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6년 남았다”…‘성장 내리막길’ 막을 골든타임, 지금이라는데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5. 2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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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수 감소·GDP 마이너스 성장
부채비율 100% 넘고 연금고갈 시작
한국경제 2040년 이후 내리막길
美中日 모두 자국산업 살리기 안간힘
우리도 수출대기업 경쟁력 확보 힘써
고환율·고령화로 내수 위축 불가피
정부 내치개혁 등한시하고 시간벌기
현재가 골든타임, 구조개혁 성공해야

‘피크 코리아(Peak Korea)’, 즉 대한민국이 성장의 정점을 찍고 이제는 점차 성장이 둔화하더니 내리막길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에선 해당 전망을 모아보겠습니다.

2040년부터 대한민국은 역성장한다
△ 2040년부터 가구 수 감소 → 부동산 하락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최근 세미나를 개최하며 가구 수가 2039년 정점을 찍고 2040년부터 하락하기에, 집 값도 2040년부터 장기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 2040년대부터 GDP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총요소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2030년대에는 0.6%, 2040년대 -0.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2041년부터 국민연금 고갈 시작

국민연금도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은 2040년 최대적립기금액을 돌파한 뒤 2041년 적자(해당년도 지출>총수입) 전환돼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별개로 건강보험은 2028년부터 그동안 쌓아둔 준비금이 소진되고, 2032년은 누적 적자액이 61.6조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 2045년 국가부채 GDP 100% 넘는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현재 57% 수준인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30년께 70%에 이어 2045년께 100%에 이르고 2050년께 12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령화로 인해 복지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돈 풀기 혹은 환율로 산업 키우기 나선 美中日
지금 이대로 가면 한국경제는 본격적으로 2040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사실 이는 결과이고, 이미 징후들은 현재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구조개혁 골든타임은 지금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이유죠.

그렇다면 우리 엘리트들은 어떤 대응을 하고 하는 걸까요? 이를 보기 위해선 국내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미국 중국 일본의 현재 전략을 봐야 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세 국가의 공통점은 ‘자국산업 살리기’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막대한 보조금과 IRA법 등을 통해 첨단산업 생산기지를 미국에 유치하려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비만 하던 미국이 생산까지 같이 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거기에 대해 미국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100%까지 올리는 등 중국을 무역·금융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나섰습니다.

중국은 디플레이션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리면서 전세계에 중저가 중국 제품들을 뿌리고 있습니다. 중국 직구 플랫폼 알리·테무가 미국·유럽·중남미뿐만 아니라 우리 시장에도 상륙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죠. 이는 아마존·쿠팡 전략과 비슷합니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서 중국업체로의 의존도를 높이고, 향후 락인효과를 바탕으로 이윤을 만들겠다는 것이죠. 특히 중국은 중저가제품뿐만 아니라 전기차·베터리 등 첨단산업서도 꽤나 가성비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어서 일각에선 ‘레드테크’ 공습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중국이 아직도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운영하고 있어서, 의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중국상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TSMC 구마모토 공장 유치 등을 통해 그동안 잃어버렸던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다시 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폭 엔화 절하를 통한 수출 경쟁력 확보,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자금유치 등에 나서고 있죠.

수출 살리기, 내수는 폭탄돌리기 중인 한국
2040년 이후 암울한 전망과, 미국·중국·일본의 자국산업 살리기라는 두 가지 흐름이 있는 상황서 국내 엘리트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요?

첫째, 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하며 원화를 절하하고(원달러 환율 1300원대) 이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최근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 10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준다고도 발표했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혹은 일부 분야에선 우리를 역전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결국 이로 인해 우리 경제 구조는 4대 수출기업 그룹(삼성, SK, 현대자동차, LG)을 비롯한 대기업집단에 더욱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각 국가가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자국 산업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한가하게 중소기업 살리기 등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죠.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서 대기업 육성 및 대기업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1분기 인공지능(AI) 붐과 업황 회복에 힘입은 반도체(DS) 부문의 반등으로 ‘깜짝 실적’을 냈다. 스마트폰 갤럭시 24 시리즈의 판매 호조도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매출 71조 9156억 원, 영업이익 6조 6060억 원을 거뒀다고 지난 4월 30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2.8%, 영업이익은 931.9% 늘었다. 직전인 지난해 4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보다도 각각 6.1%, 133.9% 증가했다. 사진 은 서초동 삼 성 사옥. 204.04.30[이충우기자]
둘째, 낙수효과는 증시를 통해?

위의 정부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낙수효과를 연상시킵니다. 수출 대기업이 잘되면 결국 내수로 흘러들어간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낙수효과는 사실상 실패하게 됩니다. 많은 수출 대기업들은 인력이 아닌 자본재 중심의 수출 구조이기 때문에, 인력 채용보다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두면서 동시에 최첨단 설비(로봇 등)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 때 소득주도성장이었습니다. 노동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 확대, 이를 통한 경제성장을 기획한 것이죠. 최저임금 인상이 대표적인 정책입니다. 하지만 국내 내수시장은 그만큼 크기에는 인구 5000만이라는 작은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은 취업자 증가폭만 대폭 줄였을 뿐, 실패한 정책으로 끝나게 됩니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고환율·각종 보조금 등 당근을 주면서 수출 대기업을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고 있습니다. 이는 각 국가의 흐름을 보면 맞는 방향이죠.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콘래드 다운타운 호텔에서 열린 투자설명회(IR)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명호 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하비 슈와츠 칼라일그룹 대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김의환 주한뉴욕총영사관 총영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강철원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다니엘 심코위츠 모건스탠리 공동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 김기준 JP모건 한국대표. <사진=금융감독원>
아울러 정부는 수출 대기업의 낙수효과를 조금이나마 기획하기 위해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면,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국민들에게도 혜택이 가기 때문이죠. 일각에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제2의 낙수효과 프로그램이라고 인식하는 이유입니다.

셋째, 내수는 폭탄 돌리기뿐

다만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고갈, 인구 및 가구수 감소 등 정해진 미래와 관련된 이번 정부 정책은 본질을 건드리기보다는 임시처방을 하는 꼴입니다.

국민연금 고갈과 관련해서도 ‘더 내고 덜 받자’는 개혁안을 통해, 고갈 시점만 10~20년을 늦출뿐, 본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죠. 신연금과 구연금으로 계정을 나눠서 미래세대가 납입하는 신연금에 대해선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주자는 KDI의 제안이 그나마 합리적인데 정부는 이를 두고도 아직 이렇다할 반응이 없습니다. 백년대계를 세우고 접근하기 보다는, 시간을 벌어보자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죠.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이강구(오른쪽)-신승룡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ㆍ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월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미래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와 운용수익만큼의 연금 급여를 기금 고갈 우려 없이 지급할 것을 보장하는 완전 적립식의 ‘신 연금’ 도입을 제안했다. 2024.2.21
결국 총만 울리지 않을뿐 전세계적인 산업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엘리트들은 앞으로도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고령화로 인한 비용 문제는 아직까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고요.

KDI가 제시한 것처럼, 미래세대에도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종 분야에서 ‘신(新) 계정’과 ‘구(舊) 계정’을 회계적으로 나누고, 고령층은 제한된 예산 내에서 자원을 소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현재의 구도를 방치한다면, 소수의 수출 대기업과 다수의 내수산업 종사자 간의 양극화는 더욱 벌어질 것이고, 미래세대로 갈수록 버는 돈의 약 40%를 세금·사회보험료로 지출하면서 다수가 희망 없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은 현재입니다. 국내 엘리트, 특히 논의를 주도하는 고령층 엘리트 자산가들이 이제는 자기를 일부 희생하면서 허리띠를 조이자고 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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