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때 흩뿌리는 색종이 조각…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그거사전 - 18] 결혼식에서 뿌리는 반짝반짝 파티가루 ‘그거’
컨페티는 라틴어 confectum에 어원을 두고 있는 confect(사탕과자·당과)에서 유래했다. confetti는이탈리아어로는 설탕을 입힌 아몬드를 뜻하는 confetto의 복수형(요르단 아몬드·드라제라고도 한다)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전통 선물로 결혼식 때에는 흰색 설탕을 입힌 5개의 컨페티를, 아기 세례식 때에는 연한 파란색 혹은 분홍색 컨페티를 손님에 전달하는 풍습이 있다. 건강과 부, 행복, 다산과 장수라는 5가지 소원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고 삶의 쓴맛(아몬드)과 사랑의 달콤함(설탕)을 함께 맛본다는 의미도 있다. 혹시라도 쓴맛만 보고 있는 기혼자가 있다면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
또 중세 유럽에서는 축제 때 행진 참가자들이 군중에게 진흙 덩어리, 달걀, 과일, 꽃, 동전 등 물건들을 던지곤 했다. 반대로 군중들이 퍼레이드 주인공들에게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물건을 서로에게 던지는 일이 축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1597년 당시 밀라노 공국을 통치했던 스페인 귀족 후안 페르난데스 데 벨라스코 총독이 점차 과격해지는 관습을 금지한 이래 약 100년간 사라졌다가 1700년대 작은 사탕(고수 씨앗에 설탕을 입힌 게 많았다) 따위를 던지는 형태로 부활했다.
현대적인 의미의 색종이 가루, 컨페티를 발명한 사람은 밀라노의 사업가였던 엔리코 만질리(Enrico Mangili, 1840~1895)였다. 비단 생산지로 유명했던 밀라노에서 방직 회사를 경영했던 그는 누에 사육을 위해 구멍을 낸 종이 시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작은 종잇조각, 그러니까 쓰레기를 밀라노 카니발 퍼레이드에서 ‘던질 물건’으로 팔기 시작했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도 한 수 접어야 할 사업 수완이다. 아무튼 사탕보다 저렴했고, 딱딱한 물건보다 안전했으며, 축제 분위기 띄우기에도 적합한 이 색종이 가루는 순식간에 유럽 전역에 전파됐다.
그렇다면 컨페티라는 단어를 설탕 입힌 아몬드라는 뜻으로 이미 쓰고 있던 이탈리아에서는 색종이 가루를 뭐라고 부를까. 고수를 뜻하는 coriàndolo다. 축제 때 주로 던져댔던 물건 중에 설탕 입힌 고수 씨앗이 많았던 탓이다. 제발 단어 좀 만들어 쓰자.
티커 테이프 덕분에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 정보를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거의)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졌고, 이는 금융 시장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1867년 미국의 금융사 웨스턴 유니온(당시 웨스턴 유니온 텔레그래프 컴퍼니)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칼라한이 발명한 티커 테이프는 1869년 발명왕 에디슨의 개량품을 거쳐 월스트리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이지만 흔적은 남아있다. 미국 증시에서 MSFT(마이크로소프트), AAPL(애플), SBUX(스타벅스) 등 약어로 표시한 종목명의 이름은? 바로 ‘티커’ 되겠다.
기분 낼 때는 좋지만 뒷정리가 영 곤란한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어린아이 손에 들려준 유성 매직이요, 다른 하나는 신나게 뿌려댄 컨페티다. 환경 오염도 문제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동결 건조된 꽃잎이다. 쓰레기 생기는 건 똑같지만 생분해성 소재이다 보니 몇몇 행사에서는 아예 컨페티 대신 꽃잎만 허용하기도 한다. 국내 결혼 업체에서는 이러한 꽃잎 컨페티를 두고 ‘플라워 샤워’라는 아름다운 표현을 쓰기도 한다. 사전으로 찾아보면 영미권 표현은 아니고 일본에서 주로 쓰는 표현이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예비 신부를 위해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브라이덜 샤워’, 출산이 임박한 임부나 갓 태어난 신생아를 축하하기 위한 ‘베이비 샤워’에서 유래한 것 같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다.
북한 작가 엄단웅이 1980년 펴낸 소설 ‘령마루’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꽃보라를 뿌리는 심정으로 깨끗한 강바닥의 흰 모래를 펴기 시작했을 것이다.
- 다음 편 예고 : 바닷가에 무더기로 쌓여 있는 돌로 된 삼발이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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