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 입지 굳건히 한 황희찬·이강인·이재성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2024. 5. 2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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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12골로 커리어 하이…EPL 득점 랭킹 15위 우뚝
이강인, 팀의 프랑스 리그 평정에 기여…이재성도 팀의 독일 1부 잔류 견인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 무대를 향한 한국 축구의 도전은 1970년대 말부터 긴 시간 동안 이어졌다. 아시아 선수에 대한 냉담한 시선을 극복한 차범근의 전설적인 성공담은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한 유럽 진출 러시로 다시 한번 중흥기를 맞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당대 최고의 클럽으로 향한 박지성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가장 아낀 선수로 맹활약했다. 이 흐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등극하며 월드클래스로 거듭난 손흥민을 통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현재 한국 축구는 유럽파의 역할과 비중이 역대 어떤 시기보다 크다. A대표팀에는 EPL,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 등 5대 빅리그 외에도 리가 포르투갈, 벨기에 프로리그,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등 유럽 10위권 내외의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의 숫자가 15명을 넘는다. 대부분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전력의 중심이 되고, 후배 선수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기량과 평가, 대우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인 손흥민과 김민재는 각각 공격과 수비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파 선수 대다수가 한 시즌의 여정을 마무리한 시점에 손흥민과 김민재 외에도 짚어야 할 선수는 많다. 이미 빅리그에 진입해 입지를 다진 선수가 있는가 하면, 더 빛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영건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유럽에서 생존하는 확률이 높아지며 자연스레 한국 축구의 경쟁력도 상승 중이다. 2023~24 시즌 주요 유럽파들의 행보를 돌아봤다.

울버햄튼 원더러스 황희찬 ⓒPPA 연합

슈투트가르트 돌풍에 정우영도 한몫

EPL 입성 3년 차인 황희찬은 소속팀 울버햄튼에서 드디어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총 12골 3도움으로 15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리그 득점 랭킹 15위로 팀의 주전 공격수는 물론, EPL 내 모든 팀이 주목하거나 경계하는 선수로 입지를 굳혔다.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일격을 날린 황희찬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으로부터 "코리안 가이(황희찬 지칭)가 단연 돋보였다. 가장 위협적이다"는 칭찬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기량과 결정력을 보여줬다.

오스트리아·독일을 거쳐 잉글랜드 무대까지 온 황희찬은 축구선수로서 전성기에 접어든 나이에 커리어 하이를 썼다. 오스트리아 무대에서는 12골 13도움을 기록한 적도 있었지만 독일·잉글랜드 무대에서는 반복된 부상으로 부침이 심했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은 골잡이로서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한층 의미가 크다. 부상 관리도 빅리그 입성 후 가장 잘 통제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중반 5경기 연속 결장했지만 아시안컵 차출 여파에도 리그 29경기를 소화했다. 특히 총 출전 시간이 1125분에서 2124분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점이 고무적이다.

파리 생제르맹 이강인 ⓒAFP 연합

프랑스 리그1의 최강팀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한 이강인도 안착에 성공했다. 리그 23경기를 포함해 공식전 35경기에서 5골 5도움을 올렸다.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 차출로 인해 출전 경기 수는 기대보다 적었지만 팀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잘 수행했다. 파리 생제르맹은 이미 프랑스 슈퍼컵과 리그1 우승을 이뤘고, 여기에 이강인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프랑스컵까지 차지하면 이적 첫 시즌에 3개 트로피를 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을 받은 이강인은 유럽파 지속의 최대 변수를 없앴다. 아시안컵 기간 동안 주장 손흥민과 충돌하는 사건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지만 극적으로 봉합했고, 이후 A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파리 생제르맹은 에이스 킬리안 음바페와의 작별이 확정됐는데, 네이마르에 이어 또 한 명의 든든한 우군을 잃은 이강인은 다음 시즌 더 큰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꾸준히 활약 중인 미드필더 이재성은 올 시즌도 소리 없이 강한 모습을 보였다. 리그 29경기에서 6골 4도움을 터뜨려 소속팀 마인츠의 1부 리그 잔류를 이끌었다. 마인츠는 시즌 도중 강등권으로 추락했지만 후반기에 이재성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해결사로 나섰다. 막판 8경기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했고, 팀은 13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재성이 공격포인트를 올리면 마인츠는 어김없이 승리했다. 특히 잔류 경쟁의 최대 분수령이었던 33라운드 도르트문트전에서의 멀티골 활약과 3대0 승리는 독일 전체에도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FSV 마인츠 05 이재성 ⓒ뉴시스

슈투트가르트의 정우영은 리그 26경기에서 2골 3도움을 기록했다. 출전 시간은 619분으로 짧았지만 팀이 돌풍을 일으키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제치고 2위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권을 획득했다. 정우영은 김민재·이강인과 함께 유럽 클럽대항전 최상위 무대에 나설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잡았다.

배준호·홍현석 등 빅리그 진입 노려

빅리그로 직행하진 못했지만 경쟁력 있는 리그에서 실적을 올린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돋보였다. 웬만한 유럽 1부 리그 수준으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스토크시티 소속의 배준호가 대표적이다. 2003년생인 배준호는 유럽 입성 첫해에 스토크시티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았다. 팀의 잔류를 이끌며 구단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안정적인 경기 출전을 위해 이탈리아·스페인 1부 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마다한 배준호는 벌써부터 EPL 팀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벨기에의 헨트에서 뛰고 있는 홍현석도 디딤돌 효과가 기대되는 선수다. 리그 28경기에서 5골 6도움을 기록했고, 시즌 총 41경기에서 15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A대표팀에서도 이미 이강인·이재성의 백업 멤버로 자리매김한 홍현석은 더 큰 무대 진출을 노리고 있다.

세르비아 무대로 향한 황인범은 1년 만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소속팀 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우승을 이끈 그는 분데스리가와 EPL의 복수 팀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적료가 1000만 유로(약 15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지만 러시아·그리스·세르비아에서 검증된 황인범을 원하는 구단들은 확신을 갖는 분위기다. 덴마크 미트윌란의 조규성은 12골 3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간판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조규성 역시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무대로의 우회를 택했는데, 1년 만에 독일·이탈리아 클럽들의 관심을 받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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