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강조한 '위기의식-겸손' 그대로 보여준 울산, '천적-연패' 부수고 1위로

[울산=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가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과 함께 연패를 끊고 선두에 복귀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이 말했듯, 챔피언의 자신감이 아닌 위기의식과 겸손함으로 뭉친 '원팀'이 이날 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울산은 25일 오후 4시30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4라운드 대전 하나시티즌과의 홈경기에서 4-1 승리를 거뒀다. 2015년 11월7일 K리그1 2-1 승리 이후 3122일만 (8년 6개월 22일만)의 대전 상대 승리다.

울산은 이 승리로 전북 현대와 비긴 김천 상무, 아직 14라운드를 치르지 않은 포항 스틸러스를 제치고 승점 27점의 리그 1위로 올라섰다.

지난 두 시즌 연속 K리그1 정상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이날 전까지 13경기 7승3무3패, 승점 24점의 3위에 올라 있었다. 1위 포항 스틸러스, 2위 김천 상무(이상 13경기 승점 25)와 선두권을 형성하는 중이었다.

울산은 최근 광주FC(1-2)와 강원FC(0-1) 원정에서 패하며 이번 시즌 처음으로 연패에 빠졌다. 특히 지난 19일 강원전서 슈팅 10-8, 유효슈팅 4-4, 점유율 66-34로 앞섰지만, 득점 운이 따르지 않으며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울산은 이번 홈경기에서 '천적' 대전을 상대로 반전을 만들어야 했다. 울산은 대전을 상대로 지난 시즌 2무1패로 열세였고, 지난 4월2일 열린 2024시즌 첫 대결에서 0-2로 졌다.

경기 전 만난 홍명보 울산 감독은 "울산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강팀들을 꾸준히 이겨오며 자신감을 쌓았다. 대전 역시 울산과의 경기에 자신감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봤다.

홍 감독은 이어 "반대로 상대적 약팀을 상대할 때에는 그 자신감을 유지하기보다 '우리도 언제든 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겸손함을 갖고 임해야 한다. 솔직히 이런 '마음 컨트롤'을 완벽히 해낸다는 것이 인간으로서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발전을 위해 해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오랜만에 3백까지 꺼내들며 정신적-전술적으로 신중을 기했다.

이민성 감독의 성적 부진으로 사임 후 첫 경기를 갖는 대전은 비장한 심정으로 울산을 압박했다. 대전이 최하위에 빠지고 감독까지 잃었음에도 물러서지 않고 대등하게 라인을 올리자 울산 선수들도 쉽게 압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울산 역시 '연패 탈출-천적 사냥-1위 탈환'이 모두 걸려있는 경기에서 안일할 리 없었다. 홍 감독이 말했던 위기의식과 겸손함을 탑재한 울산은 혼전 상황에서 귀중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35분 오른쪽 후방에서 보야니치가 대전 페널티 박스 안으로 올린 프리킥이 혼전 상황으로 빠졌다. 김영권이 슈팅한 것이 상대 수비 몸 맞고 문전에 흐른 것을 김민우가 왼발로 밀어넣으며 1-0 리드를 잡았다. 고도의 집중력과 간절함으로 만들어낸 골.

전반 추가시간 3분 엄원상에 심한 태클을 가한 대전 수비수 안톤이 VAR 판독 끝에 다이렉트 퇴장당하며, 울산이 수적 우세도 안게 됐다. 결국 후반 19분 왼쪽에서 아타루의 침투패스를 받아 대전 박스 안 왼쪽으로 파고든 루빅손이 오른발로 먼 쪽 낮은 구석에 꽂으며 2-0을 만들었다.

울산은 비록 후반 24분 임덕근에 실점했지만, 후반 30분 루빅손이 왼쪽에서 수비를 앞에 두고 먼 쪽 골대로 감아 때리는 오른발 원더골을 터뜨리며 울산에 3-1, 두 점 차 리드를 다시 선물했다. 울산은 후반 추가시간 2분 주민규의 골까지 더해 '연패 탈출-천적 사냥-1위 탈환'을 모두 이뤘다.

홍 감독이 경기 전 강조했던 위기의식과 겸손함을 울산의 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승리로 이어졌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