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미디어 파도] 위기의 지역방송, '비용절감' AI 앵커의 그늘

윤유경 기자 2024. 5.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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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B 청주방송, 3월부터 AI 앵커가 진행하는 주말 뉴스 도입
재난 등 긴급 상황 속보 어려워, 오류 발생시 사과방송 뒤늦게
여수MBC, AI 기상캐스터·라디오 앵커 도입 후 1년 만에 폐지
방통위 "규제 수단 없어, AI 뉴스 확대에 따른 문제 살펴볼 것"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2024년 3월24일 CJB AI 8시 뉴스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김종기 앵커의 모습을 딥페이크로 만들었다.

CJB 청주방송이 지난 3월24일 지역방송 최초로 AI 뉴스를 도입했다. 앵커의 모습과 목소리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이 뉴스 원고를 입력하면 화면으로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앵커의 모습은 딥페이크로 만들었다.

AI 뉴스를 도입한 주된 목적은 '비용 절감'이다. 지난 2020년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으로 모든 수당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게 된 청주방송은 비용 절감을 위해 2021년 4월부터 지역민영방송사 최초로 주말 뉴스를 폐지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재허가 과정에서 주말 뉴스 폐지가 지역방송 역할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올해부터 일요일 8뉴스를 다시 만들어 AI 앵커 활용을 시작했다.

AI를 사용하면 비용 절감의 효과는 있다. 생방송 뉴스를 하려면 앵커, 부조정실 기술 스태프, 스튜디오 카메라 인력, 진행 PD 등이 근무해야 하지만 AI 뉴스를 하면 당일 취재기자, 영상기자 등만 출근하면 되기에 휴일 근무수당이 줄어든다. 리포트는 평일에 미리 제작해놓고 당일 극소수 인원만 출근해 단신 기사를 추가로 챙긴 후, 방송 약 두 시간 전 제작을 마무리하는 식이다.

하지만 AI 뉴스를 활용하는 부작용도 확인됐다. 사전에 제작을 끝내는 AI 뉴스를 진행하게 되면 당일 추가적인 취재를 하거나, 긴급 재난 발생 시 속보 등의 대응을 하기 어렵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방송을 시청하는 지역민에게 돌아간다.

AI로 사전에 만들어 녹화한 뉴스를 시간에 맞춰 재생하기에 오류를 즉각 수정하지 못하고, 사과 방송도 따로 뒤늦게 내보내야 한다. 수정하려면 아예 방송 재생을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두 달간 AI 뉴스를 진행한 청주방송 내에서도 편집 오류로 리포트 중간에 앵커 화면으로 넘어가거나, 방송이 늦게 재생되는 등의 사고들이 발생했다. 아직은 AI 앵커의 모습과 발음이 어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주방송 내에선 AI 뉴스 도입 전 노동조합 요구로 편성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상대 전국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장은 21일 미디어오늘에 “청주방송을 비롯한 지역민방이 먼저 AI 뉴스를 도입한 것은 지역민방이 그만큼 경영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비용 절감이 도입 목적이기 때문”이라며 “그렇더라도 공공재인 지상파 방송으로서 우려되는 부분도 간과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상대 지부장은 “뉴스를 미리 제작하는 것 자체로도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재난상황이나 긴급한 사건 사고로 인한 속보를 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처가 신속히 이뤄지기 어렵다”며 “그 피해는 지역민에게 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도입 초반부터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자연스럽지 못한 화면과 목소리 구현이 자칫 뉴스의 질과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방통위에서 이 내용들을 인지하고 허용해준 건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또 다른 형태의 AI 뉴스로 확대 될 수 있어 예상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청주방송측에선 AI 뉴스는 새로의 시도의 일환이며 부작용이 이어지면 언제든 폐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종기 청주방송 보도국장은 같은 날 미디어오늘에 “비용 절감이 큰 이유 중 하나이지만 절대적 이유는 아니다”라며 “충북은 생성형 AI를 가장 잘 쓰는 도 중 하나이고 지역 정보통신업체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 지역방송이지만 처음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해보자는 차원에서 (AI 뉴스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에 대해 김 국장은 “AI 뉴스를 하더라도 긴급 재난이 발생하면 기자들이 다 나와야 한다. 내가 AI 앵커 모델을 하고 있는데 아직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녹화를 거듭하며 조금씩 보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일단 새로운 기술을 시행하고 만약 언론 윤리에 문제가 있거나 부작용이 심하면 구성원들의 의견도 듣고 중단할 계획”이라며 “AI를 활용한 기사에 사실 왜곡이 발생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쓰고 있다. 앵커도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실제 근무하는 보직자들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상캐스터 도입 후 1년 만에 폐지한 여수MBC

청주방송 외에도 다수 지역방송사에서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AI 뉴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JIBS 제주방송은 지난 11일부터 AI 앵커가 진행하는 토요일 뉴스를 시작했고, 강원 지역의 G1방송도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방송의 사례는 인력과 비용 절감이 주된 도입 이유이고, 비용을 이유로 뉴스를 아예 폐지했다가 AI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는 측면에서 서울 방송사의 AI 활용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 2024년 5월11일 AI 앵커가 진행하는 JIBS 제주방송 8뉴스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익명을 요구한 지역방송 관계자는 지난 20일 미디어오늘에 “뉴스를 안 내보내는 것보단 내보내는 게 낫다는 면에선 동의할 수 있지만, 근무자가 스탠바이(대기) 하지 않은 상태에서 큰 문제가 생겼을 땐 어떻게 대처하나”라고 물으며 “재난은 예고하고 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2016년 당시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가 포항 지진이 발생하자 생방송 중에 '지금부터 재난특보로 전환하겠다'면서 뉴스를 전환했다”며 “이 사례에서 보듯 뉴스를 생방송으로 진행해야 하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는데 왜 AI 녹화방송으로 퇴행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 자체를 AI로 바꾸면 결국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텐데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생각되기도 한다”며 “결국 AI가 사람의 몫을 대체하는 건데 이걸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를 도입했다가 폐지한 사례도 있다. 여수MBC는 2021년 방송사 최초로 AI 기상캐스터와 라디오 뉴스 앵커를 도입했지만 약 1년 만에 폐지했다. 지역방송사 인력이 부족한 탓에 AI를 통해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실제 도입 후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폐지됐다.

▲2021년 10월24일 AI 기상캐스터가 날씨를 전하는 여수MBC 뉴스데스크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김종수 언론노조 여수MBC지부장은 20일 미디어오늘에 “AI 시스템으로 운영되면 방송사고 등 오류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영역이 없어 초창기 내부에서 반발이 심했다”며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인데 자칫 AI에 업무가 치우치는 것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안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운영하면서 방송이 정상적으로 송출되는 과정까지 인간이 개입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오래 걸리고 노동력이 이중으로 투입되는 등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표정과 발음이 어색해 거부감이 느껴지고 무섭다는 시청자 의견도 있었다. 결국 AI 도입이 폐지됐고 AI가 맡았던 업무는 구성원들이 다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AI 등장으로) 메이크업, 코디 등 일자리를 잃는 다른 직군도 있다. 단순히 기자, PD, 아나운서 외에도 회사에 있는 프리랜서 직군의 우려가 커지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단순히 비용 절감으로 접근해 AI를 도입하기보단 방송이 공적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면서 AI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통위는 현재로선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 관계자는 21일 미디어오늘에 “방통위의 정책상 관련 문제를 규제할 만한 수단은 없다. 재난방송은 AI 뉴스와 무관하게 재난방송 관련 규정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며 “AI 뉴스가 확대되는 추세이다보니 방통위에서도 관련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지 등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초기 단계이고 방통위에서 조치해야할 만한 일이 있으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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