의 내용은 심오하지만 관통하는 주제는 간명해 보입니다. ‘인간 행동의 끝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여기에서 친절(kindness)이란 단지 예의 바른 행동만이 아닌 인간의 선의가 담긴 행동 전체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 선의가 자신 심연의 무언가를 내파(內破)시켜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할 때, 인간은 과연 그 행동을 시행할까요. 즉,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존재일까요.

자기 손가락을 잘라 남편에게 ‘요리’를 해줘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또 누군가를 죽여서라도 자신의 소중한 무엇(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그 행동은 과연 합당할까요.

25일(현지시각) 칸영화제에서 관람한 영화 ‘친절의 종류’ 티켓.
이 영화에는 몇몇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하는데, 부부 섹스 스와핑 장면도 나옵니다. 영화 ‘가여운 것들’에서 요르고슬 란티모스 감독과 작업했던 엠마 스톤은 이번 작품 ‘친절의 종류’에선 스와핑 장면까지 감행했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는 어렵지 않게 한국에도 개봉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77회 칸영화제 팔레 드 페스티벌 프레스센터의 모습. 25일(현지시각) 시상식 진행 직전의 모습입니다. [김유태 기자]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프랑스 시간은 25일 오후 6시 30분으로, 약 한 시간 뒤에 제7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발표됩니다. 팔레 드 페스티벌 프레스센터에는 100여명의 외신기자가 수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르고르 란티모스 감독의 ‘친절의 종류’도 본상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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