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출입기자 김치찌개 만찬, 문답도 없는 쇼통"

정철운 기자 2024. 5. 25. 1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방통위와 방심위, 선방위 앞세워 전방위적 언론 탄압하며 소통 모습 연출" 비판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만찬 행사에서 계란말이를 만드는 모습. ⓒ대통령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4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만찬을 언급하며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에 대한 국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서민들은 하루하루 살기가 힘들다 민생고를 호소하는데 한가하게 김치찌개를 배식하는 대통령을 보며 한탄만 나온다”고 비판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이 같이 언급하며 “더 큰 문제는 어제 만찬 행사가 기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된 쇼통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한 대변인은 “정작 중요한 현안에 대한 문답도 없었다. 기자들은 대통령과 얼굴을 익히는 것보다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을 듣길 바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오후 6시부터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대통령의 저녁 초대' 만찬 행사를 열고 출입기자들에게 고기와 김치찌개, 계란말이 등을 제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언론으로부터 비판도 받고 또 공격도 받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이 언론 때문에 저와 우리 정치인들 모두가 여기까지 지금 온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들과 더 공간적으로 가깝게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서 또 여러분들의 조언과 비판도 많이 듣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도록 할 것을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약속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워낙 언론과 자주 소통하는 분위기 속에서 평생 공직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언론을 배척하거나 불편해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현 정부에서 벌어진 언론탄압 논란에 비춰볼 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무엇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를 통한 전방위적 언론탄압은 위험 수위를 넘었다. 방심위는 뉴스타파 김만배 발언 인용보도에 나섰던 KBS MBC YTN 등 방송사 네 곳에 과징금 1억4000만원을 부과했으나 이후 방송사들의 과징금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모두 인용할 정도로 문제적 심의였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방심위가 신속 심의 절차를 통해 심의한 안건도 23건으로 적지 않았는데 이 중 18건이 MBC로 특정 방송사에 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23건 중 12건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법정제재로 이어졌는데, 정부여당에 불편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만찬 행사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5개월간 활동한 선방심의위에선 법정제재가 무려 30건 나왔는데 이 중 17건이 MBC에 집중됐다. 앞선 선방심의위 법정제재는 18대 2건, 19대 0건, 20대 14건, 21대 2건으로 과거 4번의 총선에서 나온 법정제재 건수(18번)를 합친 것보다 올해가 많았다. 더 심각한 건 수위였는데, 최고수위 징계인 관계자 징계는 과거 4번의 총선에선 단 1건에 불과했던 반면 이번 총선에선 무려 14건이나 나왔다. 관계자 징계를 받았던 방송 내용 중에는 MBC 일기예보에서 등장했던 '파란색 1'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3월에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논평하면서 '여사'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SBS에 행정지도를 의결해 '입틀막 심의'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선방심의위는 '선거개입위원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선거 직전 MBC <복면가왕> 9주년 특집방송이 결방됐다. 조국혁신당 기호(9번)를 연상시켜 문제가 될까봐 제작진이 자기검열에 나선 결과였다. 출연자들은 방송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집계하는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만에 62위로 19계단이나 추락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이후 60위권 추락은 세번째였다. 한 시민은 대통령 풍자 영상을 올렸다가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MBC 잘 들어”라며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를 언급해 논란을 중심에 섰다. 공영방송 KBS에선 유튜브에서 연일 '윤석열 지킴이'를 자처하던 고성국씨가 지난 20일부터 KBS 시사라디오 진행자 자리를 꿰찼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무엇보다 방통위와 방심위, 선방위를 앞세워 전방위적으로 언론을 탄압하면서 소통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면서 어제 만찬을 가리켜 “국민과 언론을 기만하는 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를 아랑곳하지 않고 뻔뻔하게 공개 일정을 소화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에 대한 국민 분노를 비웃듯 보여주기식 쇼통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민은 모욕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