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만 만들지 않는 ‘런던 드라이 진’ [명욱의 술 인문학]
한국의 대표적인 약술이라고 한다면 인삼주를 들 수 있다. 소주에 인삼을 침출, 그 약용 기능이 술에 들어가게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인삼과 술을 같이 섭취하면 인삼의 약용 효과가 일어난다. 게다가 알코올은 몸에 흡수가 빠른 만큼, 효과도 크게 느껴진다.
재미있는 것은 영국의 명예혁명 덕분에 네덜란드의 진은 영국으로 가게 된다는 점이다. 명예혁명은 유혈 사태가 없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 당시 의회와 대립하던 제임스 2세가 프랑스에 망명을 가고, 뒤를 이어 네덜란드 귀족인 윌리엄 3세가 영국 국왕이 된다. 이 윌리엄 3세는 이전 왕 제임스 2세가 프랑스로 망명을 가다 보니 프랑스 코냑(브랜디)을 싫어했다. 그래서 프랑스산 코냑 수입에 제한을 걸었다.
새로운 술에 대한 수요가 영국 내에서 들끓었고 네덜란드의 진은 자연스럽게 영국으로 강제 진출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바로 ‘런던 드라이 진’. 현재 이 런던 드라이 진은 1ℓ당 당류를 0.1g 미만으로 넣어야 하기에 ‘드라이’란 이름이 붙게 됐다.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티니’나 ‘진토닉’ 등이 대표적인 진으로 만든 칵테일이다. 18세기 진은 영국에서 엄청나게 유행한다. 면허 없이 만들 수 있었고, 그래서 조악한 제품이 많았다. 증류소가 수백 개 생겨났으며, 가격 경쟁을 하다 보니 가격도 계속 내려갔다.
최근 한국의 주류 시장을 보면 진 시장이 확장돼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숙성이 필요한 위스키와 달리 진은 증류 후 바로 상품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위스키 증류소에서 운영 자금을 진을 제조 및 판매해서 조달하곤 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전통 소주에 주니퍼 베리를 비롯한 우리 농산물로 만들었다는 것. 멋진 코리아 드라이 진이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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