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면 캠핑카, 택배차면 택배차… 카∼ 변신 기똥 車네 [S스토리-맞춤형 차량 'PBV 시대' 활짝]

백소용 2024. 5. 2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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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모양 플랫폼 위 적재공간 변형
이용 목적에 맞춰 다양한 설계 가능
상업용부터 개인용까지 무한 확장성
현대차, 그룹사 첫 PBV ‘ST1’ 공개
기아, 2025년부터 대량 양산 본격 시작
GM·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도 잰걸음
전기차 발전 힘입어 가격 경쟁력↑
“2030년 세계 시장규모 2000만대”
자율주행 적용 땐 활용도 제고 기대

섀시캡(차량의 뼈대)→캠핑카→택배차→스마트팜→푸드트럭….

지난달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이색적인 신차발표회가 열렸다.
현대차의 ST1. 현대차 제공
화려한 조명 아래 차량 두어대를 돋보이게 전시해 놓고 외관과 성능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일반적인 신차발표회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차량 내부를 얼마만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뼈대만 있는 현대차의 ‘ST1’에 적재함을 얹어 목적에 따라 변신한 차량이 10대 넘게 공개됐다.

이용자가 원하는 용도에 최적화된 형태로 제작된 목적기반차량(PBV) 시대가 열리고 있다. 승차공유 서비스 등 쓰임새가 다양해지고 플랫폼 기술도 발전하면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잇따라 PBV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T1을 응급 구조차(왼쪽), 경찰 작전차로 만든 모습. 현대차 제공
◆사용자에 따라 목적에 맞게 제작

PBV는 사용 목적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제작을 할 수 있고 승객과 화물 운송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차량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ST1을 출시하면서 사용 목적에 따라 최적화된 형태로 확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민상기 현대차 PBV사업실장은 “물류사, 택시 등 고객이 원하는 대로 차를 활용하고 소프트웨어적으로도 활용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 PBV 플랫폼의 속성”이라며 “ST1은 그룹사에서 최초로 PBV 요소가 담긴 차량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ST1의 적재 공간을 변형해 예시로 보여준 차량은 경찰 작전차, 응급 구조차, 캠핑카, 전기 바이크 충전차, 이동식 스마트팜, 애완동물 케어 숍 등으로 다양했다. ST1을 통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 ‘데이터 오픈 API’를 처음 도입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사업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활용하면 고객사 시스템으로 실시간 차량 위치, 속도, 시동 상태, 배터리 충전량 등의 차량 운행 정보와 차량 운행 분석 데이터 등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전달해 효율적으로 차량을 관리할 수 있다. 차량 후드와 문의 열림 상태, 충전 플러그 연결 여부 등 차량 상세 데이터를 전달하고 공조, 도어락 등에 대한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도요타의 PBV 콘셉트 모델 가요이바코. 도요타 제공
기아는 미래 먹거리로 PBV를 점찍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량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우선 중형 모델인 PV5를 내놓고 대형 PBV인 PV7과 소형 PBV인 PV1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대의 PBV를 판매해 PBV 시장의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PBV를 개인의 기호와 목적에 따라 맞춤 제작하는 ‘비스포크 모빌리티 솔루션’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 기아의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PBV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10월 도쿄모터쇼에서 PBV 콘셉트 모델 ‘가요이바코’를 공개했다. 가요이바코는 네모난 박스카 형태로 실내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내부를 다양하게 구성해 스쿨버스, 푸드트럭, 택배차 등 상업용 차량부터 캠핑카 등 취미를 위한 개인용 차량까지 용도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11월 다목적 상용차 브랜드 ‘엔볼브’를 만들고 전기 밴을 개발 중이다.

포드도 상용차 부문 자회사 ‘포드 프로’를 통해 올해 4종의 PBV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의 PBV 제품군. 기아 제공
◆PBV 시장 활짝 열린다

완성차 업계에서 PBV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2010년대 후반 우버 등 승차공유 서비스가 활발해지며 PBV는 차별화된 실내 공간을 구현한 승객 수송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승차공유 서비스용 PBV 시장의 성장은 잠시 정체기를 거쳤다가 다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호출형 승차공유 서비스 등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의 기술적 발전이 더해지며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PBV를 내놓을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PBV는 배터리와 구동모터 등을 모듈 형태로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플랫폼에 얹은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같은 플랫폼 위에 차체만 변경해 승객과 화물 공간을 다양하게 배치하면 된다. 플랫폼 길이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기존 차량보다 설계적인 측면의 제약이 적어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향후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손이 자유로워진 운전자가 PBV를 거주 공간이자 휴식 공간, 이동형 창고 등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PBV 시장 규모를 2020년 32만대 수준에서 2025년 130만대, 2030년 200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PBV 시장이 확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은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활용되고 있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주요 업체에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등의 상용화를 진행해 PBV 시장도 빠르게 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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