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손가락 잘라 요리해달라는 거식증 남편… 칸의 선택 받을까 [2024 칸영화제]
올해 칸영화제의 또 다른 문제작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친절의 종류’입니다. 엠마 스톤과 제시 플레먼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3개의 이야기(3부작)를 두 시간 동안 느슨하게 연결해 하나의 주제를 형성하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이 논쟁작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단지 곳곳에 숨겨진 잔인한 소재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간은 타인에게 이해받고 자신이 욕망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어디까지 친절해질 수 있는가’란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입니다.
25일(현지시간) 칸영화제 본관 아그네스 바르다 극장에서 영화 ‘친절의 종류’를 관람했습니다.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아내는 불의의 사고로 외딴 곳에 조난을 당한 상태였습니다. 다시 평정심을 찾고 일상을 회복한 것도 잠시, 아내 리즈의 행동이나 외모가 좀 이상합니다. 실종 전에 신었던 신발이 작아졌고, 잘 먹지도 않던 초콜릿 케이크를 그 자리에서 전부 다 먹어치우기 때문입니다.
다니엘은 리즈가 ‘리즈가 아니라고’ 믿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니엘이 드디어 “배가 고프다”고 말합니다. 뭐든 말만 하면 만들어주겠다는 리즈에게, 다니엘은 말합니다.
“그러지 말고, 당신의 손가락을 잘라 요리해 줘. 그게 좋겠어. 엄지손가락이 적당할 것 같은데?”
리즈는 손가락을 잘라 요리를 할까요. 그래야만 남편 다니엘이 자신을 믿을 수 있을 테니까요. 여기까지가 ‘친절의 종류’ 중 두 번째 이야기의 기본 설정입니다.
결국 정리하면, 타인에게 이해받고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인간은 ‘살인’이나 ‘신체절단’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할 수 있는지를 영화 ‘친절의 종류’는 묻습니다. 웃음과 놀라움이 공존하는 이 영화의 내용은 심오하지만 관통하는 주제는 간명해 보입니다. ‘인간 행동의 끝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여기에서 친절(kindness)이란 단지 예의 바른 행동만이 아닌 인간의 선의가 담긴 행동 전체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 선의가 자신 심연의 무언가를 내파(內破)시켜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할 때, 인간은 과연 그 행동을 시행할까요. 즉,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존재일까요.
자기 손가락을 잘라 남편에게 ‘요리’를 해줘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또 누군가를 죽여서라도 자신의 소중한 무엇(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그 행동은 과연 합당할까요.
아마도 이 영화는 어렵지 않게 한국에도 개봉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요르고르 란티모스 감독의 ‘친절의 종류’도 본상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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